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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연 야구론] 韓야구계의 숙제, ‘이승엽 다음은 누구?’ (13. 6. 25 - 26화)

허프라 ㅣ 2013.06.25 13:57



프로야구 개인 통산 최다 홈런 신기록을 세운 이승엽(37·삼성)의 대를 누가 이을 것인가는 한국 야구계가 안고 있는 숙제 중 하나다.

‘국민타자’ 이승엽은 한국과 일본 무대에서 때린 홈런수뿐 아니라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에 이르기까지 한국 야구 발전에 공헌한 비중이 매우 크다. 국제대회에서, 그것도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한·일전에서 보여준 인상적인 활약은 그의 존재감 상승과 함께 국내 야구 붐 향상에 큰 몫을 했다. 이승엽이 쓴 국제대회 드라마는 한국 야구 위상 제고에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또 한 시즌 아시아 최다인 56홈런(2003년)은 일본야구계도 충격을 받았을 정도로, 어쩌면 영원히 깨기 힘든 기록이 될지도 모른다.

더욱이 이승엽은 한 차례의 스캔들이나 물의를 일으킨 적이 없는 모범적 선수 생활을 한 슈퍼스타다. 그를 만나거나 멀리서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의 행보를 보면서 과연 누가 제2의 이승엽에 가까운 선수가 되면서 국내 야구 붐업에 공헌할 수 있을까라고 자문해 본다. 현역 선수 중엔 김태균(한화)과 박병호(넥센), 최형우(삼성), 최정(SK) 등이 있지만 이승엽만큼 폭발적인 타격으로 한 시즌 50여 개의 홈런을 때려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대형 타자를 찾아보기 힘들어진 이유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아마야구의 우수 선수 대부분이 투수를 선호하고, 승부에 집착하는 현실 때문에 스케일이 큰 야구는 점점 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강인한 신체와 정신력을 보유한 선수도 예전보다 줄어들고 있다.
 
프로야구 역시 치열한 승부와 승리지상주의의 분위기 속에 히팅보다는 컨택트 위주의 타자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또 베이스 러닝 강화와 향상을 통한 1~2점 차 승부에 치중하고 있다. 이런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제2의 이승엽은 점점 찾아보기 어려워질 것이 뻔하다.

'야구의 꽃'이라는 홈런과 홈런 타자의 영향은 리그의 발전과 직결돼 있음을 야구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베이브 루스와 배리 본즈, 마크 맥과이어, 새미 소사, 일본프로야구에선 왕정치와 나가시마 시게오, 마쓰이 히데키, 그리고 한국에선 장종훈과 이승엽, 이대호 등 홈런 타자들이 각 리그사에 한 획을 그으면서 야구 인기를 향상시키는 데 공헌했다.

한 시즌 홈런왕이 아니라 꾸준한 성적과 함께 다년간 홈런왕이 되면서 리그의 화제를 몰고 다닐 슈퍼스타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 그러기 위해선 각 구단의 시각 변화를 통해 타자 선호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스타가 되기까지 투수에 비해 오랜 시간이 걸리고, 팬들이 매일 볼 수 있는 타자에 대한 평가 기준이 신인 드래프트 때부터 달라져야 할 시점이 아닐까 싶다.
 
<일간스포츠에 연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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