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이 전하는 야구의 모든것

허구연 "사장·단장은 그만뒀는데... 선수협 나서서 일벌백계 하라" [한국야구, 길을 묻다] - 스타뉴스 (2..

허프라 ㅣ 2021.09.06 10:23

허구연 해설위원. /사진=뉴스1

출범 후 40번째 시즌을 맞은 한국프로야구 KBO리그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위기에 놓여 있다. 리그의 질적 수준이 갈수록 떨어진다는 지적 속에 지난 도쿄올림픽에서는 노 메달 수모를 겪었다. 일부 선수들의 일탈도 끊이지 않는 데다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팬들의 관심마저 시들고 있다. 스타뉴스는 창간 17주년을 맞아 KBO리그의 산증인들에게 한국 야구가 나아갈 길을 물었다. /스포츠부

[한국야구, 길을 묻다] ① 김성근 ② 김인식 ③ 허구연 ④ 이순철 ⑤ 이승엽

허구연(70) MBC 해설위원 겸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고문은 프로야구가 매우 중대한 갈림길에 왔다고 경고했다. 2000년대 초반 한 시즌 관중이 200만 명대로 떨어졌던 시절 이후 가장 큰 위기라 지적했다. 그는 야구계가 이번 사태를 결코 얼렁뚱땅 넘어가서는 미래가 없을 것이라 강조했다.

한국 야구는 지난 여름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일부 프로 선수들이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위반하며 원정 숙소에서 외부인과 술자리를 가졌다. 직후 참가한 올림픽에서는 노 메달로 돌아왔다. 허 위원은 한국 야구의 국제 경쟁력 약화와 선수들의 잦은 일탈은 별개 문제가 아니라고 진단했다.

다음은 허구연 위원과 일문일답.

- 이번 위기를 매우 엄중하게 평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평소처럼 인기가 회복될 것이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선수들의 일탈 문제는 이제 야구에 관심 없던 사람들까지 안다.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정치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벌써 야구에 대한 투자를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이런 부정적인 인식이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당장 관중 감소가 문제가 아니다.

- 프로 선수들의 일탈은 과연 예방 가능한가.

이미 성인들이다. 성인들을 교육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어릴 때부터 인성 교육이 안되면 커서도 안되는 거다. 프로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 구체적으로 어떤 장치가 필요한가.

아마추어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소관이지만 현실상 쉽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직접적인 권한이 없다. 교육부가 나서야 한다. 교육부에서 커리큘럼에 넣어야 무언가 바뀐다. 야구뿐 아니라 모든 종목이 마찬가지다. 엘리트 스포츠 선수들을 운동만 하는 기계로 만들지 않으려면 교육부가 나서야 한다.

- 프로 차원에서는 어떤 대책이 가능할까.

앞서 말했듯 인성교육은 의미 없다. 이제는 일벌백계로 가야 한다. 구단이나 KBO 자체 징계도 한계가 있다. 프로 선수는 성인이다. 성인은 일을 저질렀으면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하는데 구단 사장과 단장이 그만 뒀다. 제일 큰 벌은 당사자들이 받아야 한다. 구단은 그 다음에 도의적 책임을 지면 된다. 미국 메이저리그도 그렇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강력한 자체 징계안을 마련했으면 한다. 성추문이나 음주운전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선수는 단번에 회원 자격을 박탈한다든지 스스로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야구 대표팀 선수들. /사진=뉴스1-


올림픽 실패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지.

한국 야구는 우물 안 개구리다. 미국에서 세이버메트릭스, 트랙맨, 첨단기기 및 군사 장비까지 들인 게 20년 전이다. 날씨만 찾아서 캠프를 떠나니까 발전이 없다. 선진 야구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알려고 해야 한다. 요즘은 미국에 가면 30개 구단에 일본인이 없는 구단이 없다. 1980~90년대에 우리가 미국 야구를 접목해 일본을 따라잡았는데 이제 반대다.

운이 없어서 진 것이 아니다. 실력이 부족했다. 올림픽에 나오는 선수들이 사실 최정예도 아니다. 미국, 캐나다, 베네수엘라, 일본, 도미니카공화국에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다 나온다고 하면 이길 수 있을까? 이게 한국 야구 현실이다. 팬들은 엄청나게 잘하는 줄 안다. 선수들은 포만감 속에 있다.

- 지도자들이 더 배워야 한다는 뜻인가.

과거에는 진찰을 잘하는 의사가 명의였다. 지금은 MRI, CT 등 첨단 의료기기가 촬영을 다 해준다. 판독을 잘해야 명의다. 야구에는 아직도 맥을 짚는 사람이 있다. '앞에서 쳐라' 이런 이야기 누가 못하나. 회전수, 발사각 다 나온다. 최신 스마트폰이 나왔는데 아직도 10년 전 모델을 쓰고 있는 격이다. 우리는 지금 탐구열이 줄었다.

- 선수들이 할 일은 무엇인가.

나는 강민호(36·삼성)를 좋아한다. 나도 캄보디아, 베트남, 익산 등지에 야구장을 지었다. 강민호도 야구장을 만들었다. 기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FA(프리에이전트)로 100억원 받으면 당연히 기부한다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선수들이 지금 실력은 없으면서 돈 많이 받고 술 먹는 집단이 됐다. 이걸 만회하려면 기부하고 봉사해야 한다. 메이저리그는 당연히 한다. 우리는 월요일에 쉬지 않나. 선수협 차원에서 순번을 정해 꾸준히 사회공헌활동을 했으면 한다.

-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이야기는.

김응용(80) 전 감독님이 화가 나셔서 '(선수들의) 배에 기름기가 꼈다'고 하셨는데 더 중요한 것은 머리에 기름이 끼면 안된다. 야구 잘하면 세상이 야구로 다 되는 줄 착각한다. 팬들도 수준이 높아서 다 보고 있다. 메이저리그를 보고 세계 수준과 비교한다. 국내에서 잘하는 것은 이제 의미 없다. 아구계가 진짜 위기다. 이번 기회로 전부 반성을 하고 극복을 했으면 좋겠다. 단단한 각오로 9회말 대역전을 바란다.

기사제공 스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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