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이 전하는 야구의 모든것

[KS 사람들] 허구연 "청보 시절, 나는 바보였어요" - OSEN (2015.10.31)

허프라 ㅣ 2015.11.02 16:35

[OSEN=이대호 기자] MBC 허구연(64) 해설위원은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이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주고 있는 뚝심에 높은 점수를 준다. "초보감독 같지가 않다"는 게 허 위원의 감상이다. 김 감독이 이끄는 두산은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4차전 삼성 라이온즈전을 잡으면서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우승에 이제 단 1승만을 남겨두고 있다.  
허 위원이 감탄한 부분은 배짱이다. 앞서 NC 다이노스와 가진 플레이오프에서 김 감독은 번트가 나와도 이상할 게 없었던 장면에서 강공작전을 밀어붙여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허 위원은 "포스트시즌 같이 부담이 큰 무대에서 감독은 면피를 하기 위해서라도 번트를 댄다. 그런데 거기서 강공을 하는 걸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초보감독이 할 수 있는 작전이 아니었다"고 높게 평가했다.
그러면서 허 위원은 "최근 프로야구는 초임감독이 좋은 성적을 계속 거두고 있다. 올해 김태형 감독도 그렇고, 김기태 감독도 (LG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 류중일 감독 역시 처음 감독을 맡아 우승을 시키지 않았나"라고 되물었다.  
허 위원이 보는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프로야구 초창기 감독들은 실업야구에서 그대로 감독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요즘 감독들은 코치로 다양한 경험을 쌓고 난 뒤라 그런지 (초임이라고 해도) 초보같지가 않다. 코치를 하며 감독을 뒤에서 지켜보며 자신만의 야구를 정립해서 그런 게 아닌가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허 위원은 역대 KBO 리그 최연소 감독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35살이었던 1986년, 약체 청보 핀토스 감독 자리를 맡았지만 15승 2무 40패 승률 2할7푼3리를 기록한 채 자진사퇴를 했다. 어린 나이에 감독이 되다보니 나이 많은 코치들이 완전히 따를리가 만무하다. 심판들 역시 알게 모르게 청보에 불리한 판정을 하기도 했다.  
30년 전 짧게 초임감독 시절을 보냈던 허 위원은 당시를 떠올리며 "나는 바보였다"고 말했다. 허 위원은 당시 '경험이 없다'며 처음에는 감독직을 고사했지만, 거듭된 제의에 '코칭스태프 권한 보장'을 약속받고 취임한다. 그렇지만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못했고, 허 위원은 시즌 중 자진사퇴를 했다.
왜 스스로를 바보라고 했을까. 허 위원은 "만약 지금 내가 감독이 됐다면 코치 전원을 외국인으로 앉혔을 것이다. 하나라도 더 배우는 게 있을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제는 야구계에서 가장 바쁜 삶을 살고 있지만, 허 위원에게도 30년 전 기억은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cleanup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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