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이 전하는 야구의 모든것

허구연 KBO 총재 “야구의 산업화·국제화 통해 프로야구 인기 되살릴 것” [세계초대석] - 세계일보 (2022...

허프라 ㅣ 2022.04.29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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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대회 우승에 도취… 일탈 잇따라
실망한 팬들 등돌리며 관중 수 줄어
코로나로 ‘직관’ 어려워진 것도 원인

프로스포츠, 연구개발에 적극 나서야
산업으로 가지 못하면 실업리그화
구단 자생력 높이는 미래 투자 필요

한국 야구 ‘우물 안 개구리’… 힘겨운 경쟁
첨단장비 활용 필수… 국제교류도 확대
조만간 美리그 개막전 한국 개최할 수도
최초의 야구인 출신 ‘KBO 커미셔너’인 허구연(71)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25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 총재실에서 지난달 25일 취임 후 한 달간 소회를 이야기하고 있다. 1군뿐 아니라 2군 경기장까지 직접 현장을 챙기며 프로야구 부활을 위해 그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허 총재는 “지금 프로야구가 스포츠 산업화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실업야구가 될 수밖에 없다. 그걸 눈 뜨고 보고 있으면 되느냐”며 “커미셔너에게 가장 중요한 건 리그를 발전시키고 그 가치를 높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허정호 선임기자

프로야구는 한국 최고 인기 스포츠지만 그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말을 듣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 일부 선수 일탈행동과 국제대회에서의 부진 등 악재가 겹쳤고, 여기에 젊은층 관심저하라는 경고등까지 켜졌기 때문이다. 이런 위기상황을 타개할 구원투수로 선택된 이가 허구연(71)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다. 최초의 야구인 출신 ‘KBO 커미셔너’가 된 허 총재는 지난달 25일 열린 취임식에서 “9회 말 1사 만루 마운드에 오른 투수의 심정”이라며 무거운 책임감을 표현했다.

취임 한 달 동안 1군뿐 아니라 2군 경기장까지 직접 현장을 챙기며 프로야구 부활을 위해 그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허 총재를 25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 총재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야구의 산업화·국제화를 통해 인기도 되살리고 구단들의 자생력도 높이는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R&D)이 절실하다”며 “이것은 야구뿐 아니라 한국 프로스포츠 전반의 과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전국을 돌며 현장을 직접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제 9회 말 1사 만루에 마운드에 올라 연습투구 정도 마친 셈인가.

“위기상황에서 몸 풀 시간이 어디 있나. 곧바로 타자와 싸워야지. 하루하루 긴박해 느낌은 한 달이 아니라 1년 지난 것 같다. 눈에 들어오는 할 일이 너무 많은데 시즌은 이미 시작됐다. 당장 팬들이 크게 체감하는 경기력과 스트라이크존(S존) 정상화 등 민감한 사안도 많다. 이 인터뷰 직전에도 경기운영위원장과 심판위원장, 팀장들과 만나 현장 이야기를 들었다. 지방자치단체장들과도 만나 해야 할 얘기가 많다. 시즌 개막과 함께 취임하면서 리그 운영도 해야 하고 미래 청사진도 찾아야 하는데 어떤 일에 더 중점을 둬야 할지 고민도 많다.”
 

―관중 감소 등 프로야구 인기 하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국제대회 우승에 도취해 있었다. 선수들도 우쭐해서 일탈행위가 많이 나오고, 그래서 팬들이 실망했다. 코로나19로 ‘직관(직접관람)’보다 중계에 익숙해진 점도 관중이 준 이유다. 이걸 어떻게 회복시키느냐는 비단 야구뿐 아니라 프로스포츠계 전반의 고민이다. 위기감이 크다. 2019년 관중 수준까지 회복하기 쉽지 않다. 이런 어려움을 당해 보는 것이 좋다. 차라리 매를 맞을 때는 지금처럼 확 맞아야 한다. 야구계 전체가 충격요법을 받아 봐야 느끼는 것이 많아진다. 또한 프로야구는 MZ세대가 가장 많이 즐기는 유튜브도 안 되고 ‘짤’ 같은 짧은 이미지를 쓸 수 없게 돼 있다. 중계권료를 더 받으려는 일부 구단 이기주의로 체결한 뉴미디어 계약상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이는 바로 눈앞의 이익만 바라보다 미래 고객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KBO가 나서서 MZ세대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하려는 이유다.”

―해설가 시절부터 어린 선수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여 준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산업은 항상 새로운 제품이 필요하다. 산업화로 가야 하는 프로스포츠도 마찬가지지만 신상품 내기가 힘들다. 일본만 해도 전국 고교야구대회인 ‘고시엔 대회’에 관심이 뜨거워 ‘고시엔 스타’는 고교선수인데도 이미 국민적 스타다.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고교선수를 전혀 모른다. 프로에 와서 스타가 돼야 하는데 엄청나게 잘해야 하기에 힘들다. 그래서 야구도 잘하면서 품성도 괜찮고 팬들이 좋아할 만한 스타성이 어린 선수에게 있다면 이를 부각하고 싶어 젊은 선수들을 집중 홍보했다. 그래도 아쉽다. KT 강백호가 지난해 한참 동안 4할 타율을 쳤는데 이는 엄청난 성적이다. 하지만 하이라이트 방송에선 강백호가 얼마 안 나오는 것이 한국 현실이다. 인기 구단이 아니면 관심을 덜 주기에 전국구 스타가 나오기 힘들다. 프로야구 팬 관심이 ‘엘롯기’(LG·롯데·KIA)에 고착돼 있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 리그 전체 팀 간 균형을 맞춰야 한다. 그런 면에서 SSG가 좋은 자극을 주고 있는 것 같다. 정용진 구단주가 지금의 야구 스타다. 직접 열심히 나서 주어서 엄청나게 고맙다.”
 

―취임식 때 야구장 신축을 두고 잡음이 많은 대전을 예로 들며 “연고지 이전도 강행할 수 있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총재가 되기 전부터 해 왔던 발언이다. 10여년 전부터 새 경기장 건립, 광고권, 운영권, 네이밍라이트 등 여러 혜택을 다 준다는 지자체가 있다면 연고지를 옮겨야 한다고 말해 왔다. 만성적자인 구단이 더 좋은 구장에서 경영수지가 좋아지는 상황이라면 가야 한다. 상황이 주어진다면 연고지를 한번 옮겨서 지자체장이 그 소중함을 느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거 때는 야구장 건립을 공약하고서 나중에는 다른 얘기를 하는 등 정치논리로 가면 안 된다. 앞으로도 연고지 이전에 대한 생각은 유효하다. 구단이 원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과도 만났는데.

“오 시장과의 만남을 두고 잠실에 돔구장을 새로 짓느냐의 문제로 잘못 알려진 게 있는데 더 중요한 것은 야구장이 어디로 가느냐다. 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개방형과 돔의 필요성은 주변 환경에 따라 다르다. 주변에 상가나 호텔 등이 조성됐을 때 개방형 구장은 소음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대신 돔구장은 건설비가 많이 든다. 개방형이냐 돔이냐는 나중 문제고 위치 선정이 더 중요하다. 여기에 경기장 광고수익 대부분을 지자체가 가져가는 문제 등 개선해야 할 점도 많다. 다만 선거철이라 지자체장과의 논의는 나도 조심스럽고 그쪽에서도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선거와 관계없이 야구장과 야구박물관 문제 등이 걸려 있는 부산시장과도 만나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
 

―인프라만 해결되면 야구가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보는가.

“프로스포츠는 산업으로 가지 못하면 실업리그화한다. 그걸 눈 뜨고 보고 있으면 안 된다. 인프라는 그 기본이다. 프로스포츠가 잘되려면 인구 1억명에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이어야 한다고 한다. 국민소득의 조건은 갖춰졌지만 인구가 줄어드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성장이 힘든 구조 속에서도 산업화의 초석을 다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통합마케팅 등 수익구조를 만들기 위한 R&D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미래를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는 야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KBO가 예산권이 없어 R&D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가 없다는 점이다. 모든 것이 이사회를 거쳐야 한다. 너무 많은 조항이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3∼4개 구단이 반대하면 안 되는 것이 너무 많다.”

―한국 야구의 국제경쟁력 강화도 취임사에서 강조하셨다.

“당장 내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부터 국제화에 나서겠다. 순혈주의에서 벗어나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한국계 선수도 원한다면 국가대표로 뛸 수 있도록 하겠다. 이를 위해서는 선수 의사 타진과 구단 협조 등 많은 절차가 필요해 1년 전인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또한 한국 야구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됐다. 과거 국제대회에서는 한국과 일본 정도만 상대에 대한 전력분석에 신경 써서 좋은 성적을 냈다. 하지만 트랙맨 같은 투구분석 장비가 활용되는 요즘은 미국에서도 우리 고교생의 트랙맨 데이터를 가지고 스카우트에 이용할 정도다. 미국, 중남미 국가들이 우리 대표팀 선수들에 대한 데이터나 영상자료를 충분히 가지고 국제대회에 나온다. 마이너리그 코치가 있는 이스라엘도 우리 데이터를 다 가지고 있을 정도니까 한국이 힘겨운 대결을 하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활용도 필수다. LA다저스가 선수만 좋아서 강팀은 아니다. 전력분석 능력이 엄청나게 뛰어나다. 국제교류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메이저리그가 조만간 한국에서 시즌 개막전을 열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하기도 했다.”
 

―히어로즈 구단의 강정호 영입을 아직 승인하지 않았다. 히어로즈의 현금 트레이드도 승인에 하루가 걸리는 등 신중한 태도인데.

“트레이드 건은 히어로즈 구단이 전에 돈 문제로 사고 난 적이 있었기에 당연히 검토해야 했다. 강정호 건은 이달 말까지 결정할 것이다. 커미셔너가 해야 할 일은 리그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페어플레이가 중요한 스포츠는 다른 분야보다 도덕적, 윤리적으로 더 엄격하다. 일반법보다 더 엄한 잣대가 적용된다.”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1951년 경남 진주 출생 ●부산 경남고 ●고려대 법학과(학사) ●고려대 법학 대학원(석사) ●MBC 해설위원 ●청보 핀토스 감독 ●롯데 자이언츠 수석 코치 ●토론토 블루제이스 마이너리그 코치 ●KBO 규칙위원장 ●KBO 기술위원회 부위원장 ●KBO 야구발전위원장 ●KBO 총재 고문


대담=박성준 문화체육부장, 정리=송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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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ww.segye.com/newsView/20220426514887?OutUrl=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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