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이 전하는 야구의 모든것

[허구연의 내 인생의 책](4) 육조단경 읽기 - ‘땜질’로 시작한 30년 해설가 삶 - 경향신문(2015.05.20)

허프라 ㅣ 2015.05.21 14:32

▲ 육조단경 읽기 | 김윤수 역주

야구 해설가가 된 것은 우연이었다.

프로야구 태동기인 1982년 당시 나는 대학 강의에 한창 흥미를 붙이고 있었다. 그런데 MBC에서 연락이 왔다. 해설위원에게 사정이 생긴 것을 사유로 한 번만 중계석에 앉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른바 ‘땜질 해설’로 3만6500원이란 출연료를 받고 마이크를 잡았는데 예상치 못한 엄청난 반향을 불러왔다. 재미와 깊이가 있다는 반응에 힘을 얻었고, 당시로는 간판 프로야구 선수 연봉 수준인 2200만원에 공식 데뷔했다.

그 뒤로 30년이 넘도록 외길을 달려왔다. 야구 해설가로 일상은 무척 빠듯한 편이다. 국내 프로야구 중계를 위해 전국을 다니고, 미국프로야구 그리고 일본프로야구까지 두루 살피다 보면 어떤 날은 정말 틈이 없을 지경이다. 지난해만 해도 아침에 메이저리그 류현진 등판 경기를, 오후에는 야구장으로 이동해 국내 프로야구 중계를 하는 경우가 꽤 됐다.

기관차처럼 계속 달리는 일상에 잠시 돌아가는 시간이 필요할 때 <육조단경 읽기>를 꺼내보곤 한다. 이 책에서는 ‘좌선을 하여 선정(禪定)을 익혀라. 선정을 익히지 않고 해탈을 얻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한다. 선정은 쉽게 말해 일종의 비워버리는 작업이다. 온갖 것으로 가득한 생각을 쉬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굳이 종교적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 책은 매일 혼을 쏟아부어야 하는 프로야구 사령탑에게도 쉼터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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