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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다마’ 2012 야구계, 이젠 위기 극복할 때 (12.12.17 - 14화)

허프라 ㅣ 2012.12.17 10:39



호사다마(好事多魔)란 '좋은 일에는 탈이 많다'는 뜻이다. 야구라는 종목 자체에서 '호사다마'를 자주 볼 수 있다. '호사'가 공격과 득점이라면 '다마'는 수비와 실점이라 할 수 있다. 매 이닝 호사와 다마가 반복되는 게 야구다.

2012년 야구계의 호사는 지난 11일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에서 예상외로 10구단 창단이 만장일치로 승인되면서 대미를 장식했다. 호사가 끝나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그동안 잠복돼 있던 사건들이 터져 나왔다. 지금 야구계는 다마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최근 프로팀 감독과 수석코치 출신의 지도자가 대학 입시비리에 연루돼 구속되면서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얼마 전 대만에서 열린 아시아 야구선수권 대회에선 우리나라가 3위에 그쳤다. 대만과 일본전에서 단 한 점도 뽑지 못한 현장을 지켜보면서 선수단 구성의 문제점을 절감했다. 연이은 국제대회의 부진으로 한국은 세계랭킹 3위에서 4위로 떨어졌지만 야구계는 무감각하다. 2013년 3월 개최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는 주력 좌완 투수들의 결장으로 전력 약화가 예상돼 높아진 팬들의 욕구를 어떻게 충족시킬 수 있을지 걱정된다.

내년 9구단 체제도 그렇다. 경기 일정이 재검토되는 초유의 사태가 보여 주듯 관중 동원에도 악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그 외에도 10구단 선정 문제, 류현진(LA 다저스)의 미국프로야구(MLB) 진출이 국내야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등 야구계엔 우려되는 사항이 제법 많다. 올해 초 승부조작 사건이라는 결정타를 맞았음에도 팬들의 성원으로 700만 관중을 돌파한 프로야구와 비리가 밝혀진 아마야구가 산재돼 있는 많은 문제점을 안일한 자세로 대응한다면 더 큰 화를 키우게 될 것이다.
 
KBO와 KBA(대한야구협회), 생활체육연합회로 3원화돼 있는 국내 야구조직의 비효율적인 구조는 발전을 위한 올바른 정책수립과 관리, 조정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고, 야구인들 스스로 잘못된 관행을 단절시키려는 뼈를 깎는 반성과 제도 개선이 이번 기회에 마련돼야 한다. 이 모든 것에 앞서 큰 잘못으로 법적 처벌을 받았거나 책임을 져야할 일부 인물들이 아직도 개인 욕심을 앞세운 채 진정한 반성도 없이 야구계를 활보하고 있는 풍토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시·군 단위의 야구장 건설과 팀 창단을 위해 전국을 다니면서 아마야구와 동호인 야구의 허약한 기반을 보면 프로야구의 화려함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대부분의 야구 선수 출신들은 수비력 향상을 위해 코치로부터 쓰러질 정도까지 받았던 펑고(fungo)의 경험을 갖고 있다. 야구인과 야구계 종사자 모두 코치가 쳐주던 힘든 펑고를 받겠다는 각오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것은 악습을 뿌리뽑기 위한 힘들고 고된 전투와 같아야 한다. 야구계 모두가 고통이 수반된 제재를 각오하면서라도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일간스포츠에 연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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