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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의 품위를 깎아내린 ‘막말’ (12.4.16 - 1화)

허프라 ㅣ 2012.06.12 16:31

총선은 예상 외로 여당의 승리로 끝났다. 예상을 뒤엎은 결과가 나온 데에는 야당 진영에서 터진 '막말'의 영향이 큰 변수로 작용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인 것 같다. 침묵하고 있는 다수는 공인들의 언행을 주시하는 법이다. 상식을 크게 벗어난다 싶으면 그들에게 실망하고 고개를 돌린다.

공인에게는 높은 품격이 요구된다. 그들에게 적용되는 잣대는 일반인보다 엄격하고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최근 9구단 NC의 1군 진입 시기와 관련한 프로야구 일부 구단의 이기적 행태와 거친 발언은 야구 팬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구단 나름의 속사정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겠지만 리그의 품위를 스스로 깎아내린 것으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참 안타까운 마음이다.

심지어 "한국프로야구는 인구수에 비춰 6개 구단으로 운영되는 게 적당하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렇다면 2000년 창단한 SK와 2008년 가입한 넥센이 없었다면 프로야구가 더 발전할 것이라는 논리인가.

SK 구단은 후발주자로서 가장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팀이다. 발로 뛰는 노력과 참신한 아이디어로 2000년 8만4000여명에 불과했던 시즌 홈 관중을 10년 만에 10배 이상 늘렸다. 지난해 SK의 홈 관중은 99만8660명이었다. SK가 100만 명에 가까운 인천 팬들을 즐겁게 해준 결과는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넥센도 어려운 여건을 딛고 목동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도 팀을 30개로 늘리는 과정에서 기존 구단들의 저항이 있었다. 일본 역시 리그 축소 위기에 빠진 적이 있지만 선수노조의 파업 시도로 인해 2005년 신생구단 라쿠텐이 가세했고, 현재 12구단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에 비해 우리의 생활수준과 경제규모는 엄청나게 발전했다. 인구가 늘어난 폭보다 구매력은 훨씬 더 커졌다. 프로스포츠도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야지 기득권을 가진 세력이 인위적으로 흐름을 막아서는 안 된다.

필자는 지난해 12월 '일간스포츠-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 시상식에서 "야구계는 옷깃을 여미고 겸손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떤 분야에서든 오만과 자만, 독선이 가장 큰 적이다. 특히 잘 나갈 때 더욱 그렇다.

프로야구가 700만 관중 시대를 앞두고 있지만 구단 이기주의를 극복하지 못하면 자멸할 것이다. 선수들의 기량 발전 속도와 팬들의 관전문화 성숙은 놀라울 만큼 빠르다. 그에 비하면 정부와 지자체의 인식 부족, 그리고 일부 구단이 보이고 있는 이기주의는 야구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

리그의 품격은 회원사와 야구계가 스스로 높여야 한다. 그래야만 프로야구의 주인인 팬들의 관심과 환심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일간스포츠에 연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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