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이 전하는 야구의 모든것

[SS야구in ①] 허구연 위원 "FA 거품? 시장 원리 속 자연스러운 현상" - 스포츠서울(2016.12.15)

허프라 ㅣ 2017.02.09 15:26

[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허구연. 1982년 한국 프로야구 원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해설 35년째인 프로야구계의 원로이자 산증인이다. 예순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현장을 누비며 한국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애쓰고 있다.

 
프로야구 시즌은 끝났지만 허구연 위원은 시즌 때 만큼이나 바쁘다. 해설위원 외에도 회사 대표이사, 대학 교수, 야구발전위원장 등 다양한 직책을 겸하고 있는 허구연 위원의 비시즌은 다양한 스케줄로 꽉꽉 채워져 있다. 물론 대부분 야구와 관련된 것이다.

최근 '고양-허구연 무지개리틀야구단'을 이끌고 베트남에 건너가 현지에서 티볼 경기, 문화체험을 통한 친선 교류를 마치고 귀국한 허구연 위원을 만나 국내 야구계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허구연 위원은 국내 야구계에 산적해있는 여러 문제점들을 꼬집으며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 돔구장

허구연 위원 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돔구장'이다. 허 위원은 그간 숱하게 돔구장의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그리고 마침내 국내 최초의 돔구장인 고척스카이돔이 완공됐다. 하지만 고척스카이돔은 시공 전부터, 또 완공 이후에도 많은 문제점이 노출됐고 여전히 개선돼야할 사항들이 쌓여있는 게 현실이다. 허 위원도 고척스카이돔에 대해 큰 아쉬움을 드러냈다.

"고척돔에 대해서는 하루 종일 얘기해도 끝이 없다(웃음). 내가 주장하는 돔구장은 말그대로 복합 돔구장이다. 돔구장에서는 야구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스포츠, 이벤트, 콘서트 등 할 수 있는 것이 많다. 그런 돔구장이 우리나라도 있어야 한다. 한류 붐이 일어나서 우리나라 가수들이 일본 돔 투어를 한다는 소식이 들리는데 그런 소식을 들을 때 마다 서글프고 화가 난다. 한 번을 하더라도 제대로 우리나라 돔구장에서 공연을 하면 일본이나 아시아 지역에서 많은 팬들이 올 수 있는 것 아니겠나. 그렇게 되면 부가적인 수입이 발생하게 된다. 왜 자꾸 돔구장을 스포츠만 하는 장소로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주는 야구가 되겠지만 다른 이벤트도 하면 경제적으로도 수지타산을 맞출 수가 있다.

만드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고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내가 돔구장 얘기를 많이 하는거다. 많은 사람들이 야구만 생각하는데 설계하기 따라서 축구도 할 수 있고 다른 스포츠도 할 수 있다. 고척돔은 일반 개방형 구장에서 돔으로 변경되는 과정에서 400억 원대 초기 예산이 2000억 원으로 불어났다. 그런데도 많은 문제들이 발생했고, 부실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화가 나는 거다.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를수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보면 다 안다. 엄청난 돈을 들여서 저렇게 지어놨으니 기가 찰 일이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에서도 잘 드러났지만 문화, 예술 쪽이 너무나 허술하다. 관심들이 별로 없다. 점검 시스템 같은 것도 제대로 구축이 안 되어 있다. 국가 예산이나 시 예산을 쓸 땐 잘 써야한다. 그래서 내가 고척돔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다. 오세훈 시장에서 박원순 시장으로 오는 과정에서 고척돔 건립은 담당자만 해도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문제가 터졌을 때 책임 소재가 분명치 않다. 문제가 터졌을 때 누가 책임질 것인가. 다행히 지금은 시즌이 끝난 후 서울시가 신경을 많이 써서 보완을 하고 있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좋은 설계와 좋은 자재를 써서 모든 것을 세계적인 수준에 맞춰 가야한다. 또 이것을 야구에만 국한해서 생각하면 안 된다. 문화, 예술, 체육에 다 해당되는 것이다. 진정성을 가지고 만들어야 된다.

또 한 가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야구장이 있는 도시의 주변 환경을 잘 이용하자는 것이다. 서울 잠실만 봐도 가까운 곳에 한강도 있고 위치가 얼마나 좋은가. 미국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의 AT&T 파크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서울 뿐만이 아니다. 창원, 부산, 인천은 항구 도시인데 야구장에서 바다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게 우리나라 현실이다. 물론 부지 마련 문제나 교통, 접근성 등 현실화 시키는 게 쉽지는 않다. 그렇지만 되도록 그 지방의 특색이 잘 드러나는 곳에 입지를 선정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에 돔을 새로 짓게 되면 전세계적 추세인 개폐식으로 아주 멋있는 구장을 짓길 소망한다."

서울시는 잠실에 오는 2019년 착공해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새 야구장을 지을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여러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최근 공개토론회도 개최했다. 새 야구장은 100% 민자를 유치해 건립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허 위원은 이에 대해 야구장을 두고 시와 구단의 비정상적인 수익구조를 언급하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런 문제를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인기를 의식해서 정치적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내가 서울시에 대해서 강한 톤으로 비판을 했는데 일반 사람들은 그 이유를 잘 모른다. 박원순 시장과 독대를 하면서 얘기한 것이 있다. 우리나라 프로스포츠는 앞으로 지금처럼 호황 또는 유지가 안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나는 항상 그런 위기감을 가지고 있다. 왜 그러냐? 지금은 기업이 스포츠구단에 투자를 하면서 운영하는데 모두 적자다. 흑자 종목, 흑자 구단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 이걸 기업들이 언제까지 지켜만 보겠냐는 거다. 이미 경제 사정이 나빠지고 있고 삼성이 제일기획으로 야구단을 이관하면서 투자 축소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여기서 경제가 더 나빠진다면? 지원이 줄어들고 축소경영을 할 수 밖에 없다.

프로야구는 그래도 시청률이 잘 나오고 인기가 많기 때문에 나름대로 투자가치나 효용가치가 있지만 다른 종목들은 대체로 그렇지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이 왜 더 투자를 하겠나. 일부 종목이나 일부 구단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구단을 없앴을 경우 생기는 비난 여론 등을 의식해 마지못해 한다는 이야기까지 하는 곳도 있다. 추후 한 두 군데에서 구단 경영을 포기하기 시작하면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안 일어난다고 장담 못한다.

결국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적자를 메울 수익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구단이 수익을 낼 수 있는 다양한 루트 중 가장 큰 수익을 낼 수 것이 운영권과 광고권이다. 그런데 잠실구장 같은 경우 운영권과 광고권을 서울시가 가지고 있다. 물론 시에서 지었으니 그렇다고 하더라도 82년도에 지어진 구장이고 이미 준공할 때 투자한 금액은 거둬들였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운영권과 광고권을 시가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구단이 어디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겠나. 적자를 면할 길이 없는 거다. 이런 구조로 가면 성장할 수가 없다. 내가 9구단, 10구단이 창단될 때 냈던 4개의 아이디어 중 하나가 바로 구단이 운영권과 광고권, 그리고 명명권(命名權)을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각 지역 시장들을 만나 이런 점을 무던히 설파했고 효과를 거뒀다. 그런데 서울시에서 광고권을 회수해 가면서 각 지역에서 서울시는 광고권을 다시 가져가는데 왜 여기는 구단에 특혜를 주느냐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말들이 나오고 문제가 되면서 오히려 구단이 시에 돈을 내는 현상이 발생하고 말았다. 이런 것들을 사람들이 잘 모른다.

결국 서울시가 변해야 한다. 야구에서만 끝날 문제가 아니다. 다른 종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다. 구단 수익구조가 개선이 돼야 지금의 적자구조를 탈피할 수 있다. 시가 구단에게서 돈을 받으면 안 된다. 권리를 구단에 주든지 아니면 서로 공유를 해야 한다.

내가 계속해서 인프라를 외치는 이유가 있다. 1984년도에 다저스타디움을 방문했다. 실제로 가서 비교해보니 그 당시 우리나라 야구장은 야구장도 아니었다. 그 때 든 생각이 프로는 우리나라 야구장 같은 곳에서 야구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때부터 인프라를 외치고 다녔다. 인프라 구축 없이 어떻게 야구를 하자는 말인가. 지금 프로야구가 8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왜 800만이 됐는지 생각해보라. 구단이 2개 늘고, 운동장이 커졌기 때문에 800만 관중이 달성된 거다. 우리나라 프로야구가 앞으로 더욱 관중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인프라 확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래서 내가 계속 인프라를 외치는 것이다."

▲ FA 몸값 폭등현상 & 제도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수 년 전부터 자유계약선수(FA)들의 '몸값 거품'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도 선발투수 기근으로 대형 투수들의 몸값이 폭등했고, 최형우가 FA 최초 100억 원 계약을 달성했다. 허 위원은 이런 상황에 대해 '시장 논리 속에서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답했다.

"우선 팀이 2개가 늘어나면서 선수들의 수요 공급 밸런스가 맞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수요 공급 균형이 맞는 데까지 5년이 걸릴 것이라고 봤다. 그 이상으로 길게 가진 않을 것이다. 나는 이런 FA 몸값 폭등 현상이 거품이라기보다는 자본주의 사회 속 스포츠 산업에서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시장 원리에 따라 생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본다.

중요한 것은 몸값 폭등 현상이 장기화되지 않기 위해 대비를 해야 된다는 것이다. 투자를 해서 자원을 확충해야 한다. 유소년 팀을 많이 만들어서 좋은 자원을 육성해야 한다. 그래야 풍족한 자원이 확보되고 이런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 또 외국인 제한 규정을 일정 부분 완화해 다양한 국가에서 선수들을 영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외국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어리고 실력이 좋지만 돈이 없어서 야구를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 그럼 유럽 축구처럼 구단이 관찰하고 스카우트해서 교육시키고 육성해 프로선수를 만드는 방법도 있다. 이런 노력 없이 무작정 몸값이 비싸다는 말만 해서는 안 된다.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일본은 고등학교 야구팀이 4000개가 넘지만 이 학교들은 대부분 특기생 학교가 아니다. 우리도 모든 스포츠가 마찬가지로 학교에서 클럽팀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왜 우리는 꼭 엘리트, 특기자 야구만 해야 하나. 마스터 플랜을 가지고 접근을 해야 한다. 커쇼가 수백억대 계약을 했다고 해서 사람들이 비싸다고 말하지 않는다. 풍부한 자원 속에서 자신의 실력을 입증해 따낸 계약이기 때문이다."

FA 몸값 폭등 논란을 이야기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대화 주제가 FA제도로 넘어갔다. 현 FA제도는 횟수부터 연도까지 제도적으로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다. 특히 FA 제도에 있는 보상 규정으로 인해 슈퍼스타가 아닌 선수들은 시장에 나와도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FA 미아가 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허 위원은 이런 문제의 해결책으로 구단의 '수익구조' 개선을 꼽았다.

"결국 선수들의 권익 문제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의 환경이나 수익 구조 속에서는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 선수들 권익을 따라가기 힘들다. 그룹에서 구단에 주는 돈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다른 쪽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 결국 선수들이 줄어들거나 연봉을 적게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그래서 운영권이나 광고권 수익을 구단이 갖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함께 발전해 나갈 수 있다. 또 FA 횟수나 연도 등 제도적 문제도 선수협과 논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 끊임없이 발생하는 사건사고

올 시즌 국내 프로야구는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800만 관중을 돌파했지만 그 이면엔 도박, 승부조작, 음주운전 등 여전히 발생해선 안될 일들이 이어졌다. 도대체 왜 끊임없이 이런 사건들이 발생하는 것일까. 허 위원은 유소년 시절 제대로 된 교육체계가 잡혀있지 않은 우리나라 시스템의 부재를 원인으로 꼽았다.

"나는 이런 문제들이 터졌을 때 접근하는 방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성인이 된 프로선수를 구단이나 감독, 코치들이 교육시킨다고 잘 바뀌겠나. 당장 팀의 승리와 성적에 집중하기도 바쁜데 인성교육까지 맡기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이런 인성은 어릴 때부터 몸에 배어있어야 하는 것이다. ‘운동하는 기계’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을 바꿔야한다. 그것을 바꾸지 않고서는 이런 문제들이 해결될 수가 없다. 판단력과 조절 능력이 없고, 사회적 의무감이 무엇인지 모르는 선수에게 무엇을 바랄 수 있겠나. 챔피언, 금메달에만 집착하지 말고 어릴 때부터 정상적인 학창 생활을 하면서 운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교육계에서 이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사진 | 스포츠서울 DB,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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