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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연 관전평] 류현진의 승부처는 ‘무릎’이다 (13. 4. 14 - 21화)

허프라 ㅣ 2013.04.17 16:04

류현진의 승부처는 '무릎'이다. 힘이 좋은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상대로 무조건 낮게 던져야한다. 애리조나 상대로 앞선 두 차례 등판보다 공이 타자 무릎 근처에 놀았다. 공이 낮게 제구됐고, 그것이 전체적으로 좋은 피칭과 많은 탈삼진으로 연결됐다. 본인도 알겠지만 앞으로도 낮게 공을 던지는 것이 성공 조건이 될 것이다. 한국에선 류현진이 완투형 투수였는데 지금 다저스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앞선 경기들과 달리 초반부터 전력투구를 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그렇게 던져야 한다.

사실 오늘 경기는 여러 면에서 의미있었다. 지난 두 번의 등판은 홈이었지만 오늘은 첫 원정경기였다. 낯선 마운드와 경기장에서도 흔들림없이 잘 던졌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뿐만 아니라 상대 투수가 에이스 이안 케네디였는데도 오히려 압도하는 투구를 했다. '경기를 지배하는 능력'을 보여줬다는 면에서 앞으로 상대하는 팀들도 다른 생각을 갖고 들어올 것이다.

경기 내적인 면에서는 포수 라몬 에르난데스와 호흡이 좋았다. 메이저리그에서 15년째 뛰고 있는 노련한 포수다웠다. 에르난데스는 큰 체구임에도 낮은 자세를 유지해 투수에게 좋은 타겟을 설정했다. 류현진은 미트만 보고 던질 수 있어 굉장히 편했을 것이다. 처음 배터리를 이뤘지만,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이 경기 전 얘기했던 것처럼 로케이션이 좋은 류현진의 장점을 더욱 살아날 수 있게 만들어줬다. 공 배합 역시 좋았다.

지난 8일 피츠버그전에서도 그랬지만 슬라이더의 구사는 효과적이었다. 메이저리그도 상대 투수에 대한 분석이 철저하다. 애리조나는 류현진의 직구와 체인지업에 초점을 맞춰 나왔고, 제3의 변화구(슬라이더, 커브)들이 효과적이었다. 체인지업이 29%, 슬라이더가 13% 정도였는데 좋은 비율이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 역시 커브를 구사할 때 나왔다. 3회말 2사 2루에서 파라에게 삼진을 잡은 공이 커브였다. 포수와 사인이 맞지 않은 것 같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상대의 허를 찌르는 공이었다. 그러나 골드슈미트에게 홈런성 타구를 맞은 것처럼 행잉 커브(떨어지지 않고 스트라이크존으로 가는 커브)는 언제나 위험하다.
 
타격은 기대 이상이다. '장난치는' 수준이 아니다. 파워포지션에서 히팅포인트로 가는 순간이 짧다. 아마 다른 팀들도 앞으로 타석에 선 류현진을 경계할 것이다.

잭 그레인키가 쇄골 골절을 당하면서 류현진의 팀내 비중이 커졌다. 3선발 이내의 중요한 위치에 서게 될 것이다. 오늘 피칭으로 코칭스태프의 충분한 신뢰를 얻었다고 본다. 조심스럽게 연착륙이라는 단어를 써도 좋을 듯 하다.
 
 
<일간스포츠에 연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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