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이 전하는 야구의 모든것

[박동희의 야구탐사] ‘야구의 미래’ 베트남에서 길을 묻다. - 14.1.9 (2부)

허프라 ㅣ 2014.01.09 16:52

 
저개발국 야구 지원, 단순히 야구 전파만 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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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대표팀과 베트남 한국인 사회인 야구팀과의 친선경기를 베트남 대학생들이 지켜보는 장면(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허 위원과 정 감독의 목표는 두 가지다. 야구가 베트남에 꽃을 피워 대중 스포츠로 자리매김하는 것과 ‘야구’라는 공놀이를 통해 베트남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이다. 이 목표를 위해 두 이는 ‘동남아시안게임 금메달과 인천 아시안게임의 참가’를 실현하려 한다.
먼저 정 감독의 말이다.
“베트남은 사회주의의 영향 때문인지, 전반적인 스포츠 행정이 개인 종목을 통한 메달 획득에만 국한하고 있어요. 요즘 들어 축구를 필두로 단체 종목 육성에도 열을 올리지만, 아무래도 예산상의 문제로 한계가 있습니다. 전 베트남 선수들의 무한 가능성을 고려할 때 동남아시안게임 야구 금메달 획득은 꿈이 아니라고 봅니다. 아시안게임에 출전해서도 한국, 일본, 타이완과는 견주기 힘들겠지만, 중국과는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다고 자부해요.
베트남은 중국을 라이벌로 생각하기에 만약 동남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고, 아시안게임에서 중국을 잡는다면 야구는 베트남인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대중 스포츠로 급성장할 게 확실합니다.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14년간 동남아시아에서 속죄와 참회의 삶을 산 저를 가족들도 이해해주리라 봅니다. 조만간 야구장이 들어서면 베트남에 뼈를 묶을 각오로 열심히 선수들을 지도할 계획입니다.“
허 위원은 “동남아시아 야구에 대한 지원이 곧 한국 야구와 세계 야구 발전의 초석”이라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동남아시아 야구계를 보세요. 베트남을 제외하면 거의 전부가 일본 지도자들이 감독이에요. 그게 가능했던 건 일본 야구계가 동남아시아 야구 발전을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해왔기 때문이에요. 어쩌면 그 덕분에 아시안게임에서 야구가 정식 종목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을지 몰라요. 허나 우리는 어땠습니까. 병역 문제 때문에 야구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남길 가장 바라는 나라이면서도 야구 저개발국 지원과 관련해선 대단히 미온적이었어요. 솔직히 그간 한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야구가 ‘동네 스포츠’로 남는 이상 한국 야구의 미래도 어둡다는 걸 모두가 알아야 해요.
여기다 일본이 동남아시아에 전달한 게 야구뿐일까요? 아니에요. 일본은 야구를 전파하면서 ‘일본’이라는 브랜드를 알렸어요.
지금부터라도 우리가 야구를 통해 받은 사랑과 은혜를 야구 불모지에 그대로 전달해줘야 합니다. 그게 진정한 야구 강국입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고 야구 강국이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많은 이가 알았으면 좋겠어요.”
사실이다. 일본은 야구 저개발국에 대한 지원에 매우 적극적이다. 야구 저개발국에 지도자를 파견하고, 그 나라에 야구 장비를 보내주는 ‘보급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쳐왔다. 그렇게 하는 것이 ‘야구의 세계화와 세계의 야구화’를 위한 출발점이고, ‘일본’이란 국가 브랜드 이미지 향상에도 도움이 되리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했던 건 일본국제협력단(JICA)이 야구 지도자를 저개발국에 파견하는데 앞장 서며 이들의 급여를 책임진 까닭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어떤가. 한국은 최근까지 ‘허구연’이라는 한 개인이 나서 야구 저개발국 지원에 헌신했을 뿐이었다. 2010년 허 위원의 소개로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캄보디아에서 야구 봉사활동을 펼칠 야구전문가를 모집해 1명을 파견했지만, 2011년 10월 스리랑카에서 활동 중이던 국제협력요원이 낙뢰 사고로 숨지면서 국회는 2016년부터 ‘국제협력요원’ 제도 자체를 없애기로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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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스타디움' 조감도. 성인 야구장 1면과 리틀 야구장 1면 건립이 기본 계획이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KOICA의 해외봉사단원 지원제도도 어설프긴 마찬가지다. 병역을 국외 봉사활동으로 대체하는 ‘국제협력요원’과 달리 해외봉사단원은 개발도상국에서 빈곤 퇴치및 경제 사회 발전을 지원하는 봉사단이다. KOICA는 이들에게 일정한 급여를 지급하며 봉사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정 감독은 지난해 KOICA의 해외봉사단원이 되려고 신청서를 냈다. 말이 베트남 국가대표 감독이지, 소득이 전무한 그로선 KOICA의 지원비가 절실했다. 하지만, 그는 신체검사에서 떨어졌다. ‘허리 디스크가 있다’는 게 이유였다.
정 감독은 “대학 때 허리를 다친 이후 디스크 증세가 있던 건 사실이지만, 그 이후로도 계속 현역으로 뛰었다”며 “지도자가 되고서 하루도 빠짐없이 1천개 이상의 펑고를 쳐왔는데, ‘허리 디스크 때문에 지원해줄 수 없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아쉬워했다.
기자는 베트남 현지에서 정 감독이 베트남 대표선수들을 훈련시키는 장면을 봤다. 그는 30대 지도자보다 더 정열적이고 활동적으로 선수들에게 펑고를 쳤고, 주루 훈련 시엔 슬라이딩을 직접 시범 보였다. 허리 디스크 중증 환자라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훈련이었다.
허 위원은 “현재 파키스탄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야구 지도자가 있다”며 “치안이 몹시 불안한 파키스탄에서 그래도 한국을 알리고, 야구꽃을 피우겠다고 ‘목숨 걸고 활동하는’ 지도자들을 이젠 우리 사회와 야구계가 보호하고 격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위원이 베트남을 떠나고. ‘하나은행 스타디움’의 공사는 다시 재개됐다. 베트남에 야구가 꽃을필 날도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끝).


베트남 대표팀 에이스는 구속은 빠르지만, 제구가 좋지 않았다. 경기 초반 베트남 한국인 사회인 야구팀에게 많은 안타와 볼넷을 허용했다. 그러나 2회가 끝나고서 허구연 위원의 피칭 레슨을 받고 몰라보게 달라졌다. 허 위원은 "늘 하체의 이동을 신경 쓰라"며 "일단 발을 들어올렸을 때 1초 정도 쉰 상태에서 공을 던져보라"고 조언했다.
 허위원의 지도를 받고서 베트남 대표팀 에이스의 투구는 확연히 달려졌다. 볼넷은 거의 내주지 않았고, 안타도 줄었다. 무엇보다 안정적인 투구로 인해 자신감이 생긴 듯 보였다. 베트남의 야구 미래가 밝은 것도 누군가 관심을 갖고 작은 도움을 주면 그 도움을 받아 언제든 강팀이 될 수 있는 저력이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110년 전 질레트 역시 같은 마음으로 한국인들에게 야구를 가르쳐줬을 것이다. 


+ 정상평 감독은 경마장 스탠드 안에 마련된 2평짜리 방에서 기거한다. 그는 여전히 무급으로 베트남 대표팀을 지도하고 있으며, 가족에게 떳떳한 아빠가 돼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베트남 야구발전에 애쓰고 있다.
허구연 위원은 방학 기간에 베트남 대표 선수 4~6명을 한국으로 초청할 계획이다. 한국 프로야구 2, 3군 선수들과 함께 숙식하며 야구를 배울 기회를 제공할 생각이다. 몇몇 프로야구팀에서 ‘적극 도와주겠다’고 나서며 베트남 선수들의 ‘한국야구 연수’는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최근 스리랑카, 파키스탄 야구협회 관계자들은 허 위원에게 “우리도 도와달라”는 ‘SOS'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호찌민에 지점을 설립하려고 6년간 노력했던 하나은행은 드디어 올해부터 현지 영업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베트남에 국빈 방문했을 때 하나은행의 사정을 이야기한 게 결정적 도움이 됐다는 후문이다. 하나은행은 현지 영업 전부터 야구장 건립 지원 및 다문화 가정 지원 등의 적극적인 사회 기부로 베트남에서 좋은 평판을 들어왔다.
‘하나은행 스타디움’의 무료 감리를 맡은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베트남에서 4번째로 큰 건설사로 우뚝 섰다. 다양한 기부활동과 현지 지원으로 포스코는 베트남인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외국 기업이란 평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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