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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연 관전평] 류현진, 일단 연착륙 성공 (13. 4. 4 - 20화)

허프라 ㅣ 2013.04.17 15:56



류현진(26·LA 다저스)은 메이저리그 데뷔전치고는 상당히 괜찮은 피칭을 했다. 앞으로도 계속 큰 무대에서 던져야 하는데 그런 부담 속에서도 잘 던졌다. 무엇보다 경기 초반인 1·2회초 무사 1·2루 위기를 연이어 넘긴 것은 앞으로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만약 실점을 하고 확 무너졌다면 자신감이 상실될 수 있었다.

6회초 연속 삼진(버스터 포지·헌터 펜스)을 잡으며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무리한 것도 의미가 있었다. 안타(10개)를 많이 허용했지만 장타가 하나도 없었다는 것도 괜찮았다. 하지만 공이 높았던 것은 아쉽다. 타자의 무릎 쪽으로 가야 하는데 3~4개의 공이 가운데로 몰려 안타로 연결됐다. 그런 것들을 잘 보완해야 한다. 구심(폴 엠멜)이 몇 개의 공에는 스트라이크존을 너무 타이트하게 적용했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투수가 심판 판정에 신경쓰면 아무래도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던질 수밖에 없다. '이런 걸 안 잡아주네?'라고 생각하다보면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이날 투구에서 봤듯 직구 최고 시속이 93~94마일(150~151km)이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스피드로 타자를 압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제구력을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원바운드 볼이 없었다는 것은 맞혀 잡는 피칭이 좋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초구에도 배트를 휘두르는 메이저리그 타자 스타일에 적응을 잘 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류현진이 나왔다고 하면 상대팀이 선제점을 내려고 조심스럽게 공격하지만 메이저리그는 그렇지 않다. 자책점은 1점밖에 되지 않았지만 좀더 안정감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구속을 갑자기 올리는 건 쉽지 않기 때문에 적절한 제구를 바탕으로 볼 배합을 잘 해야 한다.

샌프란시스코 타자들도 류현진이 원래 좋은 선수이고, 완급조절을 잘 한다는 것을 알고 나와 큰 스윙을 하지 않았다. 공이 조금 높았던 것을 제외하면 괜찮았다. 경기 후 돈 매팅리 감독과 릭 허니컷 투수코치를 비롯한 다저스 코칭스태프의 평가도 모두 좋았다. 첫 등판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다음 등판은 피츠버그와의 3연전 마지막 경기(8일)로 예상되는데 일단 연착륙에는 성공했다.

<일간스포츠에 연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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