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이 전하는 야구의 모든것

[허구연의 내 인생의 책](1) 심플하게 산다 - 요즘 야구팬이 행복한 이유 - 경향신문(2015.05.17)

허프라 ㅣ 2015.05.18 15:05

▲ 심플하게 산다 | 도미니크 로로

전국을 돌며 야구장 중계석에 앉다보면 그라운드뿐 아니라 관중석으로도 자주 눈이 간다. 최근 들어서는 그 공간에 또 다른 문화가 보인다. 프로야구 초창기인 1980년대에 비하면 팬들이 야구를 즐기는 방식이 무척 달라졌다. 지난 몇 년간 꼴찌를 단골로 하는데도 한화 이글스의 팬들이 관중석을 메우고 목청을 높이던 장면을 예사로 흘려보낼 것은 아니다. 요즘 야구팬의 시야에는 이미 옛날 팬들의 가치와는 또 다른 것이 스며들어 있다.

얼마 전 결혼식장에서 연세가 지긋한 한 분을 만났다. 이미 명예퇴직을 한 그분은 저녁에 프로야구를 보는 것이 낙이라고 했다. 여러 경기를 동시에 시청하기 위해 TV도 세 대나 설치했다고 한다. 그분에게는 야구 보는 것이 일상이자 기쁨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수필 <심플하게 산다>에서 저자 도미니크 로로가 지향하는 삶은 요즘 야구팬들의 성향과 닮아 있다. 프랑스 태생의 저자는 24세에 미국 미주리 대학에 유학하며 캐나다·멕시코 등을 다니다 어느 날 샌프란시스코에서 일본식 정원을 보고 그 매력에 푹 빠졌다. 그리고 일본으로 건너가 생활하고 있다. 저자는 현대인들이 너무 많은 것을 갖기를 원해 오히려 자유롭지 못하다고 했다. 삶의 목적을 소유보다는 존재에 두기를 바랐다. 또 책에서 ‘심플한 삶은 모든 것을 즐길 줄 아는 것. 가장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것에서도 즐거움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했다. 응원석에서, 중계화면 앞에서 행복을 찾는 야구팬들이 오버랩된다.
 
 
저작권 문제 시 연락주시면 삭제하겠습니다.

뉴스목록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