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이 전하는 야구의 모든것

“야구발전 위해선 공부하는 야구인 학교체육서 키워야” - 한겨레 (2015.06.30)

허프라 ㅣ 2015.07.01 10:35

허구연이 말하는 아마야구
허구연(64) 해설위원은 프로야구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프로 원년인 1982년부터 해설을 맡았고, 환갑을 훌쩍 넘긴 지금도 인기 있는 현역 해설자다. 게임업체 컴투스는 6월25일 ‘프로야구매니저’ 게임의 이용자 14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가장 선호하는 해설자’로 허구연 해설위원이 28.4%로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그런 그가 프로야구보다도 더 열심히 뛰는 현장이 있다. 바로 학교 현장인 아마야구다. 허 위원은 경남 양산시의 원동중 야구부 선수들이 야구를 계속하기 위해 3학년 때 전학을 간다는 소식을 듣고, 양산 물금고의 야구부 창단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반대하는 사람들을 만나 설득하고,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지원도 이끌어냈다. 롯데의 포수 강민호가 2억원을 기부해 물금고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는 야구장을 짓게 한 것도 허 위원의 권유 덕분이었다. 허 위원은 유소년 야구에도 깊이 관여한다. 한국티볼연맹은 지난해부터 ‘허구연의 롯데리아 페스티볼 대회’라는 전국단위 대회를 시작했다. 티볼은 야구를 변형해 어린 학생들이 안전하고 쉽게 즐길 수 있는 종목이다. 인터뷰는 6월29일 그의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미·일처럼 학교체육 활성화 절실
‘1학생 1운동’ 참여 등 정책 필요
10구단 체제 선수확보에도 도움”
“‘체육인 리더자격 없다’ 여론높아
선수 출신 협회·연맹 회장 위해선
학교체육서 선수겸 리더 양성해야”
허구연 해설위원(MBC스포츠)이 29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용문동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에서 국내 아마야구의 현실과 개선 방안에 대해 말하고 있다.
허구연 해설위원(MBC스포츠)이 29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용문동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에서 국내 아마야구의 현실과 개선 방안에 대해 말하고 있다.
-프로야구 10구단 체제가 출범하면서 현장에선 선수가 부족하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선수들을 양성하는 아마야구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일본에는 고교 야구팀이 4000개나 된다. 이 팀들이 우리처럼 전부 엘리트 선수들일까. 그렇지 않다. 대부분 학업과 운동을 병행한다. 우리 학교 체육도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의 문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엘리트 선수들은 공부를 안 하고, 일반 학생들은 운동을 안 하는 것’이다. 정말 해묵은 문제인데, 역설적으로 야구 저변을 넓히고 쓸 만한 선수를 확보하기 위해서도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요즘은 방과후 체육활동이나 클럽 체육활동이 이전보다 활발하다. 하지만 더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학생 한명당 운동 종목 하나씩 참여하고, 권역별·지역별로 리그를 만들 수 있다. 꼭 잘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3, 4부 리그면 어떤가. 실력이 좀 부족하면 그런 팀들끼리 경기를 하면 된다. 이를 위해선 야구장도 있어야 하고, 장비도 필요하다. 다른 운동종목도 마찬가지다. 돈은 좀 들지만 투자가 절실하다. 학교 체육에 투자하면 학생들의 건강과 체력, 행복추구권 실현 등 얻을 수 있는 것이 상당하다. 혹자는 학교 체육의 활성화가 선수 확보와는 관련없다고 하지만, 미국, 일본 등은 다 이렇게 선수를 수급한다.”
-고교 야구는 주말에 경기를 하는 등 예전보다 학업에 신경쓴다. 이런 조처들이 미진하다고 보는가?
“현장에선 아직 어려움이 많다. 친한 고교 야구 지도자들이 토로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학부모들의 압박이다. 선수들을 수업에 참여시키고, 훈련을 줄이면 바로 학부모들이 항의한다. ‘우리 애를 공부시키라고 야구부 보낸 게 아니다’고 말이다. 고교 야구부는 운영비용의 상당수를 학부모들한테서 충당한다. 학부모들의 등쌀을 감독, 코치들이 당해낼 수가 없다. 최근 정말 모욕감을 느낀 사건도 있었다. 기업인 출신의 대한유도협회장이 중고유도연맹회장을 폭행한 사건이다. 이 사건만이 아니라 체육 각 종목 협회·연맹에는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보통 기업인, 정치인들이 종목별 협회·연맹회장을 맡는데, 이들이 조직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끌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기업인, 정치인들이 협회·연맹을 통해 자신들의 이권을 챙긴다. 그런데도 사회에선 체육인들이 실력이 없기 때문에 리더가 될 수 없다고 여긴다. 체육인들이 이런 상황에 모욕감을 느껴야 한다. 전 독일 월드컵 조직위원장인 베켄바워나 유럽축구연맹 회장인 미셸 플라티니는 축구선수 출신이다. 뉴욕양키스의 에이스였던 마이크 무시나는 스탠퍼드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우리의 학교 체육이 무식인 양성 체제가 되어선 안 된다. 오히려 리더를 양성하는 체제여야 한다.”
글·사진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저작권 문제 시 연락주시면 삭제하겠습니다. 

뉴스목록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