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이 전하는 야구의 모든것

[SS야구in ②] '35년 해설인생' 허구연 "네 차례 감독 제의, 결국 내 길은 해설" - 스포츠서울(2016.12.15)

허프라 ㅣ 2017.02.09 15:25

[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1982년 국내 프로야구가 출범한 이래 올해로 35년째. 허구연 위원의 해설 경력도 프로야구의 역사와 함께 한다.

 
초등학교 시절이던 1959년 처음 야구를 시작해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에서 실업야구 인생을 보냈지만 불의의 부상으로 젊은 나이에 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던 그는 운동을 하지 못하는 대신 꾸준한 공부를 통해 프로야구 출범과 함께 해설자의 길로 들어섰다.

야구 감독과 코치직을 역임하기도 했지만 결국 자신이 가야할 길은 야구 해설위원이라고 밝힌 허구연 위원은 야구해설과 관련한 질문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자부심 가득한 목소리로 답변을 이어나갔다.

Q. 최근 한 시상식에서 하일성 상을 수상한 뒤 수상소감으로 프로야구를 마라톤에 비유하며 “35km를 뛰어왔는데 원년부터 함께 뛰어온 주자가 떠났다. 남은 7km를 어떻게 뛰어야 하나”라고 말한 바 있다. 고 하일성 위원이 떠난 뒤 야구계와 해설계의 원로로서 책임감이 더욱 막중해졌는데.

허구연 : 그동안 네 차례 감독직 제의를 받았지만 결국 나는 해설의 길을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감독은 잘 할 사람이 많고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해설이기 때문이다. 해설을 하려는 후배들이 많아졌는데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해설을 쉽게 생각하지 말고 남의 흉내를 내지 말 것', 그리고 '우선순위를 모두 해설에 둬야한다'는 것이다. 야구의 기술과 전술만 보지 말고 넓은 시야를 가지고 야구 전체를 아우르면서 해설을 해야 한다. 자기계발 역시 꾸준히 해야 한다. 이것은 선수시절 슈퍼스타였던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다. 선수로서 잘하는 것과 코치로서 잘하는 것, 감독으로서 잘하는 것과 해설을 잘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Q. 지금껏 해설을 해오면서 많은 캐스터들과 호흡을 맞춰왔지만 그래도 현재 야구팬들에게 가장 익숙한 조합은 바로 한명재-허구연 콤비다. 허구연 위원이 생각하는 한명재 캐스터는 어떤 사람인가?

허구연 : 한명재 캐스터는 케이블 TV가 생기면서부터 함께 방송을 했다. 한명재라는 사람의 장점은 야구에 투자하는 시간이 굉장히 많다는 것이다. 어떤 상황을 표현할 때 준비와 생각을 많이 하고 표현한다. 그래서 압축된 표현을 상당히 잘한다. 워낙 야구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고 깊이가 있어 함께 방송을 하면 가장 편하다. 무슨 이야기를 해도 다 알아듣고 받아친다. 그게 한명재 캐스터의 가장 큰 장점이다.

Q. 매년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기간동안 직접 현장에 가서 중계를 한다. 매번 갈 때마다 느끼는 감정이 새로울 것 같은데 올해는 어땠는지 궁금하다.

허구연 : 예전 보스턴 레드삭스가 86년 만에 밤비노의 저주를 풀며 우승을 차지할 때도 직접 가서 중계를 했다. 그 땐 사실 별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올해 월드시리즈를 직접 현장에서 중계하며 운이 참 좋다는 생각을 했다. 역사적인 두 팀이 저주를 푸는 게임을 현장에 와서 봤다는 것이 남다르게 다가왔다. 또 인상 깊었던 점은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봤던 크리스 브라이언트(시카고컵스, 2016 내셔널리그 MVP)와 경기를 뛰는 크리스 브라이언트가 확연히 달랐다는 점이다. 경기에서 활약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정말 놀랐고 푹 빠져버렸다. 또 어린 선수임에도 품위가 있었다. 이런 것들이 굉장히 부러웠다.

Q. 미국에서 빈 스컬리를 만난 것이 기억에 남는다. 빈 스컬리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직접 만나본 소감을 듣고 싶다.

허구연 : 빈 스컬리(67년간 LA다저스의 경기를 중계한 아나운서)와 몇 차례 만남을 가졌지만 지난해 은퇴를 앞두고 있는 빈 스컬리를 만났을 땐 감회가 새로웠다. 또 그 나이까지 방송을 했다는 것과 건강을 유지했다는 점이 부러웠다. 빈 스컬리의 방송을 들어보면 간결하고 듣기 쉽게 해설을 한다. 또 사람 자체도 굉장히 따뜻하다. 빈 스컬리를 포함해 오랜 기간 해설을 한 해설자들을 보며 든 생각은 우리나라 스포츠계에서 캐스터, 해설자, 기자가 너무 단명한다는 것이다. 한 선수의 데뷔시절부터 현재까지 모두 본 기자가 쓰는 기사와 그렇지 않은 기자가 쓰는 기사는 천지차이다.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며 빈 스컬리에 대한 부러움이 더욱 커졌다.

Q. 과거 인터뷰에서 “내 목표는 해설하다가 은퇴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 목표는 아직도 유효한가.

허구연 : 당연히 유효하다(웃음). 앞으로 내 인생이 어찌 될지는 모르지만 내 꿈은 해설을 하면서 야구계에 이바지하고 은퇴하는 것이다.



사진 | 스포츠서울 DB, MBC 제공
 
저작권 문제 시 연락주시면 삭제하겠습니다.

뉴스목록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