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이 전하는 야구의 모든것

‘한국야구 산증인’ 허구연 위원이 회상하는 20세기 전설들 - 스포츠동아 (2018.12.28)

허프라 ㅣ 2018.12.28 10:00

선동열(왼쪽)-최동원.
‘증말 대단했던 슨슈다(?).’

허구연(67) MBC 해설위원은 KBO리그의 산증인이다. 프로 원년인 1982년부터 중계 마이크를 잡았다. 비록 1986년부터 5년간 감독과 코치, 연수 과정을 거치며 잠시 화면에서 멀어졌지만 1991년부터 28년간 꾸준히 현장을 누비는 중이다. 자연히 2008베이징올림픽을 기점으로 야구에 유입된 팬들에게 익숙지 않은 20세기 전설들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

스포츠동아가 세이버매트릭스를 참고로 선정한 ‘20세기 베스트10’의 명단을 허 위원에게 전달한 뒤 그들에 대한 해설을 부탁했다. 허 위원은 “대체적으로 뽑힐 만한 선수들이 뽑혔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가 기억하는 20세기 최고의 투수는 선동열이다. “선동열과 고(故) 최동원이 한국야구 최고의 투수라고 생각한다. 다만 프로야구로 범위를 한정한다면 선동열이 더 낫다. 최동원은 프로 출범 전부터 전성기를 누렸기 때문이다. 선동열의 ‘저공비행’ 투구는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땅에 깔려서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그야말로 완벽했다. 20세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기술이 발전된 지금도 그런 투수는 없다.”

그들의 독보적인 기량만큼 아쉬운 것이 해외진출 무산이다. 허 위원은 “LA 다저스를 비롯한 많은 메이저리그 구단이 선동열에게 관심을 드러냈다. 최동원도 미국행 직전에 무산됐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들이 미국에 진출했다면 박찬호 이전에 ‘코리안 특급’ 전설을 썼을 것이다. 만일 선동열과 최동원의 해외 진출이 현실화됐다면 한국야구가 어떻게 달라졌을지 모른다”며 아쉬워했다.

삼성 이만수(왼쪽)-이승엽. 스포츠동아DB

허 위원은 포수(이만수)와 1루수(이승엽), 유격수(이종범), 지명타자(양준혁) 포지션의 결과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동의했다. 이들이 아니면 뽑을 이가 없다는 확신이다. 21세기 최고의 공격형 포수로 일컬어지는 강민호·양의지도 해내지 못한 타격 3관왕을 해낸 이만수의 가치를 높게 쳤다. 이승엽과 이종범, 양준혁에 대해서는 오히려 코멘트를 아꼈다. “굳이 이야기 할 필요가 있나? 최고의 타자들이다. 그야말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이들이다”라고 허 위원은 찬사를 보냈다.

오히려 허 위원이 주목한 건 이들의 기량 너머의 영역이다. 이만수와 이승엽, 이종범, 양준혁은 단순히 기량을 넘어, 프로야구의 국민적 인기를 견인한 공신이다. ‘헐크 세리머니’라는 별명이 붙었던 이만수의 오버액션, 이승엽의 홈런 신드롬이 만든 잠자리채 열풍, 이종범의 범국민적 인기가 만든 가수 데뷔까지…. 이들의 발자취는 한 시대의 상징처럼 남아있다. 허 위원은 “20세기 야구 붐은 이들을 주축으로 이뤄졌다. 지금 후배들이 고마워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허구연 위원은 박재홍~장효조~심정수가 외야수 명단을 장식한 것에 대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 중에서도 ‘통산 타율 1위’ 장효조에 대한 추억을 꺼낼 때는 몇 차례나 감탄을 했다. 허 위원의 기억 속 장효조는 ‘우리나라에서 타격은 내가 1인자’라는 자존심으로 똘똘 뭉쳐있었던 선수다. 장효조는 또 타석에서 이를 증명해냈다. 허 위원은 “넘쳤던 자신감이 허세로 비춰지지 않은 것은 그가 만들어내는 결과 때문”이었다고 했다.

20세기 외야수 최고의 별로 떠오른 ‘리틀쿠바’ 박재홍을 두고는 “저평가된 선수”라며 아쉬워했다. 그 정도에 머물 선수가 아니라는 말이다. 박재홍의 데뷔 시즌 30홈런 기록은 아직 어떤 신인도 깨지 못하고 있다. 올해 신드롬을 일으켰던 강백호도 그의 아성을 넘지 못했다. 30홈런-30도루 클럽 세 차례 가입 역시 박재홍만이 남긴 대기록이다. 허 위원은 “공수주 모두 완벽했던 선수다. 외야수는 물론 포지션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최고 타자 중 한 명”이라고 극찬했다.

다만 허 위원의 기억과 기록이 엇갈리는 포지션도 있었다. 3루수로 선정된 홍현우를 두고 “선수생활 말년이 아쉬웠지만 훌륭한 3루수였다. 하지만 김동주나 한대화의 이름이 없는 것은 조금 의아하다”는 의견을 냈다. 비록 21세기 올스타에 김동주의 이름이 있지만 “20세기에도 최고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는 모습이었다. KBO리그 역사상 김동주만한 3루수는 없었다”는 게 허 위원의 설명이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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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sports.news.naver.com/kbaseball/news/read.nhn?oid=382&aid=0000698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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