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이 전하는 야구의 모든것

[오!쎈 인터뷰] 허구연의 진심 "한국의 빈 스컬리를 꿈꾼다" - OSEN (2017.08.01)

허프라 ㅣ 2017.08.08 17:00



[OSEN=횡성, 최익래 기자] "정치요? 야구 행정이요? 저는 중계 부스가 너무 좋습니다".

허구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7월 31일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횡성에서 '허구연과 함께하는 제4회 롯데리아 페스티볼' 대회의 결승전이 열리기 때문. 하지만 경기에 앞서 변수가 생겼다. 당초 30일 선발등판 예정이었던 류현진이 이날 마운드에 오른 것.

허구연 위원은 류현진이 선발등판한 31일 LA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의 경기 해설을 맡았다. 경기는 연장 승부가 펼쳐졌고 허구연 위원은 오후 1시가 넘어서야 횡성행 차에 몸을 실었다. 변변히 점심을 떼울 시간도 없어 햄버거로 대체했다.

31일 횡성 베이스볼파크에서 만난 허구연 위원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허 위원은 "도시락이나 김밥, 햄버거 맛집을 잘 알고 있다. 원체 자주 먹기 때문이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날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의 경기는 오전 9시 8분 플레이볼. 허 위원은 새벽 5시부터 기상해 중계를 준비했다. 잠깐의 틈도 없이 횡성으로 향하는 '더블헤더'. 허 위원은 "이름값으로 해설을 하면 안 된다. 후배들과 경쟁에서 이기려면 몇 배를 노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일주일에 3~4차례 중계만으로도 벅찬데, KBO 야구발전위원장까지 맡고 있다. 전국 각지를 누비는 게 허 위원의 일상이 돼버렸다. 허 위원은 "3년 동안 14만5천km를 주행해서 차를 바꿨다"라고 운을 뗀 뒤 "올해로 야구발전위원장을 맡은지 9년째다. 그전까지 전국에 야구장이 200개도 채 안 됐다. 하지만 9년이 지난 뒤 500개가 훌쩍 넘는다. 이 점은 스스로도 자랑스럽다. 돔구장만 신경 쓰는 게 아니다"라며 껄껄 웃었다.

광주와 대구, 창원의 신축구장부터 수원, 대전구장의 리모델링까지. 거기에 생활 체육 야구인을 위한 시설까지 신경 썼다. 허 위원은 "4대강 개발 당시 체육시설에 야구장이 없었다. 그저 축구와 농구 골대 몇 개를 만드는 게 체육 시설 설계의 고작이었다.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지 않나. 장관급 인사들을 만나 난리를 쳤다. 결국 4대강 개발로 42개의 야구장이 지어졌다"라고 회상했다.

때문에 '허 위원이 정치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허 위원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9구단 NC와 10구단 kt의 창단 과정에서 창원과 수원 지자체장을 만나 설득했다. 창원시는 당시 집권 여당이, 수원시는 당시 야당이 시장직을 맡고 있었다. 내가 만일 정치권과 결탁했다고 치자.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내게 정파라면 '누가 더 야구를 위하는가'만을 두고 따질 뿐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 위원은 "내가 35세 때 청보 핀토스 사령탑을 잡았다. 이후 롯데 자이언츠 수석코치나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 코치를 맡았다. 하지만 코칭스태프는 내게 어떤 보람도 없었다"라고 회상했다. 허 위원은 "과정 대신 성적만으로 평가받는 현실이지 않나. 그 점이 아쉬웠다"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허 위원은 그때부터 진로를 확실히 정했다. 코칭스태프는 물론 정치, 행정 모두 휘둘리지 말고 오직 해설과 야구발전에만 신경 쓰자고.

그렇게 인생의 목표를 정한지 어느덧 20년이 넘었다. 그 시간이 흐르며 허 위원의 고집은 더욱 단단해졌다. 정치권과 야구 행정 쪽에서 숱한 러브콜이 들어왔으나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평안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라는 말처럼.

최근 프로야구계에서 돌고 있는 'KBO 총재설' 루머에 대해서도 같은 맥락으로 설명했다. 허구연 위원은 "수사처럼 들릴까 염려되지만, 나는 한국의 빈 스컬리를 꿈꾼다. 얼마나 대단한가. 어느 순간, 은퇴를 결정할 날이 찾아올 것이다. 그때 야구팬들이 '허구연? 다른 건 몰라도 참 야구 하나만을 위해 열심히 했던 사람이야'라고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그게 작은 바람이다"라고 진심을 꺼내놨다.

한국의 빈 스컬리를 꿈꾸는 허 위원. 중계 부스 안에서는 여전히 빈 스컬리를 꿈꿀지 몰라도, 부스 밖에서까지 야구를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열정은 이미 빈 스컬리를 제치지 않았을까. /ing@osen.co.kr

기사제공 OSEN
 
 
저작권 문제 시 연락주시면 삭제하겠습니다.

뉴스목록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