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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연이 보고 온 ‘코리안 빅리거’]LA 다저스 류현진 - 동아일보 (2014. 3. 19)

허프라 ㅣ 2014.03.27 16:17

울퉁불퉁 장딴지, 가는 발목… ‘괴물 제구력’의 원천
 
[허구연이 보고 온 ‘코리안 빅리거’]<상>LA 다저스 류현진

 
미국프로야구 LA 다저스의 류현진이 17일 미국 애리조나 주 글렌데일 캐멀백랜치에서 열린 콜로라도와의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류현진은 이날 5와 3분의 1이닝 동안 7안타 2실점(1자책)으로 호투했다. 류현진은 23일 호주 시드시에서 열리는 애리조나와의 개막 2연전 두 번째 경기에 선발 등판한다. 글렌데일=AP 뉴시스
 
《 ‘더 몬스터’ 류현진(27·LA 다저스)은 2년 차 징크스를 극복할 수 있을까. 1억3000만 달러(약 1390억 원)의 사나이 추신수(32·텍사스)는 몸값에 걸맞은 활약을 보일 수 있을까. 22일 호주 개막전을 시작으로 메이저리그가 7개월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45일간 미국 현지에 머물며 류현진과 추신수, 윤석민(28·볼티모어), 임창용(38·시카고 컵스) 등을 직접 취재하고 돌아왔다. 동아일보는 허 위원이 전망하는 올 시즌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의 기상도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

메이저리그 라커룸은 선수들의 은밀한 공간이다. 경기 전후 취재진의 출입이 허용되긴 하지만 수건 한 장으로 중요 부위만 가린 채(어떤 선수는 알몸으로) 돌아다니는 선수를 쉽게 볼 수 있다.

미국 현지에서 류현진(오른쪽)을 인터뷰하고 있는 허구연 MBC 해설위원. 허구연 MBC 해설위원 제공
 
미국 애리조나 주 글렌데일에 위치한 LA 다저스의 스프링캠프장인 캐멀백랜치 라커룸에서 우연히 샤워를 마치고 나오던 류현진의 벗은 몸을 보게 됐다. 류현진의 몸은 말 그대로 ‘대박’이었다. 그동안 류현진을 많이 만났지만 몸을 제대로 본 것은 처음이었다. 몸을 보는 순간 ‘아, 이래서 류현진의 제구력이 일품이구나’ 하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다.

유니폼을 입었을 때도 류현진의 상체는 상당히 두껍게 보인다. 새삼 눈을 잡아끈 것은 하체였다. 허벅지와 종아리, 장딴지 등이 상당히 발달해 있었다. 장딴지가 울퉁불퉁한 데 비해 발목은 가늘었다. 힘 잘 쓰고 순발력 있는 몸이다. ‘천하장사’로 이름을 날렸던 이만기 씨를 연상케 했다. 라커룸에는 다른 선수도 많았는데 류현진같이 좋은 하체를 갖고 있는 선수는 찾기 힘들었다. 자로 잰 듯한 제구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 2년 차 징크스는 없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루키이던 작년 14승 6패에 평균자책점 3.00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렸다. 작년에 너무 빼어난 활약을 보인 탓에 2년 차 징크스를 걱정하는 팬이 적지 않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류현진이 올해 작년보다 잘하면 잘했지 못하지는 않을 것 같다. 철저한 준비 자세와 여유로운 모습에서 발전 가능성을 찾을 수 있었다.

류현진이 덜렁거리는 것 같아도 이번 캠프 때 보니 몸을 정말 잘 만들어 왔다. 뱃살이 쏙 들어갔고 근육도 많이 늘었다. 작년 이맘때 류현진의 ‘흡연 논란’ 기사를 썼던 MLB.COM 켄 거닉 기자를 만났는데 류현진의 달라진 몸을 무척 높이 평가했다. 거닉 기자와는 1984년 플로리다 주 베로비치에 있던 다저스 캠프에서 처음 만났는데 거의 30년째 다저스를 담당하고 있다.

류현진은 원래 친화력 있는 성격이지만 올해는 더욱 편안해 보인다. 팀 내 입지도 튼튼해졌고 영어도 많이 늘어 동료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린다.

류현진은 올해도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 잭 그링키에 이어 팀의 3선발을 맡는다. 그런데 현재까지 가장 좋은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은 류현진이다. 11일 오클랜드와의 시범경기에서 5이닝 동안 3안타(1홈런) 4삼진 1볼넷 1실점으로 잘 던졌다. 홈 플레이트 뒤에서 공을 봤는데 제구가 정말 예술이었다. 몸쪽, 바깥쪽을 자유자재로 오갔다. 현재 시점으로 보면 공의 힘과 구위, 제구 모든 면에서 다저스 투수를 통틀어 가장 좋은 공을 던지고 있다.


○ 성공의 관건은 커브

작년에 류현진은 제구가 좋은 직구와 체인지업으로 톡톡히 재미를 봤다. 올 시즌의 결정구는 커브가 될 것 같다.

메이저리그의 공인구는 체인지업을 던지기는 좋지만 미끄러운 편이라 커브와 슬라이더 제구가 어렵다. 류현진은 작년에도 커브를 던졌지만 올해는 커브 사용 빈도를 더 늘리려 한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작년 경기 초반, 특히 1회에 고전하는 경우가 많았다. 올해도 관건은 1회를 어떻게 넘기느냐다. 선발 투수로서 어쩔 수 없이 힘의 분배를 해야 한다면 커브가 좋은 돌파구가 되지 않을까 싶다.

캠프 기간 중 나를 감동시켰던 에피소드도 있었다. 어느 날 내가 밥을 사겠다고 했더니 류현진이 애리조나에 빌린 자기 집으로 초대를 했다. 그날 류현진이 손수 김치찌개를 끓여 나를 비롯한 5명을 대접했다. 디저트까지 준비했다. 나뿐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류현진의 깜짝 쇼에 큰 감동을 받았다.

겉모습과는 달리 생각이 굉장히 깊은 친구라는 느낌을 받았다. 한편으로는 그 정도로 여유가 넘치는구나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시즌 내내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만 한다면 올해 역시 좋은 성적으로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정리=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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