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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연 관전평] 주목받는 코리안 빅리거 투·타 대결에 뿌듯 (13. 7. 29 - 27화)

허프라 ㅣ 2013.07.30 09:17



LA 다저스-신시내티(28일·다저스타디움)

메이저리그 정상급 1번타자 추신수(31·신시내티)와 주목 받는 신인 류현진(26·LA 다저스)의 한국 선수간 맞대결을 지켜보면서 야구인으로서 매우 자랑스러웠다. 1984년 이후 근 30년 만에 LA 다저스타디움을 방문했는데 (이날 TV 중계를 한) 폭스 방송사는 물론이고 (1950년부터 다저스 전담 아나운서를 맡고 있는) 빈 스컬리까지 두 선수에 대해 알고 있었다. 일본과 비교하자면 이치로와 노모의 맞대결 같은 분위기가 연출될 정도로 현지에서도 관심이 굉장히 높았다. 두 선수 모두 잘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앞서 박찬호와 서재응 등 많은 한국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있었지만 야수에 1번타자로 인정받고 있는 추신수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뿌듯하다.

류현진은 앞선 두 경기(10⅓이닝 9실점)에서 좋지 않아 어떤 피칭을 보여줄지 기대감과 함께 불안감도 있었다. 하지만 최고 시속 153km의 직구에서 나타나듯이 부진을 털어내겠다는 의지가 강했고, 홈 경기라는 이점까지 있었다.

경기 전 만난 더스티 베이커(64) 감독을 비롯한 신시내티 코칭스태프는 류현진에 대해 "좋은 투수라는 것을 알고 있다. 공략하기 힘든 투수다. 그렇지만 준비를 잘해 상대하겠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류현진이 좋은 피칭을 했다. 1-0으로 앞선 2회 제이 브루스(26)에게 동점 홈런을 맞은 후 집중력을 보였고, 1-1로 맞선 3회 2사 3루 위기에서 상대 간판타자 조이 보토(30)를 삼진으로 처리한 게 이날 경기의 백미였다. 그때 1점을 허용했다면 경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보토의 삼진 후 안정적인 페이스를 유지했고, 제구력과 구속 모두 애리조나(7월11일)·토론토(23일)전보다 좋았다.

특히 놀랐던 것은 추신수를 상대로 두 번째 타석에서 던진 체인지업(2구째·시속 129km)이다. 원래 류현진은 좌타자에게 직구와 슬라이더의 비중이 높고 체인지업을 잘 던지지 않았는데, 추신수에게는 체인지업으로 1루 땅볼을 유도했다. 평소와 다른 공 배합이 추신수를 당황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이 공 하나가 의미 있었다. 앞으로 좌타자를 상대할 때 계속 던져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스트라이크존에서 떨어지는 원바운드성 커브도 좋았다.
 
왼 손바닥에 통증이 있는 추신수는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공격에서 베스트는 아니었지만 수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에 만족한다. 추신수는 의젓하고, 팀은 물론이고 메이저리그에서도 인정받는 선수다. 리더 역할을 잘 해내는 중이다. 베이커 감독이 경기 전 추신수에게 "류현진이 나오고 한인들도 경기장에 많이 왔는데 오늘은 쉬어라"고 농담을 했을 정도로 팀에서 인정받고 있다.
 
 
<일간스포츠에 게재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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