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이 전하는 야구의 모든것

[MK인터뷰] 허구연 “인프라? 돔이 전부가 아니다” 下 - MK스포츠 (2014.06.05)

허프라 ㅣ 2014.06.05 13:16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내가 인프라를 돔구장에 국한시켜 하는지 아는데, 따지고 보면 그렇지도 않아요.”

허구연 위원은 한국야구위원회(KBO) 야구발전실행위원회에서 발간한 야구장건립메뉴얼 3판을 가리키며 말했다. 매뉴얼 표지에는 올 시즌부터 KIA 타이거즈가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광주 챔피언스필드와 올해 3월 개장해 롯데 자이언츠의 제2홈구장이 된 울산 문수야구장, 리모델링을 마치고 8월 재개장할 예정인 수원야구장, 2015년 12월 완공 예정인 대구 신축 야구장, 그리고 지난 2012년 8월 개장해 삼성 라이온즈의 제2홈구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포항야구장까지 5개 야구장의 조감도가 있다. 허 위원은 “이게 모두 다 내 작품”이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허 위원이 야구발전실행위원장을 맡은 지 올해로 6년 째. 그 사이 한국 프로야구는 폭발적인 성장을 했다. 야구장 건립과 함께 그가 가장 뿌듯하게 생각하는 건 바로 불어난 프로야구의 몸집이다. 그는 “야구발전실행위원장을 맡아 선택과 집중을 택했는데 9구단과 10구단 창단과 독립구단 등 3개 팀을 만든게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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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연 위원이 카메라 앞에 섰다. 수십년 해설을 하면서 카메라 앞에 선 허 위원의 포즈는 자연스러웠다. 사진=곽혜미 기자
▲ 야구장은 ‘교실’…교실 없는 곳에 배움도 없다

허구연 위원이 야구장 건립에 관심을 갖는 건 당연했다. “학생들은 교실에서 배운다. 야구선수들에게 야구장은 교실과 같다. 교실이 없는 데 야구는 어떻게 하며, 배움은 어떻게 이뤄지겠는가.” 허 위원의 말이었다.

허 위원은 최근 건립되고 있는 야구장 자문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중계가 있는 날에도 더러 지방에 내려가기도 한단다. 몸이 힘들 수밖에 없지만, 그는 새로운 야구장이 생기는 것에 마냥 즐겁기만 하다. 그가 자문한 구장들은 기존 야구장과는 다른 특별함이 숨어있다. 2012년 개장한 포항구장은 국내 최초로 포수 백네트 바로 뒷좌석을 개방했고 외야에는 의자 대신 잔디를 깔았다. 이후 만들어지는 구장들은 백네트 뒤를 모두 좌석으로 만들고 있다. 대전구장의 경우에는 리모델링을 통해 백네트 뒷좌석을 만들어 팬들의 큰 호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허 위원은 "야구장은 승부만 겨루는 게 아니라 와서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면서 "울산구장은 국내 최초로 백스크린을 나무 조형으로 꾸몄다. 또 워닝트랙에는 최초로 화산석을 깔았다. 처음에 워닝트랙을 그냥 빨간 인조잔디로 깔려고 하더라. 선수가 느낄 수 있어야 워닝트랙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허 위원은 조명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그는 "지금은 조명탑에 타구가 들어가는 게 승부를 가르기도 한다. 그래서는 안 된다 싶어서 플라즈마 자연광으로 조명탑을 설치하도록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8월 완공되는 수원구장이 이 플라즈마 자연광을 사용했다. 허 위원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 ‘하는’ 야구가 진짜 야구, 그들만의 리그 ‘NO’

하지만 허구연 위원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바로 소프트웨어다. 하드웨어인 시설이 갖춰졌으니 야구의 질적 발전을 위해선 소프트웨어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허 위원은 2014년 야구발전실행위원회 우선과제로 티볼(Tee ball)의 보급을 꼽았다. 티볼은 배팅 티에 볼을 올려놓고 정지되어 있는 공을 치는 구기 종목으로 야구와 유사하다. 투수가 없다는 점만 뺀다면 야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공은 부드러운 연식구를 사용하고, 부상방지를 위해 도루나 슬라이딩은 금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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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시즌 중에는 스프링캠프를 찾느라 더 바쁜 허구연 위원.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에 위치한 LA 다저스 캠프에서 류현진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티볼은 2008년부터 초등학교 5학년, 그리고 중학교 2학년 정규과정으로 편성돼 있지만 실제로 즐기는 학교는 많지 않다. 야구만큼은 아니지만 장비를 갖추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허 위원은 티볼 보급에 야구의 미래가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프로야구 팀이 10개면, 고교야구 팀은 100개 정도 돼야 하는데 팀 하나 만들기가 워낙 어려운 상황”이라며 “피라미드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근간이 티볼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티볼은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다. 미국만 하더라도 어렸을 때 티볼로 야구에 입문해 메이저리거까지 된 선수가 많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경기 방식도 제안했다. 허 위원은 “한 팀 선수 중 2명은 학부모, 1명은 선생님으로 구성해서 치르면 야구 저변이 확대되지 않을까. 야구의 재미를 많은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허 위원은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티볼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오지에 위치한 학교와 군부대를 특히 신경쓴다. “프로야구 팀만 잔뜩 생기면 자칫 ‘그들만의 리그’가 될 수 있다. 하는 야구를 통해 야구인구가 늘어나고 야구장이 늘어나면 질적인 발전은 지속가능 할 것이다. 그래서 티볼이 중요하다.” 허구연 위원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jcan123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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