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이 전하는 야구의 모든것

[김윤환의 책과 사람]⑮구수한 사투리의 비밀-야구 해설가 허구연 - 시빅뉴스 (2019.12.15)

허프라 ㅣ 2020.02.28 15:53



특유의 사투리 발음 등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허구연은 몇십 년간 대한민국 야구 해설자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유는 해설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재미없는 투수전이든 에러가 계속 나오는 수준이하의 경기도 허구연의 해설을 곁들이면 다이나믹한 경기가 된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선발 등판 경기마다 해설을 전담하는 이유는 이러한 몰입감 때문이다. 구수한 사투리와 함께 허구연의 해설은 중독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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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분하고 재미없는 스포츠 중계도 많이 있다. 아나운서, 해설자의 빈약한 지식 때문이다. 누가 공을 차서 누구에게 줬다. 누가 골을 넣었다. 누가 던지고 있다. 스트라이크다. 아웃이다. 이런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중계는 재미가 없다. 그럴 땐 차라리 소리를 없애고 화면만 보고 싶다.

허구연이 수십 년간 야구 해설 전문가로 활약하는 비밀은 무엇일까? 그가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비밀은 책과 서재다.

그에게 서재는 물이 마르지 않는 우물이다. 서재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야구에 대한 공부도 하고 분석도 하고 중계방송 준비도 한다. 서재는 마르지 않는 우물처럼 끊임없이 정보를 접하게 되는 공간이다. 야구 연구소, 작업장 역할을 하는 곳이 그의 서재다. 우리는 어느 분야에서든 전문가가 되고 싶어한다. 전문가가 되는 방법은 간단하다. 실천하지 않기 때문에 비전문가의 자리에 머물 뿐이다. 그의 집에도 서재가 있고 사무실에도 서재가 있다.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무실 서재에는 거의 대부분이 미국, 일본 야구 스포츠 관련 서적들이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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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연 해설위원(사진: 더팩트 제공).



야구 해설의 어려움은 짧은 시간에 정확하게 설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많은 지식과 정보를 입력해두었다가 짧은 시간에 뱉어내야 한다. 순간적 발언은 머릿속에 DB가 구축이 되어 있어야 가능하다. 해설을 잘하기 위해서는 야구만 알아서는 안 되고 독서를 통해 그리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많은 정보를 습득해야 한다. 특히 비유적인 멘트는 독서 지식에서 축적된 돌출 발언이다. 시청자는 따분한 직설화법보다는 비유적 표현에 혹하고 매료된다. 경기 상황을 직설적으로 설명한다면 해설이 필요 없다. 스포츠 해설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에 대한 식견과 예지력은 다양한 독서를 해야만 가능하다.

또한 해설은 논리적이고 정리가 되어야 한다. 허구연은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법학 서적을 열심히 읽고 공부했던 것들도 해설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법의 엄격성, 논리와 추론을 융합해서 명해설가로 활약하고 있다.

1982년 프로야구 개막과 함께 본격적으로 마이크를 잡은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한 가지 결심을 했다. 국적이 없는 일본식 야구용어를 바로잡겠다고 한 것이다. 정식으로 계약한 후 MBC 관계자들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고 해서 ‘야구용어를 바꿀 생각’이라고 했다. 당시에는 국적불명의 일본식 야구용어를 쓰고 있었다. 야구는 미국에서 건너온 것이다.

태권도가 하나, 둘, 셋이라고 하듯이 미국용어를 쓰든지 아니면 우리말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볼을 볼넷이나 베이스온볼스, 데드볼은 몸 맞은 공, 온더베이스는 태그업으로 등등 프로야구 중계는 물론이고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등을 통해 줄기차게 올바른 용어를 설명하고 주입했다. 한국야구 용어에 전환점을 만들었다. 그런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도 공사판과 마찬가지로 일본식 야구용어를 쓰고 있을 것이다.

허구연이 밝힌 해설가론은 이렇다. “그냥 경기 중계만 하는 해설가로 끝나면 안 됩니다. 해설하면서 팬들에게 야구를 이해시키고 대중화시키고 여기에 부족한 인프라, 선수 수급 같은 한국 야구의 문제점들도 얘기해야 해요. 현장에 있는 감독·선수들은 승리만 생각하지 다른 것을 볼 여유가 없거든요. 이게 야구해설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해설가는 처음 야구를 접하는 팬과 마니아층 사이의 간격을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스포츠는 즐기는 것, 당연히 오락적 요소와 야구 본연의 진지함을 적절히 섞을 수 있어야 한다. 이게 허구연 해설의 특징이요 매력이다. 그는 감독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듯 작전상황 예측을 잘하기로 유명하다.

‘많이 공부하고 게임에 몰입하면 영감이 떠오른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많이 공부하고, 그 평범한 말의 실체는 결코 만만치 않다. 그는 야구 DB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아침 일찍 출근, 미국 메이저리그 15게임을 두루 본다. 오후 6시면 일본 야구도 대부분 본다. WBC나 올림픽 같은 국제대회에서 미국이나 일본 선수들의 장단점을 꿰뚫는 것도 이런 노력의 결실이다. 야구 인구의 저변확대, 즐기는 야구, 전문가 뺨치는 야구 마니아들이 많아지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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