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이 전하는 야구의 모든것

“보이콧 사태, 특급 소방수가 필요해”(12.7.09 - 7화)

허프라 ㅣ 2012.07.10 16:52

제10구단 창단 유보로 인한 프로야구선수협회의 올스타전 불참 표명으로 야구계가 긴장 속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반대한 구단들이 원만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는 한 올스타전이 열리지 못하는 초유의 불행한 사태가 전개될지 모른다. 10구단 반대 구단들이 '설마 보이콧이야 하려고…'라며 집단적 회피, 면피성 태도 등을 지속한다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을 수도 있다.

야구계에도 특급 소방수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 역할을 해줄 인물과 환경이 갖춰지지 않는 점은 안타깝기만 하다. 소방수 후보 1순위는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다. 그러나 총재는 이사회의 일원으로 한 표만을 행사할 수밖에 없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권한이 제한적이다. 불이 나도 호스를 들고 불길 속으로 들어가 화재를 진압할 수가 없다. 그동안 몇몇 총재들이 보여준 행정력, 운영력, 도덕성 결여 문제로 구단들이 총재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거나 뺏어버렸기 때문이다. KBO는 예산권마저 넘겨주며 구단들의 힘에 눌리고 있다. 이 때문에 구단들의 첨예한 이해관계 대립을 거시적인 관점에서 조명하거나, 장기적인 안목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KBO의 조정자 역할이 한계에 부딪힌지 이미 오래다.

위기를 넘기고 경기를 잘 마무리해줄 오승환(삼성) 같은 구원투수가 야구 행정에서도 절실하다. 오승환은 개인 통산 세이브 신기록을 수립하면서 팀을 1위까지 끌어 올리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가 마운드 위에서 보여주는 침착함, 감정을 읽을 수 없는 표정 관리, 강한 승부욕 등은 과연 역대 최고 소방수답다. 아마 현역 감독들에게 가장 함께 하고 싶은 선수 1명을 꼽으라면 대부분이 오승환을 선택하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그는 실력, 매너, 타인에 대한 배려, 희생정신이 뛰어난 선수로 평가받는다. 또 한 명의 대표적인 소방수는 정대현(롯데)이다. 그가 롯데 유니폼을 입고 등판할 날이 다가오고 있어 흥분하는 팬들도 많을 것이다. 현대야구에서는 이러한 뛰어난 마무리투수(closer) 없이 우승하기 힘들다.

프로야구계 최대 난제인 10구단 문제와 선수들의 올스타전 불참 문제야말로 열기를 더해가는 야구 붐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야구계엔 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특급 소방수가 없다. 총재 권한 확대라는 구조상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야구행정에서 오승환, 정대현과 같은 인물이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10구단 반대 구단들이 생각하는 '설마'가 사람을 잡을 수도 있다. 10일 열리는 KBO 이사회는 슬기롭고 현명한 판단으로 야구 팬들을 실망시키는 일이 없기를 기대한다.
 
<일간스포츠에 연재된 칼럼입니다>

뉴스목록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