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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계, ‘광풍’에 함께 휩쓸려선 안된다 (12.6.11 - 5화)

허프라 ㅣ 2012.06.12 16:34

외화내빈(外華內貧) 속에 팬들의 열광이 교차하는 프로야구 현장을 바라보는 심정은 불안하기만 하다. 야구계가 또 다시 오판을 재현할까봐 걱정돼서다. 프로야구의 열기는 지금처럼 계속 이어질 것인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이미 야구계는 17년 전 값진 경험을 했다. 1995년 처음으로 한 시즌 500만 관중을 돌파하자 야구계는 열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순진하게 판단하면서 미래에 대한 투자와 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 후 관중 수는 2002년 239만 명으로 급감했고(2004년엔 233만 명), 구단들 사이에서는 과연 야구단 운영에 계속 투자를 할 것인가를 두고 회의론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10년 후인 올해 6월 6일엔 역대 최소 경기인 190경기 만에 300만 관중을 돌파했다. 미국, 일본 프로야구도 부러워할 만한 좌석 점유율 82.2%라는 믿기 힘든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그러나 프로야구에 열광하는 팬들과 미디어가 박수를 보내주더라도 야구단 운영의 주체인 구단과 선수, KBO, 야구계는 광풍에 함께 휩쓸려 가서는 안 된다.

왜 그럴까? 한국 프로야구는 아직 기초와 기반이 탄탄한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주도하고 있는 인프라 개선 문제 해결의 어려움, 미래 투자에 대한 인식 부족, 정부·지자체에 수요자 중심 정책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야구팬들의 수요자 중심 서비스 요구엔 냉담한 일부 구단의 이기주의, 만개한 프로야구 붐 속에 얌체처럼 열매만 따 먹고 씨 뿌리기엔 관심도 없는 일부 인사들과 눈살 찌푸리게 하는 얄팍한 상술, KBO의 권한과 역할 축소에 따른 장기적 정책 개발 및 실행력 미흡. 그리고 늘어난 초등학교·리틀·동호인 야구에 대한 범야구계의 대책 부족 등 풀어야 할 숙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흔히 한국 경제를 압축 성장의 상징이라고 말한다. 현재 프로야구는 압축 재성장 시기를 맞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야구계나 정부·지자체가 호황이 지속될 것이란 오판 속에 갖가지 정책과 잘못된 조례의 틀을 개선하려는 인식과 의지가 부족하다면 언제 '압축 퇴보'의 태풍을 맞을지 모른다.

합리적인 10구단 창단 문제 해결과 구단들의 동업자 정신 회복, 팬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요자 중심 서비스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각 구단의 개별 홈페이지가 아닌 '토탈 플랫폼' 운영을 통한 팬 서비스 강화와 수익 구조 창출이 좋은 예이다.

야구계가 오판을 재현하지 않으려면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아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프로야구는 구단 이기주의를 버리고 겸손한 자세로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치밀한 분석과 통찰력 있는 계획을 바탕으로 어려운 일을 먼저 하고 나누는 것은 나중에 하는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일간스포츠에 연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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