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이 전하는 야구의 모든것

수원시와 너무 다른 창원시, 초심 떠올려라 (13. 1. 28 - 17화)

허프라 ㅣ 2013.01.29 16:06

참으로 기가 막힐 일이다. 두 지자체의 접근방식과 기본적인 생각이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어 어안이 벙벙하다. 최근 야구계는 9구단 창원·NC와 10구단 수원·KT의 창단으로 두 도시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그러나 창단을 위한 초기 실무에 관여했던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신의성실(信義誠實) 준수 여부를 떠나 대한민국은 아직도 정치적 영향과 계산이 앞선 가운데 다수의 뜻이 무시된다는 현실에 자괴감을 느낀다.

통합창원시의 신축구장에 대한 대책은 논리적, 합리적 모순뿐 아니라 NC와의 동반자 관계가 실종된 점에서 씁쓸하기만 하다. 이미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평가단에 의한 1·2위 후보지인 창원·마산을 제쳐두고 진해에 신축구장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접근성 등 많은 문제점은 이미 지적된 바 있다. 프로야구단 운영을 출발부터 어렵게 만들어도 괜찮다는 발상은 시의회 등 정치인들의 이해관계에 의한 것이겠지만 그렇다고 창원시가 책임을 피해갈 수는 없다.

근본적인 이유는 지역 표심을 의식한 정치적 요소다. 그러나 그런 공직을 가진 사람들의 활동기간이 유한한 것에 비하면 야구단의 연고지는 한 번 정해지면 영구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입지선정이 이해관계에 의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서는 안된다.

얼마 전 야구계를 뜨겁게 달궜던 10구단 선정은 평가단이 객관적 입장에서 공정하게 내린 결론에 의해 결정됐다. 여러 가지 요소가 있겠지만 지자체와 기업의 적극성과 신뢰성, 야구장 접근성, 관전 가능 인구 등의 비중이 컸을 것이다.
프로야구는 일주일에 6일 동안 홈에서 경기를 하기도 한다. 그래서 접근성과 관전 가능 인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고, 지자체와 구단의 원만한 관계 유지도 매우 중요하다. 창원시의 또 다른 문제는 소통부족과 NC에 대한 우월적 지위의 정도가 지나친 점이다.

창단을 유도할 때 모셔가는 듯한 분위기는 어느새 인허가 사항의 결정권을 쥔 지자체의 오만함처럼 바뀌어 버렸다. 수원시가 KT와 계속 소통·협의하면서 지역주민과 야구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경기도지사와 수원시장, 지역 국회의원들의 당적이 여야로 달랐지만 10구단 유치에 일사불란했다. 수원시가 KT를 동반자로 생각한 반면 창원시는 NC를 인허가 신청을 한 기업처럼 사무적으로 대하고 있다. 조만간 창원시가 야구장 부지 선정을 발표한다고 한다. 그러나 NC가 흔쾌히 받아들일 수 없는 선정이라면 이는 심각한 문제이며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을 수 있다.

KBO가 프로야구 리그의 전체 발전을 위해 존재한다는 점도 창원시가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올 시즌 개막일을 불과 두 달 앞둔 시점에서 창원시가 신생팀의 야구붐 조성에 함께 앞장서면서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잔칫상에 재를 뿌려서는 안된다.

9구단이 다른 도시를 배제하고 창원시로 선택된 것은 통합시로서 지역간 하모니를 이루는 데 야구가 일조할 것이란 배경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이른바 '마창진(마산 창원 진해)' 세 지역의 첨예한 이해관계와 갈등 속에 애꿎게 야구가 희생양이 돼서는 안된다. 창원시와 시의회, 지역 정치인들이 초심으로 돌아가 현명한 판단을 해주길 기대해본다.
 
<일간스포츠에 연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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