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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전망, 시즌 초부터 삐끗 (12.4.30 - 2화)

허프라 ㅣ 2012.06.12 16:32

세상엔 행복한 오산(誤算)과 안타까운 오산이 있다. 프로야구는 매년 오산의 추(錘)가 어느 쪽으로 기우는가의 싸움이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 우승후보와 강팀·약팀에 대한 전망이 난무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면 예상을 빗나가는 경우가 더 많다.

개막 한 달을 마친 올 시즌 프로야구는 롯데·넥센·LG의 선전에 비해 삼성·KIA·한화의 부진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대호와 장원준이 빠진 롯데, 선수를 팔던 구단에서 사는 구단으로 변신한 넥센, 승부조작 파문으로 두 명의 선발투수가 빠져나간 LG가 보여준 초반 선전은 신선하다. 현재 세 팀 팬들은 행복한 오산의 즐거움 속에 매 경기를 지켜볼 것이다.

특히 외관상 플러스 요인이 없었던 LG의 초반 선전은 팀 워크를 '모래알'이 아닌 '찰흙'으로 변모시킨 김기태 감독과 프런트의 작품이다. 김 감독이 취임했을 때 반대했던 일부 팬들은 행복한 오산에 계속 웃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에 차 있다.

그러나 박찬호와 김태균의 가세로 4강 이상을 노렸던 한화의 바닥권 추락과 이승엽의 가세로 플러스 요인만 계산됐던 삼성의 부진은 예상을 벗어난 오산이다. 같은 부진이라도 주전들이 대거 부상으로 빠진 KIA의 난조는 어느 정도 팬들이 공감할 수 있는 오산이다.
슈퍼 스타들의 가세가 수학공식처럼 팀에 긍정적 영향만 미치지 않는 것은 미국과 일본프로야구도 마찬가지다. 슈퍼스타들이 스스로 팀에 녹아들고 팀 성적 향상을 위해 노력을 해도 여론의 쏠림 현상과 동료들의 부담감이 마이너스 요인으로 변할 수도 있다. 그 부분은 누구도 측정하기 힘들어 팀 분위기나 선수 개개인의 마음 속에 들어가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초반에 부진한 한화는 선수단 전체가 팀 성적에 지나친 부담을 느끼면서 쫓기고 위축된 건 아닌지, 삼성은 지난해 우승 후 긴장이 풀린 건 아닌지 자신들을 냉철하게 체크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야구는 아무리 뛰어난 타자나 선발 투수도 각각 1/9과 1/5 분배율에 따라 타석에 들어서고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 다른 종목에 비해 슈퍼 스타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 않아 '농구의 마이클 조던’ 같은 활약을 기대할 순 없다. 그만큼 고른 활약과 팀 워크의 비중이 크다. 이제 초반인 프로야구의 향후 판도는 팀 구성원들의 마음과 행동이 어떻게 변하고 유지되느냐에 따라 또 다른 오산의 변수가 기다리고 있다.
 
 
<일간스포츠에 연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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