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단들의 흑자가 얼마죠?”
몇 년 전 정부 고위 관계자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고 놀란 적이 있다. 높은 인기에 많은 관중이 운집한다는 인식에 당연히 흑자 운영일 것이라고 생각한 듯하다. 이런 시각을 바로잡는 일이 시급하다는 걸 깨달았다. 현재 야구장을 임대해 운영하고 있는 국내의 모든 구단은 적자다.
올해 프로야구의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연일 나오는 관중 신기록 관련 보도를 보면서 필자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수입이 증가해도 구단의 적자 운영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시의 뒷걸음질치는 체육행정을 보면 어이가 없다. 서울시는 LG와 두산이 홈으로 쓰는 잠실구장 임대료를 올해 85% 인상했고, 광고권을 회수해 72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지난해에 비해 무려 300% 증가한 액수다. '재주는 선수와 구단이 부리고, 돈은 서울시가 챙기는' 셈이다. 잠실야구장 운영으로 벌어들이는 100억여 원의 수입에 비해 개보수비로 20억 원 정도를 지출하려는 서울시의 계획은 납득이 되지 않는 행정이다.
“당신들은 공연만 하고 공연장을 제공해 주는 서울시에 고마워해야 한다”는 식의 고압적 논리는 지속되면서도 서비스는 도리어 퇴보하고 있다. 잠실구장은 차량이 밀려도 서문(西門)은 개방되지 않는다. 그나마 두 개의 출입문도 하나만 열어놓는 경우가 다반사다. 경기가 끝난 후 차량이 빠져나가는 데만 20~40분이 소요돼도 개선책은 나오지 않는다.
더욱 한심한 건 선수들이 불편해하는 열악한 내부시설이다. 아직도 잠실구장의 원정 팀들은 3루측 복도에 짐을 두고 옷을 갈아입기도 하며 좁은 식당 공간에서 피난민 같은 식사를 한다. 서울시 공무원이 청사 복도에서 옷을 갈아입고 구내식당이 아닌 좁은 임시 식당에서 식사를 해도 30년간 방치해 두었을까?
서울시처럼 여론을 무시한 채 야구장을 공공재로 보지 않고 수익도구로 삼는 시는 거의 없다. 세계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뉴욕 양키스타디움은 뉴욕시가 부지를 제공하고 구단이 건립한 후 연간 사용료로 10달러를 받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많은 지자체들이 프로스포츠 구단에 대해 호혜적인 이유는 시민들에게 그만큼 여가선용과 즐거움을 주는 데 대한 보상이다. 이와 같은 인식에는 국립극장, 시립극장 같은 공공재 개념이 내재돼 있다. 국내에선 제9구단을 유치한 창원시가 좋은 예이다. 그러나 지금 잠실야구장은 출연자에게 주차료와 무대 사용료를 받고, 광고권은 주지 않는 철저한 공급자 위주의 구조다.
야구팬들은 야구장에 대해 무상복지 같은 특별한 혜택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지불하는 입장료 만큼의 유료편의를 원한다. 구단 몫이 줄고 시 수입이 늘어나면 수익을 시설 개보수에 투자해 편안하고 안락한 환경을 제공해주길 바랄 뿐이다. 서울시 체육행정의 지나친 이익과 성과주의에 팬과 선수, 구단들이 겪고 있는 불편함과 불합리성이 지속돼도 되는지 서울시장에게 묻고 싶다.
<일간스포츠에 연재된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