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이 전하는 야구의 모든것

[허구연이 보고 온 ‘코리안 빅리거’]텍사스 추신수 - 동아일보 (2014. 3. 20)

허프라 ㅣ 2014.03.27 16:20

한국인 마이너리거까지 모아 식사… 마음이 더 큰 빅스타
 
[허구연이 보고 온 ‘코리안 빅리거’]<중>텍사스 추신수

 
올해부터 박찬호가 뛰었던 미국 메이저리그 텍사스의 유니폼을 입게 된 추신수는 최근 “박찬호 선배가 자기 몫까지 열심히 뛰어 달라고 했다”며 “두 나라(한국과 미국) 팬을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은 있지만 그걸 이겨내는 게 내게 주어진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7일 LA 다저스와의 시범경기에서 2루타를 날리는 추신수. 글렌데일=AP 뉴시스
 
메이저리그에서 풀타임 6년차 선수는 인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게 되는 그해의 활약 여부에 따라 ‘대박’을 칠 수도 있고, 평범한 선수로 남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풀타임 6년차였던 추신수(32·텍사스)도 신시내티에서 뛰면서 엄청난 중압감을 느꼈을 것이다. 평생 야구하면서 그런 부담을 안고 뛰는 게 몇 번이나 될까.

하지만 추신수는 훌륭하게 이겨냈다. 21홈런-20도루로 3년 만에 ‘20-20’ 클럽에 가입했고, 출루율에서도 내셔널리그 2위(0.423)에 오르며 최고 수준의 리드오프임을 확인시켰다. 그 결과물이 FA 자격으로 텍사스와 맺은 7년간 1억3000만 달러(약 1390억 원)짜리 대형 계약이었다.


○ ‘먹튀’는 없다

미국에서 추신수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허구연 MBC 해설위원. 허구연 위원 제공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추신수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여유로워 보였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리더십이다. 후배 선수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 아낌없이 조언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절제 있는 태도로 조리 있게 말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스타 선수로서의 아우라(독특한 기운)를 느낄 수 있었다.

올해 시범경기에서 추신수는 썩 좋은 모습이 아니다. 19일 밀워키전에서 4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타율이 0.139(36타수 5안타)까지 떨어졌다. 그렇지만 시범경기는 말 그대로 테스트일 뿐이다. 전혀 걱정할 일이 아니다.

지난 시즌 초반 추신수는 3할 이상을 치다가 왼손바닥 부상 이후 타율이 많이 떨어져 0.285로 마감했다. FA가 걸려 있었기 때문에 통증을 참고 뛰었다. 만약 손이 안 아팠다면 3할을 충분히 쳤을 것이다.

올해 아메리칸리그로 온 것도 호재다. 지명타자 제도가 없는 내셔널리그에서는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9번 타순에서 공수교대가 될 때가 많다. 선두 타자인 추신수로서는 수비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오자마자 충분한 준비 없이 타석에 들어서는 경우가 많았다.

출루율이 원체 좋은 선수이지만 올해의 관건 역시 투 스트라이크 이후 대처다. 추신수는 불리한 카운트에서는 오른 다리를 들지 않고 맞히는 타격을 하는데 올해도 괜찮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올 시즌 도루는 다소 줄어들지 몰라도 홈런과 타율은 지난해보다 좋을 것 같다.

노골적으로 말은 안 하지만 추신수 스스로도 ‘먹튀’ 소리를 듣지 않으려 노력하는 게 보인다. 많은 돈을 받았다는 부담보다는 책임감을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


○ ‘인간’ 추신수

인간 추신수의 매력에도 깜짝 놀랐다. 캠프 기간 동안 추신수는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까지 모아 밥을 샀다.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어린 한국 선수들과 한국의 유소년 야구 발전을 위해 어떤 일을 할지 항상 생각하고 있었다.

텍사스와 거액 계약을 맺고 난 뒤에는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자신을 아껴준 한국 미디어 관계자 3명에게도 고급 시계를 선물했다. 액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감사하는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는 자체가 ‘아, 추신수는 뭔가 달라도 다른 선수구나’ 하는 걸 느끼게 했다. 텍사스의 베테랑 스카우트인 잭 웨크 씨도 “추신수를 영입할 때 야구 실력뿐 아니라 인간성과 매너, 성실함 등을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사람 보는 눈은 어디나 다 비슷한 것 같다.

정리=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저작권 문제 시 연락주시면 삭제하겠습니다.

뉴스목록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