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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이사회, 의사 구조 개선 필요 (12.5.14 - 3화)

허프라 ㅣ 2012.06.12 16:32

이사회는 최고관리기능을 통한 경영의 원활을 기하는 데 의의가 있다. 그러나 이사회 제도의 실효성은 저절로 확보되는 것이 아니다. 다른 모든 제도와 같이 원래 목적을 발휘하느냐 못하느냐는 운용의 허실(虛實)에 달려 있다.

지난 8일 열린 한국야구위원회(KBO) 2012년 제4차 이사회는 많은 야구인과 팬들의 관심 속에 열렸지만 원래의 목적에 충실했다고 보는 이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제9구단 NC의 2013년 1군 참여는 의결되었으나 10구단 창단을 보류시킨 모순된 결정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프로야구를 30년간 곁에서 지켜본 필자는 KBO 이사회처럼 구단 이기주의에 몰입하면서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이사회가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해왔다.

지난 30년 동안 이사회의 잦은 구성원 교체로 인한 문제점은 실로 컸다. 업무 파악이 될 만하면 구단을 떠나거나 교체되는 경우가 잦아 전문성 결여는 자연스럽게 반복되었다. 구성원인 이사(구단 사장)들 중 과연 몇 %가 프로야구를 제대로 파악하고 프로스포츠에 대한 전문가적 식견과 경영 마인드를 보유하고 있는지 의문스러울 때가 많았다.

미래를 내다보는 바른 판단과 진정으로 야구 발전을 위한 결정권 행사보다는 전문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구단주의 의향에 초점을 맞춘 예는 그동안에도 반복됐다. 이번 10구단 문제도 3~4개 구단의 반대(구단주의 의향)로 많은 팬들의 기대를 저버린 채 기형적인 9구단 체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우려감을 확산시키고 있다. 야구계와 팬들은 공식적으로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반대를 한 구단들을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프로야구계를 바르게 끌고 가려는 다수 이사들의 의사가 우세해도 현행 의사결정 구조는 9개 구단 중 네 개 구단만 반대하면 힘들게 되어 있다. 중요 안건은 3분의2 찬성 통과 요건을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KBO 정관 제5장 제23조).

따라서 앞으로도 극도의 구단 이기주의가 계속돼도 제동장치는 없다. 반대하는 구단주들은 알고 있을까. 9, 10 구단의 창단 의미가 많겠지만 가장 큰 의미는 스포츠 산업의 구조 변화란 것을. 지금처럼 그룹의 홍보 기능에 초점을 맞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9, 10 구단을 유치하는 지자체들이 제안한 신축구장 건립, 운영권, 광고권 제공을 모른 체 한다면 적자구조는 고착화된다.
 
이번 사태는 KBO 이사회 구성원과 의결 요건에 대한 검토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구단주들은 세계무대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느라 야구를 좋아하고 사랑해도 프로야구의 경영과 운영에 많은 시간 할애와 정확한 판단이 어려운 실정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경직된 기업 문화 속에 각 구단 사장들의 고충도 충분히 이해는 된다. 그러나 프로야구의 주인은 구단주가 아니라 팬들이다. 소비자인 팬들의 의사를 거슬러서 안되는 이유다. 구단주들도 사장들이 전문성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충분한 재임 기간을 부여하면서 스포츠 전문 경영인이 되도록 지원해줘야 한다. 이미 그런 구단과 그렇지 않은 구단의 차이는 나타나고 있다. 효율적인 이사회를 위한 제도 개선을 신중히 검토해볼 시기가 왔다. 구단주들의 인식 변화와 함께.
 
 
<일간스포츠에 연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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