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이 전하는 야구의 모든것

‘돈이냐 명예냐’, 갈림길에 선 히어로즈 - 일간스포츠(2015.10.26)

허프라 ㅣ 2015.11.02 16:32

 

히어로즈가 메인스폰서 교체를 놓고 돈과 보편적인 정서 사이에서 망설이고 있다. 2008년 KBO에 뛰어든 후발주자로서 팬의 사랑으로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최소한의 도리는 지켜야 할 것이다. 

히어로즈는 23일 올 시즌을 끝으로 넥센타이어와 메인 스폰서십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새 메인 스폰서로 협상을 벌이고 있는 업체는 일본계 금융기업 J트러스트다. 그런데 J트러스트는 한국에서 대부업 사업을 중심으로 하다가 저축은행으로 선회했다. J트러스트의 대표적인 한국 진출 기업은 친애저축은행, JT저축은행, JT캐피탈, 티에이자산관리대부 등이다.

팬들의 반발은 거셌다. 높은 이율로 서민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익을 취하는 저축은행, 게다가 일본 자본이라는 점은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했다. KBO도 당혹스러운 반응다. 양해영 KBO 사무총장은 이미 히어로즈측에 일본 대부업계 저축은행은 곤란하다는 뜻을 몇 차례 전달했다. 나머지 9개 구단 역시 반대하는 분위기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한국 최고의 스포츠인 KBO리그의 이미지를 실추시키지 않는 메인 스폰서를 찾아야 한다. 프로야구 전체 발전을 위해 만들어진 '네이밍 라이트' 의 원래 취지와 어긋난다"며 "팬과 국민 정서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스포츠는 팬을 등지면 안 된다. 더불어 나머지 회원사의 동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7년 동안 히어로즈를 응원해 온 팬 역시 "우리가 돈이 없지. 체면이 없나"라며 한탄의 글을 올리고 있다.

히어로즈는 진화에 나섰다. 구단 관계자는 "아직 결정 단계는 아니고 협상을 벌이는 단계다. 대부업체였다면 협상 자체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J트러스트 역시 "우리는 일본계 저축은행이지 대부업체는 아니다. 모기업이 스포츠에 꾸준한 관심을 갖고 투자하려는 것이다"고 항변했다. 

모기업이 없는 히어로즈의 사정이 어려운 것은 익히 알려진 바다. 히어로즈는 내년부터 고척돔으로 이전한다. 올 시즌까지 사용한 목동구장보다 연간 수십억원의 사용료가 추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매년 착실하게 적자 폭을 줄여온 히어로즈의 재정 지출이 늘어나게 된다. J트러스트를 메인 스폰서로 받아들이려는 이유다.  

히어로즈는 "J트러스트 말고도 복수의 기업과 협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업체가 J트러스트와 비교해 후순위로 밀려난 것은 지원 금액과 구단 경영권 간섭에 있다. 한 쪽이 원하는 조건과 이상향을 받아주는 사업 파트너는 없다. 나머지 기업들이 연간 40~60억원대를 제시한 것은 현재 메인 스폰서십의 가치가 그 정도라는 의미다.

허구연 해설위원은 "고소영씨도 이 기업 광고 계약을 체결했다가 철회했다. 하물며 스포츠단이다. 고척돔 이전 등 여러 여건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안다. 그러나 그로 인한 추가 비용이 감당하기 어렵다면 다른 방안을 찾아 나서야 한다. 고금리를 적용하고 팬과 회원사, 국민 정서에 어긋나는 기업을 메인 스폰서로 유치하는 것은 곤란한 이유다"고 강조했다.

서지영 기자
 
 
저작권 문제 시 연락주시면 삭제하겠습니다.

뉴스목록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