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이 전하는 야구의 모든것

허구연씨 쓴소리 “여성 야구팬 급증… ‘불편투성이’ 야구장 제발 좀 고쳐라” - 경향신문(2015.04.09)

허프라 ㅣ 2015.04.22 08:33

1980~1990년대만 해도 한국프로야구는 남성들의 전유물이나 다름없었다. 응원이라고 해봤자 “이겨라”가 전부였고, 경기에 지기라도 하면 극성 팬들은 고함을 지르며 야구장 안으로 술병과 물병을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야구장이 게임을 즐기는 축제의 장으로 변했다. 여성팬들은 예전보다 4~5배 늘었다.

대부분의 여성팬들은 야구는 잘 몰라도 응원이 재미있어 야구장을 찾는다. 류현진, 추신수, 이승엽, 오승환 선수는 알지만 보크,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 등 야구 규칙을 헷갈리곤 한다. 한두 번은 관전 분위기에 신명나게 빠져들지만 야구는 규칙을 모르면 따분해질 수밖에 없다.

야구해설가 허구연씨(64)가 이런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해 <허구연의 여성을 위한 야구설명서>(북오션)를 펴냈다. 그는 9일 경향신문과 만나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이 미국과 일본, 쿠바를 제치고 8전8승으로 금메달을 딴 이후 여성 야구팬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야구해설가 허구연씨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야구대표팀이 금메달을 딴 이후 여성팬이 크게 늘었다”며 ”야구는 규칙을 알면 훨씬 재미있다”고 말했다. | 김기남 기자
 

“정말 여성팬들이 많이 늘었어요. 관중석의 절반이 여성입니다. 남자친구, 가족과 함께 춤을 추고 노래도 부르며 3~4시간씩 응원문화를 즐기지요. 이제는 9회말 투아웃 역전승의 짜릿함을 함께했으면 합니다.”

허씨는 여성팬 증가로 관중이 늘고 있지만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팬들은 달라졌는데 야구장은 30년 전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여성은 화장실이 턱없이 부족해 줄을 서느라 야구에 몰입하지 못하고, 유아동반 가족은 휴식공간이 없어 젖병을 물릴 수가 없다. 미국 등 외국에서는 온가족이 마음껏 먹고 뛰놀고 즐길 수 있는 놀이공간이 야구장이다.

“4대 강에는 천문학적인 공사비를 퍼부으면서 왜 국민 여가를 위한 복합공간은 만들지 않는 겁니까.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장을 보세요. LA다저스 구장인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장인지 ‘딱’ 보면 압니다. 한국은 야구장이 천편일률적인 데다 지역 특색도 없어요. 입장료를 내고 들어온 팬들과 대화를 하는 곳이 야구장인데 시설이 너무 엉망 아닌가요.”

그는 10년 넘게 야구 인프라(기반시설) 구축을 강조해 ‘허프라’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했다. 야구 중계 도중 행정당국을 향해 쓴소리도 자주 퍼붓는다고 했다. 그는 “일본만 해도 돔구장이 6개나 되고 한류 공연장으로까지 활용한다”고 말했다.

허씨는 미국과 일본, 캐나다 등 선진국처럼 복합 돔을 지어 야구는 물론 농구, 하키, 문화공연도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비가 많이 들면 시설 운영권을 각 구단에 맡겨보자고 제안했다. 지금은 정부와 지자체가 주먹구구식으로 임대관리를 하고 있는데 수익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건축설계는 반드시 전문가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하청에 재하청을 주다보니 업자들이 시멘트 범벅의 야구장을 짓고 있다는 것이다.

허씨는 인천 문학구장과 수원야구장(KT위즈파크)을 예로 들었다. 문학구장은 야간경기 중 공이 전광판 쪽으로 날아오면 눈이 부셔 수비수가 실수할 수밖에 없지만, 수원야구장은 자연조명을 쓰고 있어 경기력이 확실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명색이 프로야구인데 야간조명 때문에 경기에 진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프로야구 현장에서 만나게 될 그는 정부와 지자체, 정치권을 향해 ‘독설’을 서슴지 않겠다고 했다. “똑바로 알고 제대로 좀 합시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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