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이 전하는 야구의 모든것

허구연 해설위원 야구를 논하다(하) - 민훈기기자 칼럼(2014.03.15)

허프라 ㅣ 2014.03.24 16:51

상편에서 허구연 위원(63)은 한국 야구와 미국 야구의 인연과 접목의 역사, 그리고 그 영향력 등이 이야기했습니다. 또한, 한국 프로야구의 현 주소와 개선 사항에 대해서도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밝히며 앞으로의 나아갈 길에 대해 제안을 하기도 했습니다. 현재의 KBO는 전성기가 아니라 사상누각일 수 있으며 스포츠 산업으로 정착할 수 있느냐의 대단히 중요한 기로에 놓였다는 말도 했습니다. 스프링 캠프에서 함께 한 허위원과의 인터뷰를 계속 이어갑니다.

< mbc이성배 아나운서와 MLB 시범 경기를 관전하는 허구원 해설위원 >

-KBO를 볼까요? 대단히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구조적인 문제나

구단과의 역학 관계 등은 개선해야할 부분도 있어 보인다.

▶사실 KBO 문제는 매우 매우 중요하다. 초대 서총철 총재부터 나름 KBO의 역할과 힘을 비축해왔었는데 KBO 총재가 예산권을 빼앗기는 사건이 발생했었다. 그러면서 '선 집행 후 결제' 구조가 안 된다는 것은 한국 야구 발전에 굉장한 장애 요소라고 본다.

-그럼 뭐든 구단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뜻인가.

▶그렇다. 예상 이런 것들을 구단의 허락을 미리 맡아서 타서 써야 한다. 그리고 총재의 투표권도 딱 한 장이다. 예전에는 사무총장도 투표권이 있었지만 그나마 없어졌다. 이제 10구단이 되면 총재의 투표권은 11분의 1에 불과하다.
물론 구단이 이렇게 빼앗아간 데는 이유가 있었다. 과거 일부 총재나 총장이 엉뚱한 짓을 했고, 이래선 안 되겠다 해서 구단이 가져갔다. 그러나 근래 들어 총재들이나 KBO가 정말 열심히 잘 하고 있지 않은가. 이제 신뢰도 다시 쌓이고 있고 잘 되고 있으니 이것을 빨리 되돌려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안이나 시급한 문제를 빨리 빨리 해결해야 한다. 유영구 총재부터 구본능 총재까지 하면 6년째인데 여러 가지가 많이 좋아졌고 해 놓은 일들이 많다.
MLB의 버그 셀릭 커미셔너가 연봉이 2000만 달러인 이유가 무엇인가. 그만큼 구단에 많은 돈을 벌게 해주고 일을 하기 때문 아닌가. 우리도 그런 쪽으로 가야한다. 앞으로 3~5년 안에 터닝 포인트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무엇이든 하려면 전원 합의제 이런 게 너무 많고, 이해관계가 얽히면 한 두 구단만 적극적으로 반대를 해도, 나머지 구단이 자기 구단에 큰 영향이 없으면 그냥 가만히 있는 분위기다. KBO가 헤드쿼터로서의 역할을 잃고 있는 것은 큰 문제다. 야구 행정이 많이 퇴보한 셈이다.

-부작용이 상당히 많겠다.

▶뭐 하나를 하는데도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 중에 대표적인 예가 유영구 총재 때부터 구본능 총재까지 계속 구축하려는데 안 되는 것이 종합 플랫폼이다. 야구팬들이 MLB.com처럼 KBO.com에서 모든 것이 거기서 이루어지면 얼마나 편하고 좋은가. 티케팅도 하고 하이라이트와 경기 동영상도 보고 물품 구매도 하고. 그런데 안 되고 있지 않은가.

-KBO가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런데 몇 년째 안 되고 있지 않은가. 이건 유저의 입장이 아니지 않은가. 사실은 엄청난 수익원이 될 수도 있는 사업인데.

-진행이 안 되는 이유가 뭔가.

▶일부 구단에서 반대하기 때문이다. 내용이 복잡하다. 예를 들어 총재가 힘이 있으면 실행을 하고 투표를 하면 될 텐데 그럴 분위기가 아니다. 결국은 총재와 KBO의 힘이 강해져야 한다. 사실 역대 정치인 출신의 총재 등이 엉망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구단이 많이 당하다보니 이렇게 힘을 안 주는 것 아닌가. (웃음) 그래서 총재와 관계자들을 아주 잘 뽑아야 한다. 잘 한다면 구단도 협조해주지 않겠나.

-선수 이야기를 좀 해보자. 선수협도 아직 공식 인정을 못 받고 있다.

▶얘기 하자면 끝이 없지만 프로야구는 선수와 팬과 구단, 그리고 조정자 역할로서 KBO가 모두 중요하다. 이제 10구단까지 생겼으니 채용의 문도 많이 넓혀졌다. 예전에 통계를 보니 고교, 대학 나온 선수가 프로에 가는 취업률이 6.5%에 불과했다. 우리 시절에는 선수들이 은행 팀에 들어가고 전문 경영인으로 지점장이나 부행장을 하는 등 취업의 문이 오히려 넓었다. 그래도 유영구 총재가 구단을 설득해 최저 연봉을 올렸고, 구본은 총재는 처음으로 선수협과 대화를 시작했다.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고 본다.

-선수들 의식의 변화도 필요하지 않겠나.

▶현재 한 구단이 등록되지 않은 선수까지 하면 팀 당 90~100씩 데리고 있다. 그런데 정책 등을 잘못 하면 구단은 간단하다. 선수를 60명이나 이렇게 확 줄이면 된다. 이런 식이니 현시점에서는 구단이 갑이고 선수가 을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제일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취업의 문과 연봉이 높아져야 한다. 그래야 큰 소리치고 보호가 된다. 그런 게 안 되면 피해보는 것은 무명 선수들이다. 스타 위주의 투쟁이 많았던 것은 문제가 있다. 선수협도 마스터플랜이 있어야 한다. 스텝 바이 스텝으로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그걸 만들어 KBO, 구단, 선수협이 의쌰 의쌰 해서 가야한다.

-그런데 요즘 보면 선수협, 은퇴선수협, 일구회 등 모임도 아주 많다.


▶모든 것은 돈이 없을 때는 문제가 없었다. 가슴 아픈 얘긴데 후배들 만나면 정말로 정신 차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기부를 하고 봉사 활동을 하고 그런 일을 많이 해야지, 초상권 때문에 싸우고 돈 때문에 이러면 얼마나 모양새가 웃기는 일인가. 뭉쳐도 될까 말까인데. 야구 발전을 위해 힘을 쓰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나도 어느새 선배가 됐는데 우리 선배들이 잘못 했다고 생각한다. 어떤 분야든 컬처, 좋은 문화를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는 너무 이기고 지고 사는 데만 몰두했지 문화를 만들어 놓지 못했다. 내가 베트남, 캄보디아에 야구장을 짓고 장학금을 주고 하는 것도 사실 후배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도 있다.
최근에 우리 후배들은 좋은 일을 많이 한다. 몰라서 못 하는 것이었지, 뜻은 있고 좋은 선수들이 아주 많다. 추신수나 류현진도 그렇고, 정근우, 강민호 등도 앞으로는 좋은 일들을 많이 할 것이다.

< mlb중계팀과 추신수 인터뷰를 마치고 >

-프로야구 경기 진행이나 트렌드는 어떻게 생각하나. 개인적으로는 각 팀의 고유의 개성이나 컬러가 없어진다는 아쉬움이 있는데

.
▶그렇다. 사실 제일 좋은 것은 9개, 10개 구단이 무지개처럼 모두 다른 색깔을 갖는 것이 좋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초반부터 번트대고 너무 비슷하게 한 쪽으로 쏠리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 팬들의 재미는 반감된다고 본다.
어느 나라 야구가 좋다 나쁘다를 떠나 미국 야구의 경우 승부를 보면 마이너부터 어느 정도 공간을 남겨놓고 본인의 개성과 능력에 맡기는 야구를 많이 한다. 예를 들어 8회에 3-0으로 앞서고 무사 1루나, 1,2루가 되면 번트되지 않고 선수에게 맡긴다. 그러면 6-0이 될 수도 있지만 병살이 나와 점수를 못 내면 4-3으로 질 수도 있다. 그런데 실제로 지면 그게 드라마다. 그런 룸이 공존하는데 그것이 재미있는 거다.
그런데 그것을 똑같이 해야지, 한 쪽은 하고 한 쪽은 안 하면 당하니까 결국 다 그렇게 가는 것이다. 여러 가지 차이도 있겠지만 최근에 너무 뛰는 야구 오밀조밀한 야구로 쏠려 있는 추세는 앞으로 WBC 등에서도 큰 기대를 못할지도 모른다. 수준급의 대회에서 좋은 투수와 좋은 수비를 상대로는 장타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감독도 그런 야구만 추구하려고 하지는 않을 텐데 어려움도 분명히 있는 것 같다.


▶말을 하면 한이 없다. 감독도 이상적인 야구를 하고 싶지만 성적이 안 좋으면 잘라버리니까. 4강 감독, 2강 감독도 잘리는 판이니 물론 승부 위주로 가는 것이 프로지만 그건 아니다. 꼴찌 팀을 6강을 만들면 인정을 받아야 하는데 우린 그게 아니지 않은가. 이것도 문화다. 야구인, 구단 모두가 노력을 해서 컬처를 바꿔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인프라가 중요하다고 늘 강조한다.

-그래서 별명까지 얻었다.

▶'허프라'라고 불리는 것 안다.(웃음) 30여 년간 지켜본 바로는 시설 인프라와 인적 인프라가 해결되지 않으면 절대 안 된다. 광주나 신흥 구단들처럼 수익권을 보장 받으면 이제는 승부는 감독과 단장이 하는 것이다. 사장은 수익구조 개선에 대한 승부를 해야 한다. 종전에는 유능한 사장이 와도 할 것이 없었다. 야구장이나 운영에 대한 권리가 구단에 없었으니까. 그러나 앞으로는 전문 경영인 야구단 사장이 할 일이 많이 생길 것이다. 그래서 인프라가 중요하다. 그러면 그룹에서도 야구단이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는 의식이 생길 것이다. 그것이 출발점이 돼야 모든 것이 바로 돌아간다고 본다. 이런 추세가 빨리 10개 구단으로 확대돼야 한다.

-프로야구도 에이전트 제도가 도입될까.


▶해야 하지만 시기는 잘 해야 한다. 부익부 빈익빈이 되면 안 된다. 우선 파이가 커져야 한다. 반복되는 애기지만 전체적인 인프라가 좋아지고 수익 구조가 돼야 한다.

-허구연 위원의 앞으로의 행보는 무엇인가.


▶그건 잘 모르겠다. (웃음) 솔직히 야구발전 실행위원회를 6년간 맡아왔다. 지난 2년 반 동안 9, 10구단과 독립리그 팀을 만드는데 전력을 기울였다. 야구장 면이 160면이었던 것이 지금은 300개가 넘는다. 4대강 유역에도 40개 넘게 만들었고 문체부에도 야구장 건설을 요청해 만들었다. 참 바쁘게 정신없이 지냈다. 언젠가는 은퇴를 할 테고 그때는 아이들과 야구를 함께 하고 싶다.

-야구 행정 쪽이나 정치권 일은 어떤가, 야구를 위해서.


▶그건 쉽지 않다. 솔직히 프러포즈도 있었지만 명예와 권력과 금력을 모두 가지려고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40대부터 했다. 유혹을 잘 견디고 조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좋은 기회가 오면 모르겠지만 예를 들어 정치계로 간다면 절반은 반대파가 된다. 그러나 야구인으로 일하면 중립적인 입장에서 다 통할 수 있는 게 좋다고 본다. 그리고 정치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지 않은가. (웃음) 야구계를 위해서, 후배들을 위해서 계속 열심히 뛰고 싶다.

어떤 인물이든 그에 대한 의견이나 판단은 개인적으로 엇갈릴 수 있습니다. 모든 해설 위원들처럼 그도 편파나 특정 선수 편애 등의 구설도에도 올랐지만 그럼 점들에 대해서도 자신의 확실한 기준과 의도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허구연 위원의 야구에 대한 열정과 사랑은 변함없이 줄곧 한 곳을 향하고 있습니다. 지난 수년간 오로지 프로야구의 발전과 저변 확대 등을 위해서 몰두해 왔고 많은 성과를 거뒀습니다. 야구를 위한 그의 앞으로의 행보에도 눈길이 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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