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이 전하는 야구의 모든것

[OSEN 인터뷰] ‘쉼 없는 6년’ 허구연, 아직도 전국을 도는 이유 - OSEN (2014.11.02)

허프라 ㅣ 2014.11.11 15:55

[OSEN=삿포로, 김태우 기자] “물론 많은 발전을 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야구계 전반적인 인식이 바뀌어야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야구발전위원장 및 MBC 해설위원은 팬들에게 ‘허프라’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워낙 야구 인프라에 대한 이야기를 강조해서다. 방송중계는 물론 공개석상에서 틈만 나면 “한국야구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인프라 구축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때로는 야구계,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는다. 그렇게 10년의 세월이 이어지자 ‘야구 인프라=허구연’이라는 공식까지 성립됐다.

처음에는 ‘뜬구름을 잡는다’라는 인식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많은 팬들이 허 위원장의 행보에 큰 박수를 보내고 있다. ‘실천하는 지성’이라는 표현이 거창할지는 몰라도, 말이 아닌 행동으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KBO 야구발전위원장에 임명된 지도 어느덧 6년. 그 6년 사이 허 위원장은 ‘관심’과 ‘노력’이 야구계 지형을 상당 부분 바꿔놓을 수 있음을 증명했다.

2008년까지만 해도 전국의 야구장은 160개 정도였다. 그나마 이 중 상당수는 사회인 야구를 치르기도 어려운 환경이었다는 게 야구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그러나 허 위원장이 야구발전위원회를 맡은 6년 동안 전국 야구장은 360개가 됐다. 6년 사이에 200개 가까이가 늘었다. 그간 지지부진했던 야구장 건설 추이에 비하면 빛과 같은 속도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초석을 다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가장 상위에 있는 프로야구의 경기장 환경은 비약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광주, 울산, 포항에 새 야구장이 들어섰고 대구도 경기장을 짓는 중이다. 대전은 리모델링을 마쳤고 마산은 경기장 신축 계획이 섰다. 내년부터 프로야구장으로 사용될 수원 역시 새 단장을 하며 팬들을 기다리고 있다. 야구계의 숙원 사업인 돔구장도 해결 조짐이 보인다. 서울시에서 현 잠실종합운동장 부지에 돔구장 건설 검토를 하고 있다. 계획대로 잘 추진된다면 2020년을 전후로 웅장한 모습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는 “지자체들이 잘 검토해준 덕분”이라고 겸손해하지만 야구계 관계자들은 “허구연 위원장이 발로 뛴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허 위원장은 방송에서 말로만 인프라를 외치지 않았다. 야구발전위원장을 맡은 후 전국을 돌기 시작했다. 때로는 설득하면서, 때로는 싸우면서 지금의 성과를 이뤄내는 데 결정적인 몫을 했다. 허 위원장은 “자동차 운행거리를 보니까 예전보다 5배는 더 돌아다니는 것 같다”라고 싫지 않은 웃음을 지었다.

허 위원장은 광주, 울산, 포항, 대구, 수원 야구장 신축 및 리모델링에 모두 관여했다. 비야구인들이 많을 수밖에 없는 지자체의 전문성 결여 보완에 일익을 담당했다. 이에 지자체로부터 받은 감사패만 여럿이다. 요새는 인프라의 또 다른 축인 야구 저변 확대에도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고교야구, 리틀야구, 여자야구는 물론 요새는 아이들이 손쉽게 즐길 수 있는 티볼 보급에도 열성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균형을 이루며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 허 위원장의 지론이다.


하지만 아쉬움도 많다. 허 위원장은 “야구계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라리 지자체 관계자들과 싸우는 것은 괜찮다고 말하는 허 위원장은 오히려 야구계 내부에서 중론이 모이지 않고 있다며 아쉬워하고 있다. 지자체로부터 예산을 따내려면 그에 맞는 논리와 조직력으로 무장해야 하는데 야구계 전반적인 분위기는 눈앞의 이익만을 쫓는다는 것. 당연히 누군가를 설득시킬 만한 대세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이는 허 위원장이 지금까지 고군분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상징적인 사례가 4대강 인근 체육시설 확충에 대한 이야기다. 당초 4대강 인근 체육시설 건설계획에 야구장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야구계에서는 신경을 쓸 역량이 부족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회상이다. 그 때 허 위원장이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야구장 건설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한 덕에 사회인 및 리틀야구 선수들이 뛸 수 있는 경기장이 자그마치 42개나 만들어졌다. 허 위원장은 “지금은 ‘야구’라는 브랜드가 있지 않은가. 야구계가 한 뜻으로 신경을 쓴다면 충분히 지원을 받을 수 있다”라며 발상의 전환을 촉구했다.

한편 허 위원장은 “이제는 소프트웨어 발전에도 신경을 쓸 때”라며 동반 성장을 강조했다. 내년부터 당장 10구단 체제가 되는데 그 저변이 턱없이 취약하다는 것이 허 위원장의 주장이다. 중고등학교 야구를 지원하고, 어린 아이들이 야구에 손쉽게 다가갈 수 있는 티볼 보급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허 위원장은 한국티볼연맹 주최하고 롯데리아가 후원, 2일 삿포로돔에서 열린 ‘제 20회 홋카이도지사배 전국티볼대회’도 직접 찾아 어린 선수들을 격려했다. 바쁜 일정을 쪼갠 허 위원장은 “승리는 중요하지 않다. 어린 아이들에게는 말 그대로 놀이”라며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티볼 보급을 주도하고 있는 허 위원장은 보급된 학교, 그리고 사회 시설 등에서의 호평을 몸소 확인했다. 이에 “티볼 한 세트가 15만 원 정도다. 1년에 5억 원 정도만 꾸준하게 투자할 수 있다면 금세 전국 학교에서 티볼이 보급화될 수 있을 것이다. 꼭 야구선수라 되라는 것은 아니다. 스포츠 특유의 인성교육 효과는 물론 잠재적인 야구팬들을 확보할 수 있다”라면서 “많은 돈이 드는 것도, 거창한 계획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야구계와 구단들이 조금만 신경을 쓰면 되는 문제 아니겠는가.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먼곳을 내다보는 인식의 변화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허 위원장이 인생에서 꿈꾸는 마지막 목표이기도 하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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