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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박찬호의 친화력을 배워라 (12.11.19 - 13화)

허프라 ㅣ 2012.11.21 14:21



박찬호가 한국산 좋은 원목(原木)이었다면 류현진은 완성된 고가의 수출품으로 비교될 수 있다. 박찬호란 원목은 LA 다저스란 좋은 환경 속에서 다듬어진 후 메이저리그 124승이란 찬란한 기록을 세웠다.

박찬호란 원목을 키우고 메이저리그(MLB)에 조기 진입시킨 데는 당시 구단주였던 피터 오말리(현 샌디에이고 공동구단주)의 애정어린 지원과 토미 라소다 감독의 호의적인 관리도 큰 몫을 차지했다. 1994년 초 다저스타디움에서 거행된 입단식을 직접 지켜본 필자는 드디어 메이저리거를 탄생시킨다는 현실에 기뻐했던 기억이 새삼 되살아난다.

국내에서 크고 자라 프로야구까지 평정한 류현진이 MLB 직행을 앞두고 있기까지는 박찬호 입단 후 근 19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우리 야구가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WBC 4강 및 준우승으로 위상이 높아진 결과란 점에서 류현진의 MLB 직행이 갖는 의미는 크다.

필자가 84년 피터 오말리 구단주의 초청으로 플로리다 베로비치의 다저타운 캠프장을 방문했을 때 그들이 보여준 스카우팅 리포트엔 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지켜본 최동원과 선동열, 김재박에 대한 평가서가 있었다. 실제 선동열과는 그 후 84년 LA 올림픽 때 영입 타진을 위한 접촉도 있었다.
 
당시 필자는 알캄파니스 다저스 단장의 선동열에 대한 물음에 MLB에서 10승 이상이 가능한 투수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선동열과 최동원은 병역의무 관계로 출국이 어려웠다. 반면 류현진은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의 주역 투수로 모든 걸림돌을 해결했다.

계약이 순조롭게 이뤄진다는 전제 하에 류현진이 준비하고 갖춰야할 가장 중요한 한 가지만 꼽으라면 박찬호처럼 스스로 모든 걸 딛고 일어서야 한다는 점이다. 필자는 박찬호가 마이너리그로 강등된 후 겪었던 고초와 갈등을 스스로 극복하고 메이저리그에 재진입해 성공한 모습을 지켜봤다. 그러나 메이저리그란 거대한 정글 속에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한 강한 의지, 포기하지 않은 끈기, 극기와 현명한 처신에 대한 평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류현진이 마이너리그를 거치지 않고 메이저리그에 직행한다면 자랑스럽고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러나 처음 겪을 MLB의 생소함에 따른 부담감, 중압감은 클 수밖에 없다. 첫 해를 잘 넘기면 그 후부터는 보다 안정된 선수생활이 가능할 것이다. 국내에서 보여준 그의 침착함과 냉정함, 주위와 잘 어울리는 친화력 등 어린선수 답지 않은 모습을 미국에서도 이어간다면 연착륙에 성공할 가능성은 크다.

특히 박찬호가 친화력을 바탕으로 가는 팀마다 마이크 피아자나 알렉스 로드리게스 등 주축선수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 점은 류현진에게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팀 내 일원으로 친한 동료를 많이 보유하는 것은 마운드에서 1승을 올릴 때의 역투 못지않게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 팬들이 류현진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는 그가 최초로 국내프로야구에서 잔뼈가 굵은 'Made in Korea' 선수로 MLB에 직행하기 때문이다. 그가 기량 못지않게 중요한 코칭스태프, 동료들과의 소통과 융화를 잘 소화하면서 성공하길 기대해 본다.
 
 
<일간스포츠에 연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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