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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 대표이사 재임기간 늘어나야 (12.6.25 - 6화)

허프라 ㅣ 2012.06.26 14:20

10구단 창단 유보 사태로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에 대한 야구인과 팬들의 비판이 거세다. 모그룹 윗선의 의중에 따라야만 하는 현실도 문제지만, 구단을 대표하는 사장들의 전문성 결여와 열정 부족은 더 큰 문제다.

14, 39, 70. 이 숫자의 의미는 무엇일까. 선수들의 기록이 아니다. 지난 프로야구 30년 동안 ‘14개’ 기업(구단) 대표이사의 평균 재임기간은 ‘39개월’(현직 제외)이다. 현재까지 근무한 구단 대표이사는 모두 ‘70명’이다. 삼성은 12명(평균 재임 기간 2년7개월), 롯데는 9명(3년9개월), 두산(OB 포함)은 7명(4년3개월), KIA(해태 포함)는 8명(3년8개월)의 대표이사가 재임했다.

프로야구 이사회 구성원인 대표이사(사장)들의 짧은 재임 기간과 겸임 관행은 프로야구 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다. 이제 프로야구 운영에 대해 구단주와 모그룹의 시각이 바뀌어야 할 시점이다. 통산 4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현대 유니콘스는 12년 동안 단 2명의 대표이사가 구단을 운영했다. 앞서 언급한 구단들의 평균 재임기간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구단 수뇌부의 임기가 짧으면 안좋은 이유는 자명하다. 프로스포츠 구단은 그룹 내 다른 계열사의 업무와 판이하게 다르다. 프로스포츠라는 특수 분야를 이해하고 파악하는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 아무리 뛰어난 경영자라도 생소한 야구계에서 3년여의 짧은 기간 근무는 오히려 낭비다. 지난 30년을 돌이켜보면 어느 정도 업무 파악이 돼 일을 할 만하면 교체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짧은 재임 기간의 반복은 전문성 결여 속에 장기적 계획 수립의 한계, 단기 성적에만 급급할 수밖에 없는 환경 조성 등 많은 문제점을 낳았다.
 
그 결과 야구계의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구장 장기 임대 및 구단 수익구조 개선, 인프라 확충, 저변 확대, 아마야구 발전 등을 위한 지속적인 지원 부족과 무관심 등이 지금까지의 구단 태도였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일부 구단이 보여준 긍정적인 변화 조짐이다. SK 신영철 대표이사는 8년째 재임 중이고, 두산 김승영 사장은 2년째이기는 하지만 구단 과장에서 출발해 대표이사까지 승진한 고무적인 사례다. 두 구단은 경영의 전문성은 물론 연속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전문분야에 생소한 인물을 주요 사업에 CEO로 앉힐 그룹은 없을 것이다. '야구단은 그래도 된다(?)'는 잘못된 관행을 이젠 버려야 한다. 임원 출신들에게 적절한 재임기간을 부여하면 운영의 효율성은 높아질 것이다. 이 점은 단장들도 마찬가지다.

문화 콘텐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프로야구는 과거와는 달리 그룹 홍보 효과의 기능에서 스포츠산업으로 접근할 시기에 와 있다. “좋은 회사에서 위대한 회사로 도약한 기업들은 최고의 인재를 문제가 가장 큰 곳이 아니라 기회가 가장 좋은 곳에 배치하는 관행을 만들었다”고 말한 미국의 경영학자 짐 콜린스의 말을 참고해야 할 시점이다. 아직 회계상 이익을 남기지 못하는 프로야구단이지만 유능한 인재 배치와 충분한 재임기간을 부여해 프로야구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구단주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일간스포츠에 연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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