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이 전하는 야구의 모든것

허구연이 말하는 애증의 대구구장과 인프라 - OSEN (2015.10.03)

허프라 ㅣ 2015.11.02 16:23

[OSEN=대구, 이상학 기자] "몇 십 년을 인프라 이야기했는데 대구구장이 가장 큰 타깃이었다".
삼성은 내년 시즌부터 대구-삼성 라이온즈파크로 홈구장을 새로 옮긴다. 1982년 원년부터 34년을 함께 해온 대구시민야구장과 작별을 고하게 된 것이다. 아직 포스트시즌 경기가 남아있어 완전한 끝은 아니지만, 페넌트레이스 경기는 지난 2일 삼성-kt전이 마지막이었다. 삼성 구단은 경기 전후 굿바이 이벤트를 성대하게 치렀고, 이를 남다른 감회로 지켜본 이가 있었으니 바로 허구연(64) MBC 야구 해설위원 및 KBO 야구발전실행위원장이었다.  
이날 경기 중계를 위해 대구구장을 찾은 허구연 위원은 "내가 중계 중 인프라에 대해 강조하기 시작한 곳이 바로 대구구장이었다. 15년 전부터 대구구장 시설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래서 대구 시장님들이 나를 싫어했다. 어느 해에는 시장이 대구구장에서 시구를 했는데 '야구장 이렇게 해놓고 무슨 시구냐'라고 한마디 했다"고 말했다. 그쯤 허 위원에겐 '허프라'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 중에서 가장 시설이 낙후된 대구구장은 허 위원이 방송 중계를 위해 올 때마다 지자체를 향해 쓴 소리를 반복했다. 그럼에도 대구시에서 공수표만 날리자 허 위원은 "대구구장은 1948년 지어서 60년이 넘은 구장이다. 이럴 거면 새 구장 짓지 말고 차라리 미국 리글리필드나 펜웨이파크처럼 100년 넘게 사용해 체육 시설 유물로 넘기자"고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허 위원은 지속적으로 대구구장을 향해 일침을 놓았고, 결국 대구시와 삼성은 2012년 수성구 연호동 대공원역 인근에 야구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허 위원은 "사실 대구시청을 가보면 시설이 안 좋다. 그런데도 대구 시민들께서 야구장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고, 시청에 양해를 구하고 야구장부터 짓기로 했다. 이곳저곳 자문을 구해서 야구장 설계에도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3년의 시간이 흘러 내년 국내 최초의 팔각형 구장으로 완공을 기다리고 있다.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 이어 대구에도 메이저리그급 구장이 생기게 된 것이다. 허 위원은 "내가 해설 은퇴하기 전까지 대구와 광주에 야구장이 새롭게 지어지는 게 꿈이었다. 광주에 이어 대구까지 새로운 구장이 들어서게 돼 기분이 좋다. 이제 꿈이 이뤄졌다"며 설레는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래도 오랜 기간 추억과 역사가 담긴 곳이 대구구장이다. 허 위원은 "내년 시즌 새 구장이 기다려지지만 막상 대구시민야구장을 떠나게 되니 시원섭섭한 마음이 들이기도 한다"며 "지금 대구 시장님에게 하나 더 바란다면 대구시민야구장을 없애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고, 아마추어와 사회인야구가 쓰면 된다"고 부탁했다.  
마지막으로 허 위원은 "대구구장에서 다시 느끼는 것은 서울시가 생각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잠실구장은 서울시가 광고권을 갖고 있는데 그 금액이 막대하다. 야구 인기가 제일 좋은데 그에 광고권 수준을 맞춰야 한다. 서울시가 지금처럼 한다면 다른 지자체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구장 운영권 문제에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대구구장은 이제 프로야구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지지만, 허구연 위원의 야구장에 대한 고민은 계속 된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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