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이 전하는 야구의 모든것

[MK인터뷰] 허구연, “잠실돔구장 건설, 반드시 성사돼야” 上 - MK스포츠 (2014.06.05)

허프라 ㅣ 2014.06.05 13:14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기승전돔(기승전결+돔). 허구연(63)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을 가리키는 대표적인 말 중 하나다. 대부분 중계 중 이야기의 흐름이 ‘류현진’→‘해외진출’→‘메이저리그 인프라’→‘야구장 신축(돔구장)’, ‘야수 실책’→‘열악한 조명 시설’→‘야구장 신축’(돔구장), ‘슬라이딩 캐치’→‘부상 염려’→‘메이저 구장 여건’→‘야구장 신축’(돔구장) 식으로 전개된다는 것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야구발전실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과거부터 한국야구의 `인프라 전도사`다. 이제 결실을 맺으려 한다. 서울시는 지난 4월 삼성동 코엑스와 한국전력 터를 포함, 잠실운동장까지 총 72만㎡를 ‘마이스(MICE) 복합단지’로 개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잠실에 돔구장을 신축한다는 게 주요 내용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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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인프라와 관련해 할말이 많았다. 수년째 인프라를 외쳐 허프라라는 별명이 생긴 허 위원의 인프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진=곽혜미 기자
6.4 지방선거를 이틀 앞둔 2일 MK스포츠와 만난 허구연 위원은 “의미있는 결정”이라면서도 “단순한 계획으로 끝나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운영 등에서 선진기법을 도입해야 한다. 사실 돔은 야구 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 스포츠, 문화, 예술 등 복합적인 공간이다. 그런 것들이 정말로 잘 현실화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내기도 했다.

▲ 잠실돔, 시민을 위한 ‘공공재’여야 한다

자신이 꾸준히 강조해 온 돔구장의 구체적인 계획이 나왔지만 허구연 위원은 우려의 목소리도 잊지 않았다. 허 위원은 “가족단위 연인단위 이런 것들이 또 장애인을 위한 시설 같은 것들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며 “예를 들어, 겨울철에 아이스링크를 만들어서 김연아 갈라쇼나 공연을 볼 수 있이야 한다. 물론 여기에 대한 콘센서스가 잘 이루어져야하고, 그런 가운데 세계 명물이 되는 모범적인 돔구장이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돔구장을 지으려면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 예상되는 예산은 4000여억원 정도인데 바로 허 위원이 걱정하는 부분이었다. 그는 “서울시에서 MICE를 발표하기 전 박원순 시장과 만나 얘기를 했는데, 그 때 호통부터 쳤다”고 밝혔다. 허 위원 말로는 서울시가 현재 잠실야구장을 사용하고 있는 LG와 두산 구단이 예산을 분담하는 안을 제시했다는 것. 이에 “LG, 두산이 매해 적자를 보는 상황에서 돔구장 건립비용까지 모두 떠맡는 건 너무하지 않냐. 그런 부분에 대해서 (박 시장에게) 항의했다”는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웃었다.

허구연 위원 생각은 확고했다. 돔구장은 공공재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복합시설인만큼 시민을 위한 장소가 돼야 한다는 게 큰 이유. 그는 “미국의 경우 뉴욕 양키스타디움이 1조7000억원 들여 만들었는데, 그 부지를 뉴욕시가 1년에 10달러씩 형식적으로만 받는다”며 “돔구장 비용을 구단이 30%, 시와 국가가 70%를 분담하면 서울이 2개 구단이니까 15%씩 나누게 돼, 부담이 적어질 수 있다”고 제안했다. 허 위원은 “체육시설은 국립극장이나 시립극장처럼 생각해서 공공적 개념이 도입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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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돔은 야구계의 애물단지가 돼 가는 분위기다. 허구연 위원도 고척돔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사진=MK스포츠 DB
▲ 고척돔? 인정할 수 없지만…

하지만 한국 최초의 돔구장은 계획만 나온 잠실돔이 아니라 고척동에 지어지고 있는 서남권 돔구장이 될 전망이다. 문제는 고척돔이 환영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 야구계에서 내년 초 완공되는 고척돔을 바라보는 시선은 ‘애물단지’다. 서울시가 2400억 원(고척돔 건립 1950억 원+주변 환경 정비 450억 원)의 거액을 들여 만들었지만 교통이 불편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 허구연 위원도 고척돔 얘기가 나오자 한숨을 쉬었다.

허 위원은 “난 그 안에 들어 가보지도 않았다. 사실 고척돔은 인정할 수 없다”며 “고척돔이 2007년 동대문야구장을 헐면서 대체구장으로 지어졌는데, 처음에는 완전 개방형 구장이었다. 그런데 하프돔으로 바뀌더니, 슬그머니 완전돔으로 바뀌었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고개를 흔들었다. 이어 그는 “전임시장때 결정된 일이라 현 시장도 골치 아플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고척돔 사용과 관련해 서울시와 넥센 히어로즈가 협상 중이다. 하지만 고척돔 운영을 둘러싸고 협상은 지지부진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허구연 위원도 이런 부분을 걱정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넥센이 들어가야겠지만, 거액의 운영비를 그대로 적용시키면 넥센같은 대기업이 아닌 구단은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며 “(넥센에) 조건을 좋게 줘야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말했다.

잠실돔이건 고척돔이건 허 위원이 강조한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운영권, 광고권, 네이밍라이트와 같은 권리가 구단에게 가야한다는 것이었다.

“야구장은 단순히 경기만을 보러오는 곳이 아니라 먹고 즐기고 함께하는 곳이다. 구단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수익이 나야하는데, 현 제도 아래에서는 분명 한계가 있다. 구단의 자생력을 키우고 프로야구의 산업화가 이뤄지기 위해선 빨리 도입돼야 한다.” 허구연 위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jcan123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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