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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의 성장을 위해 ‘자립의 길’ 찾자 (12.9.10 - 11화)

허프라 ㅣ 2012.09.11 15:35



지난 7월9일(현지시간) 미국프로야구 올스타전이 열린 캔자스시티에선 의미 있는 미팅이 있었다.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의 조 토리 수석운영 부사장(전 LA 다저스 감독) 및 선수노조 고위 관계자들과 한국야구위원회(KBO) 정금조 부장, 필자 등이 만났다. 주제는 미국 메이저리그의 무분별한 국내 아마선수 스카우트 문제였다. 필자는 당시 MLB 올스타전 중계 기간에 KBO 야구발전실행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미국 관계자들은 국내 사정을 잘 모르고 있었다. 미국의 9월 학기와 우리의 3월 학기 차이조차 몰라 국내 아마 선수들에 대한 탬퍼링(사전 접촉)을 이해시키는 데 애를 먹었다. 우리는 그들이 아마추어리즘에 대한 항의라고 오인하고 있는 것을 탬퍼링으로 인식을 전환시키려 하고, 한국의 8월 신인 드래프트 후 동등한 조건으로 스카우트 경쟁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우리측 요구가 앞으로 어느 정도 받아들여질지 모르지만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처음으로 30개 구단과 그 문제에 대해 협의를 계획하고 있는 것은 괜찮은 성과로 봐도 좋을 것 같다.

회의 후 야구장에서 다시 만난 토리 일행은 한국야구에 대해 많이 알게 된 미팅이었다고 말했다. 미국 야구 관계자들과도 한국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과 당시 호투한 류현진(한화), 정대현(롯데) 얘기를 나눴다.

두 달여 전 일을 지금 언급하는 이유는 최근 큰 이슈가 되고 있는 류현진(25)의 해외진출 문제 때문이다. MLB 팀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는 류현진의 경우는 한화 구단이 코칭스태프와 여론의 반응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류중일 삼성 감독이 "오승환은 해외에 보내기 싫다"고 했듯 누가 한화의 신임 감독이 되더라도 그를 보내면서 자신의 임기 단축을 각오할 사령탑은 없을 것이다.

구단의 자산인 선수에 대해 외부에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곤란하다. 하지만 류현진의 MLB 진출 여부는 빠른 결정으로 매듭짓는 게 좋다. KBO 리그 출신 첫 메이저리거 탄생이란 관심 아래 팀과 본인의 안정감 있는 로드맵을 위해서도 그렇다.

류현진의 예를 보면서 선수들이 최고의 무대에서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FA(프리에이전트) 기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재검토해 볼 필요성이 있다고 느꼈다. 현행 국제대회 기여도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를 확대해 좀더 큰 혜택을 주는 방법을 검토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우리보다 시장규모가 훨씬 큰 미국과 일본을 상대하면서 국내 프로야구의 성장을 이뤄야 하는 어려움이 우리에겐 숙제로 남아있다. 스포츠 산업으로의 접근이 빨리 이뤄져 야구 시장을 확대시키는 데 끊임없는 노력하지 않으면 특급 선수들의 해외 진출 시도는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와 지자체의 프로스포츠에 대한 올바른 인식 아래 각 구단이 모기업 지원에서 벗어나 자립의 길을 찾도록 야구계가 다시 한 번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일간스포츠에 연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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