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이 전하는 야구의 모든것

허구연 해설위원 야구를 논하다(상) - 민훈기기자 칼럼(2014.03.14)

허프라 ㅣ 2014.03.24 16:52

설명이 따로 필요 없는 허구연 야구해설위원(63)은 지난 한달 반 정도를 미국에서 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의 캠프를 관전하며 보냈습니다. 올해도 MBC 스포츠 플러스와 MBC 공중파에서 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 중계를 하기 위한 준비 작업입니다. 허위원은 또한, 프로야구에 가장 먼저 MLB의 선진 야구를 접목시킨 선구자이기도 합니다. MBC-TV 스포츠 중계 팀과 미국 플로리다 주와 애리조나 주의 스프링 캠프 취재를 함께 하면서 허구연 위원과 야구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MLB와 KBO와 우리 야구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봅니다.





< 텍사스 페르난데스 코치와 담소하는 허구연 위원 >

-프로야구에 미국 야구를 접목한 선구자 역할을 했는데 어떻게 해설자가 됐고 언제 처음 미국 야구를 접했는지.

▶우리 프로야구가 1982년에 출범했다. 조금 잘못 알려진 것이 있는데 1970년대 말에 재미동포가 시도를 했다가 무산됐고 당시 MBC의 이진희 사장이 비밀리에 기획을 했고 청와대 재가를 얻었다. 공중파가 수, 토, 일 그리고 라디오는 전 경기를 중계할 정도였다. 그러면서 내게 해설 요청이 와서 시작하게 됐다. 부상 후 강의를 하고 있었는데 예상치 못한 제안이 왔고 단발성으로 생각했는데 전속 제안을 받아 본격적으로 해설을 하게 됐다.
당시 프로야구는 실업 야구의 연장선이었다. 백인천 감독이 첫 해 4할을 쳤다는 것은 그분이 뛰어나기도 했지만 그만큼 수준이 떨어지기도 했다. 구속으로 표현하자면 투수들의 평균 구속이 140km가 안 됐고 변화구도 다양하지 못했다. 국가 대표 경험과 원서를 찾아가며 해설을 했지만 뭔가 아쉬웠고 1984년에 베로 비치의 다저타운에 연수를 갔다. 야구 인생에서 고마운 분이 바로 피터 오말리씨인데 초청을 해줬다.
정말 너무 너무 쇼크였다. 1968년에 고교대표 팀으로 일본 원정 갔을 때 받았던 충격이상이었다. 엄청난 충격이었다. '우리 야구는 야구도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시설부터 어마어마했다. 라소다 감독을 따라다니며 끝없이 질문했고 20년, 25년 전에 바뀐 이론을 우리는 아직도 따르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또 한 가지 놀란 것은 당시 최고이던 발렌수엘라 투수가 피칭을 하고 아이싱을 하더라. 조브 박사에게 설명을 들었고 뜨거운 물이 아니라 아이싱을 해야 한다는 이론을 접했다. 그리고 돌아와 해설을 하며 투수는 아이싱을 해야 한다고 계속 얘기해 욕도 많이 먹었다. 그때 4주간 정말 쇼크를 받고 많이 배웠다.

-그 후에도 MLB와의 인연이 이어졌는데.

▶1985년에 삼성 라이온스가 내게 조언을 구했고 소개를 해서 베로 비치에 갔다. 홀맨스타디움에서 유료 관중을 두고 삼성과 다저스가 경기를 했는데 멀리서 교민들이 응원을 왔을 정도였다. 그런데 5회까지 노히트 노런을 당했고 1회에 다저스 투수 제리 로이스가 만루 홈런을 쳐서 6-0이 돼버렸다. 당시 우리 수준은 아마도 더블A 약간 못 미치는 정도였을 것이다. 당시 이만수, 김시진 등 당대 최고의 선수들이 모두 모였었는데. 그러나 이론적으로나 대단히 많은 것을 삼성이 배웠고 그 후도 좋은 지도자가 많이 나온 이유도 가장 먼저 선진 야구를 접한 때문으로 믿는다. 그전까지는 계속 일본을 쫓아갔는데 미국에 가보니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등 많이 달랐다. 장기적으로 WBC에서 선전하고 올림픽 우승하고 하는데 미국 야구의 접목이 큰 역할을 했다. 일본 야구와 미국 야구를 모두 접목하면서 파워도 생겼고 좋은 점들을 많이 가져왔다. 1회 야구 선수권대회에서 우리가 일본에 20점차로 패했는데 빠른 시간에 국제대회에서 우리에게 패해 일본이 큰 충격을 받았다. 기술적인 면에서나 세밀한 야구 등에서 미국 야구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미국 야구는 이론도 계속 바뀌며 발전한다. 절대 힘만으로 하는 게 아니다.

-미국 프로에서 코치도 일한 경험도 있다.


▶1990년이다. 85, 85년에 MLB에 야구 연수를 했는데 1985년 MBC 청룡에서 감독 제안이 들어왔다. 계속 고사하다가 1986년 청보 감독을 거쳐 롯데 코치를 하다가 4년간 현장을 거쳐 1990년에 다시 연수를 떠났다. 다저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코치 허가를 받았는데 토론토에서는 월급까지 주겠다는 파격 제안이었다. 그래서 마이너리그 순회 코치로 전 리그를 다 돌았다. 싱글A부터 메이저리그까지. 다시없는 기회였다. 스프링 캠프부터 각 레벨에서 한 달 정도씩 계속 돌면서 미국 야구를 배웠다. 제프 켄트, 팻 헨켄, 카를로스 델가도 등을 그때 만났다. 매일 리포트를 내고 많은 것을 배웠다. 단장이 얼마나 바쁘고 많은 일을 하는지도 보고 놀랐다. 그 후 현장에서도 많은 제의가 왔지만 감독은 경쟁도 치열하고 나보다 잘 하는 선, 후배가 많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야구 발전을 위해서 해설자라는 장르에서 여러 가지를 보급하고 후배도 키우고 하는 일을 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사실 당시 메이저리그는 정말 멀어보였다. 과연 우리 선수가 메이저리그 무대에 선다는 것은 당시 월드컵에서 우리 축구가 1승을 거두는 것만큼 어렵지 않을까 하는 기사도 나온 적이 있었다. 사실 일본 야구에 대해서도 현지에서는 하리모토(장훈) 외에는 누구도 통하지 않는다고 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삼성이 일찍부터 선진 야구를 받아들이고 하면서 우리가 빠르게 발전을 이룬 만큼 미국 야구의 영향이 지대했다고 본다. 1990년 코치를 한 이후 매년 메이저 캠프에 왔다. 코치 시절 봤던 160명 정도의 선수 중에 메이저에서 성공한 선수는 4명뿐이었다. 그만큼 어렵고 알기 어려운 곳이 메이저리그다.





< 허위원은 프로야구가 산업화로 갈 수 있느냐의 대단히 중요한 기로에 놓였다며 구단과 지자체의 시선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프로야구가 부침을 거듭하다가 최근 700만 관중을 돌파하는 등 전성기를 구가하는 분위기인데, 달리 보면 좋아하고 있을 때만은 아닌 것 같은데.

▶내가 계속 얘기하지만 한국 야구는 사상누각이다. 기반이 단단하지가 못하다. 현 시점에서 스포츠 산업으로 정착을 하느냐 아니냐가 달린 엄청나게 중요한 시기라고 본다.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 안에 결정이 될 텐데 이걸 제대로 못 해 놓으면 언젠가 위기가 오면 확 줄어들 수도 있다. 언제까지 그룹의 돈을 가지고 홍보 개념으로, 구단주의 기분만 맞추는 야구로, 우승만 하면 되는 야구로, 팬들은 도외시 되는 야구로 갈 것인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9구단, 10구단을 기획하면서 기존 구단에게 욕도 많이 먹었지만 사실 요즘이 야구에겐 천운이라고 생각한다. 200만까지 관중이 떨어졌다가 WBC, 베이징 올림픽 우승 등으로 기회가 왔다. 그런데 못 따라오는 것이 구단의 생각이다. 그리고 정부와 지자체다. 서울시가 대표적인데 임대 조건 등이 불합리하지만 고쳐지지가 않는다. 엘지와 두산이 가순데 가서 노래만 부르는 셈이다. 수익 구조가 개선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9,10 구단 창단의 또 다른 의미는 장기 임대와 새로운 구장 건설, 이름 사용권, 운영권, 광고권 등을 모두 약속받았다는 점이다. 광주도 그렇게 됐고 대구도 그렇게 갈 것이다. 수원은 지하철 노선도 바꾸고 이름도 야구장 역으로 바꾸지 않았나.
야구를 산업으로 봐야한다. 아니면 팬들은 대접을 못 받고 선수들의 연봉도 안 오른다. 그러다가 도미니카처럼 선수를 키워 외국에 보내는 리그가 될 수도 있다. 야구단이 산업화돼야 한다. 수익 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 야구가 되면 농구나 배구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본다.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 지자체도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

-구단의 시선과 역할도 바뀌어야 하지 않겠나.

▶우리 프로야구의 제일 큰 문제가 뭐냐하면 구단들, 많은 구단들이 사장, 단장을 너무 자주 바꾼다는 점이다. 사장, 단장을 전문인을 만들지 않고 구단에서 거쳐 가는 자리 정도로 만드니까 제자리걸음을 계속한다. 프로야구가 33년째인데 현장에서 야구 기량이나 기술이나 팬들의 눈높이는 엄청나게 발전했는데 프론트는 그 발전 속도가 너무 느리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임원들, 사장, 단장을 너무 자주 바꾼다. 두산과 SK가 조금 긴 편이고 나머지는 너무 임기가 짧고 자주 바뀐다. 야구 전문인, 야구 전문 경영인들의 시대가 와야 한다. 넥센이나 NC가 그래도 잘 하는 것이 작은 조직이지만 전문가들이 많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빨리 바뀌지 않으면 한국야구 쉽지 않다. 사장단이 시즌 중에 미국 야구를 보는 것도 좋지만 캠프 같은데 와서 어떻게 하는지 시설이 어떤지 보고, 직원들도 일본과 미국에 계속 보내서 배우고 보는 것이 중요하다. < 계속 >

출처 - http://sports.media.daum.net/sports/column/newsview?newsId=20140314092605982&gid=110326
 
저작권 문제 시 연락주시면 삭제하겠습니다.

뉴스목록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