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이 전하는 야구의 모든것

허구연 "내 일은 후배들에게 야구문화 만들어 주는 것" - 머니투데이 스타뉴스(2015.01.08)

허프라 ㅣ 2015.01.08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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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연 KBO야구발전실행위원장 겸 MBC 야구 해설위원. /사진=홍봉진 기자




지난 6일 야구계에 훈훈한 소식이 전해졌다. 롯데 자이언츠의 강민호(30)가 양산에 야구장을 건립하는데 거액을 기부한다는 소식이 스타뉴스의 단독보도로 세상에 알려진 것이다.

강민호는 지난 2013년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으로 롯데와 4년간 75억원이라는 초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로서는 역대 최고액이었다. 이에 강민호는 야구를 통해 이룬 부를 야구계를 위해 쓰기로 결정하고 양산시에 지어지는 야구장에 거액을 기부하기로 했다. 이런 강민호의 마음에 양산시에서는 지어지는 야구장을 '강민호 야구장'으로 명명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강민호 야구장'은 현역 야구 선수 이름을 딴 최초의 야구장이다. 양산시 물금읍 소재 황산문화체육공원 내에 정규 야구장 규격으로 지어지며 관람석(200석), 운영실, 선수대기실, 이동식 화장실, 주차장 등이 함께 조성된다. 총 공사비 5억원 가량이 예상되는데, 이 가운데 40%에 달하는 돈을 강민호가 책임지게 됐다.

더불어 이번 강민호의 기부가 허구연 해설위원의 제안으로 실행됐다는 소식이 같이 알려지면서 많은 야구팬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강민호는 "허구연 위원장님의 제안과 양산시의 도움으로 좋은 일에 동참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스타뉴스는 8일 허구연 KBO야구발전실행위원장 겸 MBC 해설위원과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이번 강민호의 기부에 대한 의미를 짚어봤다.


- '강민호 야구장'이 생기는데 큰 역할을 하셨다. 어떻게 진행됐나?

내가 무슨 역할을 했겠나. 강민호가 큰일을 한 것이다. 작년에 롯데의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강민호를 만났다. 여기서 강민호가 기부 의사를 표했다. 그래서 일반적인 기부보다는 국내에 야구장이 부족하니까, 학생들과 동호인들이 쓸 수 있는 야구장을 지어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는데, 강민호가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금액 2억원은 그때 결정됐다.


- 야구장을 양산에 짓기로 한 이유를 설명한다면?

그냥 양산이 정해진 것이 아니다. 강민호가 야구장 건립에 기부하기로 결정한 이후, 내가 1년 동안 전국을 대상으로 찾아봤고, 시와 군을 막론하고 많은 지자체장을 만났다. 그 결과 양산이 가장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물금고등학교 야구단이 올 봄에 창단하는데 당장 야구장이 없고, 원동중학교도 전국대회 우승팀인데 학교의 작은 운동장에서 연습하지 정규 규격의 야구장이 없다. 그리고 양산시에만 동호인팀이 100팀 가까이 되고 부산에는 더 많다. 양산이면 부산 동호인들도 와서 할 수 있다.

부지 자체가 워낙 좋은 곳이다. 지금 토목공사를 다 해놓은 상태다. 학생들과 동호인 쓰는 용도로 만드는 구장이기 때문에 많은 돈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양산시가 3억원을 내기로 했고, 매년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챙기기로 했다. 굉장히 좋은 야구장이 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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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열린 '강민호 야구장' 조성 협약식.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 이번 강민호의 기부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지금도 우리 선수들이 기부 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 확실히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야구계의 문화로 정착됐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 내가 후배들에게 해줘야 할 것은 좋은 야구문화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런 뜻에서 이번 일도 진행했다.

아쉬운 것은, 지금까지 이런 부분이 약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돈을 많이 번 것은 아니지만, 소수의 사람들은 야구를 통해 돈을 벌지 않았나. 사회에 환원을 할 필요가 있다. 사실 후배들을 만나보면 기부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못하는 경우가 많더라. 누군가 이야기를 해주고 끌어줘야 하는데, 그 부분이 잘 안됐다. 강민호 케이스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 이번 강민호의 기부는 향후 야구계의 기부가 늘어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크게 보면 좋은 야구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아직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미흡하기는 하다. 일본 같은 경우 시즌 중 쉬는 날 1군 선수들이 초등학교 가서 선수들과 같이 놀아주고 그런다. 그만큼 저변 확대를 위해, 팬들을 위해 서비스를 하고 있다. 우리는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안 되지만, 어쨌든 문화를 바꿀 필요가 있다. 단순히 승패와 우승여부, 국제대회 성적, 연봉 등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문화를 잘 만들어야 한다. 프로야구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사실 이번에 FA로 80억원씩 받는 선수들이 나왔는데, 아주 특별한 케이스다. 유명 연예인들이 그 이상을 벌어도 그것 가지고 시비를 거는 사람은 없지 않나. 유독 야구선수만 이야기가 나온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기부를 통해 좋은 일을 하면서 '야구선수들이 좋은 일 많이 하는구나'하는 인식을 만들어야 한다.

더불어 진정성을 가져야 한다. 자기 이름만 빌려주는 기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본인이 돈을 직접 내야 기부지, 이름만 내주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 이것이 문화를 형성하는데 시발점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계속해서 유도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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