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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에 맞는 전력강화책 필요 (13. 3. 19 - 19화)

허프라 ㅣ 2013.03.19 10:13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이제 준결승 한 경기와 결승만을 남겨두고 있다.

필자는 지난달 추신수(신시내티)와 류현진(LA 다저스) 취재차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를 3주 가까이 방문했다. 마침 다저스 연습장을 사용한 WBC 이탈리아 대표팀 선수들을 매일 볼 수 있었다. 이탈리아는 이번 대회 1라운드에서 캐나다와 멕시코를 따돌리고 미국과 함께 2라운드에 진출한 후 강호 도미니카공화국과 푸에르토리코에 선전했으나 아깝게 탈락하고 말았다.

이탈리아는 제법 긴 기간 팀워크를 맞추면서 조직력 강화에 성공했다. 이탈리아뿐 아니라 4강에 오른 네덜란드 역시 만만찮은 준비를 했다. 아직 우리에겐 낯설게 느껴지지만 유럽 야구는 이번 대회를 통해 앞으로 더 강해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1회 대회 4강, 2회 대회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은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3회 대회에 임했지만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2017년 차기 대회도 4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을 선수들과 야구계는 깨달아야 한다. 한국야구가 앞으로 우승과 4강 진출을 노리기 위해서는 이번 대회를 통해 드러난 현주소를 깊이 되새기고 치밀한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첫째, 뚜렷해진 평준화 현상을 직시해야 한다. 해당국 프로야구 리그가 성행하지 않더라도 많은 마이너리거와 메이저리거가 조국 대표로 참가한다면 리그 수준은 참고사항일 뿐이다.

둘째, WBC에 맞는 전력강화책 수립이다. 대회 방식이 두터운 투수층을 보유한 팀에 유리하기 때문에 일본과 미국, 도미니카공화국 등이 좋은 성적을 거뒀다. 우리도 투수력 향상과 대비책이 있어야 하고, 정보 수집도 꾸준하고 장기적으로 다양하게 이뤄져야 한다. 대회에 참가하는 특정 투수와 타자도 중요하지만 상대팀의 전체적인 전력과 운용 계획을 꿰뚫어볼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의 정보 분석력은 다른 나라에 비해 우세한 편이지만 일본에 비하면 아직 부족하다.

셋째, 전력 극대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및 인식 변화다. 특히 구단 이기주의에 대한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 국제대회 참가에 비협조적인 구단에 대해서는 병역 혜택이 있는 아시안게임 대표 선수 선발시 불이익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병역 혜택을 받은 선수가 외국에 진출할 때는 국가대표 참가 의무 조항 채택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해외 진출 선수가 태극마크를 달고 싶어도 미국 메이저리그나 일본 구단들이 난색을 표할 경우 선수가 대응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줘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내 스타급 선수들의 매너리즘 탈피와 선발대상의 폭 확대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09년 2회 WBC를 정점으로 일부 스타급 선수들의 실력이 정체되고 있는 현실은 프로야구의 발전 저해와 국제 경쟁력 하락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젊은 선수 발탁을 통한 세대교체와 경쟁을 통한 시너지 효과가 있어야 한다. 또 경쟁의 폭을 넓혀 해외파 발탁도 적극적으로 고려해봐야 한다. LA 에인절스의 한국계 포수 최현(미국명 행크 콩거)의 경우가 좋은 예이다. 본인도 조국이 부른다면 언제든지 오겠다고 했다.

2017년 WBC엔 구단과 선수, 야구인들이 적극 협력해야만 목표에 도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예선전 국내 개최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 팬들도 이제는 안방에서 응원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 남은 4년은 긴 것 같지만 짧다.
 
<일간스포츠에 연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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