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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연의 ML 올스타전 참관기] ‘동업자 정신, 사회 봉사’ 배워라 (12. 07. 17)

허프라 ㅣ 2012.07.27 15:26

10구단 창단 문제로 개최 여부가 불투명했던 프로야구 올스타전이 우려를 씻고 무사히 치러지게 됐다. 구본능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직접 프로야구선수협회 관계자와 만나 위기 상황을 일단 모면했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아 있다. 반대하는 구단들의 움직임은 별 변화가 없는 것 같아 시즌이 끝난 스토브리그 동안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 구단 이기주의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10구단 창단 문제 사태는 이사회가 KBO로 공을 넘겼을 뿐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필자는 선수협의 올스타전 참가 발표가 있는 기간 미국 캔자스시티 카우프만 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올스타전(한국시간 7월11일) 현지중계 관계로 멀리서 미디어를 통해 그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메이저리그 별들의 잔치는 우리와 비교할 수 없는 역사와 규모, 짜임새가 있지만 정작 부러운 것은 그들이 보여준 동업자 정신과 유잉 카우프만의 사회공헌과 기부였다. 우리는 빌 게이츠와 록펠러 재단 등에 익숙해 있지만 이미 고인이 된 유잉 카우프만(Ewing Marion Kauffman·1916~93)은 크지 않은 50만 인구의 도시 캔자스시티에선 존경받는 인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야구장 복도에는 그의 생전 사진이 걸려 있었다. 캔자스시티 구단 선수들과 운동장에서 격의 없이 함께한 그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카우프만 재단은 기업가 정신 육성을 임무로 하는 비영리재단이다. 2006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에드먼드 펠프스 교수 등에게 연구자금을 지원해 기업가 정신이 학문으로 자리잡는 데 공헌도 했다. 카우프만은 세상을 떠나면서 8억 달러를 재단에 기부했고 야구단은 시(市)에 기증했다.

기업 명칭의 야구장은 많지만, 사람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야구장은 거의 없다. 그가 재산은 물론 야구단을 시에 기부한 사실은 우리에겐 신선한 충격일 수밖에 없다.
 
1968년 인수한 야구단을 85년 월드시리즈 챔피언으로 만든 뒤 시에 기부한 카우프만의 채취가 풍기는 구장에서 바라본 국내 현실은 씁쓸하기만 했다. 필자는 지난 30년간 8개 구단이 프로야구 발전에 기여한 공로는 높게 평가한다. 그러나 프로야구를 정말로 사랑했고 스포츠 산업으로 성장시킬 의지가 있었다면, 낡은 야구장을 30년간 그대로 방치해 놓았을까. 구단들이 입으로는 동업자 정신을 외치면서 사사건건 이해관계에 집착해 발전을 저해한 지난 30년의 역사는 무엇으로 말할 수 있을까. 대승적 차원과 장기적 안목에서 팬들과 함께 발전하기보다는 우승으로 구단주에게 점수 따기에 주력했던 운영과 행정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외야에 아름다운 왕관의 보석이 빛난 카우프만 스타디움은 데릭 지터 같은 슈퍼스타나 올스타전 MVP 멜키 카브레라 같은 야구 선수들의 플레이보다 카우프만이라는 인물로 필자의 뇌리에 영원히 남을 것 같다. 진심으로 사회발전을 위해 기부를 하고 프로야구 발전을 바라는 구단주들을 우리도 보고 싶다. 카우프만은 야구단 운영으로 시민들에게 커다란 긍지를 심어 주었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지금도 받고 있다. 12월이면 추운 스토브리그가 시작된다. 파열음이 나지 않도록 KBO와 구단, 선수협을 비롯한 야구계가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 스토브리그까지 결코 많은 시간이 남아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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