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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연 관전평] 강해진 LG, 그 중심에는 오지환-손주인 ‘키스톤 콤비’ (13. 6. 16 - 25화)

허프라 ㅣ 2013.06.25 13:57



LG 5-4 넥센(16일·잠실)

<승>우규민 <세>봉중근 <패>밴헤켄

이날 경기는 전날 오심 판정 후의 게임이어서 상당한 긴장감 속에서 전개됐다. 연패를 당하고 있는 넥센이 LG보다 더 절실했다. 경기 전 염경엽 넥센 감독은 "LG전 뒤 나흘 휴식이 있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연패를 끊겠다. 총력전을 벌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염 감독의 계산은 선발 대결에서 우위로 점쳐졌던 밴헤켄이 조기 강판하면서 차질이 빚어졌다. 밴헤켄은 LG 주키치와 마찬가지로 투구 동작의 이점이 많이 사라진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줬다. 그걸 극복하려면 구위가 날카롭든지, 제구가 정교해져야 하는데 그게 안 되고 있다. 6월 들어 3경기 연속 부진한 이유다. 선두권에 있는 넥센이 자리를 유지하고 4강 이상을 하려면 밴헤켄과 강윤구가 함께 잘해야 한다. 한국 야구는 뛰는 야구가 대세여서 도루 견제가 용이한 왼손 선발의 비중이 크다. 밴헤켄의 부진은 못내 아쉬웠다.

LG 선발 우규민은 투심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을 잘 섞어 좋은 피칭을 했다. 앞으로 체력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모르겠지만 선발로 자리 잡았다고 할 정도로 제구력이 안정적이다. 이날도 큰 역할을 했다.

첫 번째 승부처는 3회였다. 넥센답지 않은 수비 실책 하나가 분수령이 됐다. 1사 3루에서 LG 정성훈의 3루 땅볼 때 3루 주자 정의윤이 런다운에 걸렸다. 정의윤이 타자 주자를 2루에 보내려 왔다갔다 하는 사이 빨리 아웃시키지 못한 것도 있지만 3루수 김민성이 밴헤켄이 잡기 어려운 악송구를 했다. 투수 가슴 높이가 아니라 낮게 던져 밴헤켄이 잡기 어려웠다. 앞에 포수 허도환이 있고 밴헤켄이 있었는데 콜 플레이도 어정쩡했다.
 
이게 경기 흐름을 좌우했다. 넥센은 수비와 베이스 러닝이 강점인데 여기서 2실점하면서 끌려갔다. 정의윤도 칭찬해주고 싶다. 나름대로 주자를 2루로 보내려고 시간을 끈 것은 지난해보다 상당히 좋아진 부분이다.

마지막 승부는 9회로 본다. 넥센은 마무리 손승락을 4-5로 추격한 7회 말에 올리는 강수를 뒀다. 살기가 느껴질 정도로 반드시 연패를 끊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손승락은 끝까지 던지겠다는 투지로 가득했다. 실제로 동점이 됐다면 손승락의 마음가짐을 봐선 넥센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9회초 1사 만루에서 LG 마무리 봉중근이 굉장히 잘 했다. 초구 승부가 참 중요하다. 더블 플레이가 나올 수도 있고, 희생 플라이가 돼 동점이 될 수도 있다. 삼진, 안타도 가능했다. 여기서 봉중근은 초구 체인지업을 던졌고, 강정호가 걸려들었다. 강정호도 잘 맞혔지만 봉중근의 제구가 워낙 좋았다.

여기서 LG가 강해진 또 하나의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바로 유격수 오지환과 2루수 손주인의 키스톤 콤비다. 작년 같았으면 강정호의 유격수 땅볼을 오지환이 더블 플레이로 연결하지 못했을 것이다. 글러브에서 공을 빼는 동작이 매끄럽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날은 공을 잡자마자 바로 빼 손주인에게 던졌다. 1루주자 박병호가 2루에 거칠게 슬라이딩해 송구를 방해했음에도 그것을 유격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연결했다. 확실히 LG의 내야 수비는 좋아졌다.

LG는 5연승을 달렸다. 최근 잘나가고 있어 대다수의 사람이 잊고 있는지 모르겠다. 한 번 보라. 약했던 센터라인이 상당히 강해졌다. 포수 현재윤에서 유격수 오지환, 2루수 손주인을 중심으로 한 내야 수비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달라진 센터라인은 LG가 승승장구하는 힘이 되고 있다.
 
 
<일간 스포츠에 연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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