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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연 관전평] 류현진, 결국 문제는 제구다 (13. 4. 21 - 22화)

허프라 ㅣ 2013.04.26 11:28



LA 다저스-볼티모어(21일)

승리는 못 얻었지만 많은 것을 경험한 경기였다. 내셔널리그에서 투수가 타격을 하는 팀들을 상대하다가 지명타자가 있는 아메리칸리그 타선과의 차이점을 느끼지 않았겠나 싶다. 이날 경기에서도 상위타선은 비교적 잘 막았다. 5번 크리스 데이비스에게는 2안타를 줬지만 1~4번타자에는 2개의 안타밖에 주지 않았다. 오히려 하위타선에서 홈런 2방을 맞았다. 인터리그 경기에서는 경계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구위도 지난번 등판보다 좋지 않았다. 전날 경기가 우천 연기되자 불펜투구 30개를 했다고 들었는데 낮 경기로 바뀌어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기온도 낮아서인지 직구 스피드가 안 나왔다. 평균 구속이 시속 90마일(144㎞) 정도 였는데 그런 스피드로는 제구가 안되면 맞을 수밖에 없다. 상대팀 에이스 제이슨 하멜(6이닝 4실점)도 부진하지 않았나. 상대 1선발과 비슷한 흐름으로 경기를 끌고간 것은 충분히 의미가 있는 투구였다. 물론 4회 2사 뒤 8번타자 레이몰드에게 홈런을 내준 건 아쉽다.

류현진이 직구의 공끝이 가장 좋았을 때는 데뷔 첫해(2006년)와 그 다음해였다. 미국에 와서도 그 정도의 공은 아직 던지지 못하고 있다. 본인이 좀더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시적으로 구속이 떨어졌지만 더 올릴 수 있는 여지는 있다고 본다. 한국에서 류현진은 체력을 조절하면서 던지는 스타일이었는데 좀더 전력 투구를 하고, 몸 상태가 괜찮다면 러닝을 더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코치들과 몸 상태에 대한 이야기도 자주 나눴으면 한다.

직구도 직구이지만 결국 문제는 제구다. 평균 구속이 시속 150㎞가 넘는 저스틴 벌랜더(디트로이트)도, 100마일(161㎞)을 던지는 아롤디스 채프먼(신시내티)도 몰리면 홈런을 맞는 곳이 메이저리그다. 실투가 없었다면 홈런은 맞지 않을 수 있었다. 크게 휘두르는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성향을 감안해 제구에 초점을 두면서 아래로 떨어지는 바운드성 볼의 비율을 늘리는 것도 괜찮지 않나 싶다.

이날 경기에선 몸쪽 공의 구사율이 현저하게 낮았다. 심판의 성향이 몸쪽 공에 다소 '짠 편'이어서였을 것이다. 포수 라몬 마르티네스와의 호흡은 나무랄 데 없어 보인다. 다음 등판인 뉴욕 메츠전에선 내셔널리그 팀인 데다 날씨도 이렇게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좀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기대를 해볼 만하지 않나 싶다.
 
<일간스포츠에 연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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