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이 전하는 야구의 모든것

'허프라' 허구연 총재 "야구가 있는 도시의 시장은 모두 만날 것"[허구연 인터뷰上] - 스포츠한국 (22.5...

허프라 ㅣ 2022.06.20 13:55

[도곡동=스포츠한국 이정철, 허행운 기자] 허구연(71)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그의 입을 빌리자면 ‘9회말 1사 만루’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마운드를 넘겨받았다. 한국야구 발전이라는 큰 목표 아래 허 총재는 열심히 자신만의 피칭을 이어가고 있다.

허구연 총재는 지난 3월 29일 열린 취임식과 함께 ‘최초의 야구인 출신 총재’ 타이틀을 획득했다. 그리고 쉴 새없이 바쁜 한 달을 보냈다. 프로야구 스포츠산업화를 위한 초석인 ‘인프라 구축’을 위해 전국의 야구장을 돌며 정계 인사들을 만났으며, 그가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팬 퍼스트(Fan First)’를 위해 야구장 내 실내 취식, 육성응원 재개 등 작은 목표들을 하나하나 거치며 여기까지 왔다.

지난 3일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의 야구회관 총재실에서 스포츠한국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허구연 KBO 총재. ⓒ스포츠한국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지난 3일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의 야구회관 총재실에서 스포츠한국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허구연 KBO 총재. ⓒ스포츠한국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스포츠한국은 지난 3일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의 야구회관 총재실에서 몸이 열 개여도 모자란 허구연 총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새 시즌 해설을 위해 자료조사를 하던 중에 총재직을 제안받았다”는 허 총재는 “야구계가 어렵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사람들이 날 찾는다면 해설보다는 그 일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며 취임 당시를 떠올린 후, KBO리그의 각종 현안에 대한 생각을 털어놨다.

▶잠실 신구장. 핵심 사안은 '돔'이 아니라 '위치'다


잠실구장은 KBO리그에 성지다. 서울 인기팀인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가 같이 홈구장으로 사용 중이며, 원정팀 응원석인 3루쪽 관중석도 주말이 되면 꽉 차는 곳이 잠실구장이다. 1982년 개장된 이래, 40년 동안 KBO리그를 상징하는 야구장으로 활약했다.

잠실구장은 이제 새로운 변신을 준비한다. 잠실 스포츠·마이스(MICE) 복합공간 조성 민간투자사업’ 중 하나로 신구장이 들어선다. 잠실 마이스는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약 35만㎡ 부지에 전시·컨벤션과 3만 3000석 규모의 구장, 1만 1000석짜리 스포츠콤플렉스 등 스포츠·문화시설과 업무·숙박·상업 시설을 복합 조성하는 사업이다.

그런데 허구연 총재 부임 후, 잠실 신구장이 기존 계획인 개방형 구장 대신 돔구장으로 추진된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여기에 평소 돔구장의 중요성을 여러차례 언급했던 허구연 총재의 의지가 담겨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핵심 문제는 돔구장이 아니라, 신구장의 위치였다.

허구연 총재는 "지금 (잠실 신구장과 관련해) 사실이 잘못 전달되고 있다. 원래 잠실 마이스 계획에서 신구장은 현 축구 보조경기장 옆에 있다. 근데 이 위치는 야구계는 물론, LG, 두산 모두 안 된다고 말한다. 지하철에서 내린 뒤, (도보로) 15분을 이동해야 하는 구석에 있기 때문"이라며 "내가 해야 할 일은 원래 자리(잠실구장 현위치)에 지어달라고 하는 것이다. 그 부분을 시장과 만나서 얘기한 것"이라고 잠실 신구장의 위치가 핵심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맞대결이 펼쳐진 잠실구장. ⓒ스포츠코리아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맞대결이 펼쳐진 잠실구장. ⓒ스포츠코리아

"그런데 평가단에서 현재 잠실구장 현 위치에 신구장이 생길 경우, 개방형 구장을 짓게 되면 잠실 스포츠·마이스(MICE) 설계 자체를 모두 바꿔야한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 부분은 내 뜻, 서울시장의 뜻과도 상관없이 평가단의 결과"라며 "잠실학생체육관 자리에 컨벤션 센터가 들어설텐데, 컨벤션 센터부터 야구장 밑으로 지하상가처럼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서 돔구장 이야기가 나온 것"이라고 잠실 돔구장 계획이 수면 위로 올라온 배경에 대해 전했다.

▶사직구장 재건축은 ‘돔’이 아닌 ‘개방형’으로

허구연 총재는 사직구장 재건축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사직구장은 KBO리그에서 제일 뜨거운 응원 열기를 지닌 롯데 자이언츠의 홈구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1985년에 개장된 뒤, 어느덧 37년이 흘러 노후화됐다. 사직구장 재건축에 대한 열망은 모든 롯데팬들이 갖고 있는 꿈이다. 그러나 앞서 수많은 정치인들이 부산 신구장 건립을 공약을 내세웠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팬들 또한 이제 부산 신구장 또는 사직구장 재건축에 대한 얘기를 들어도 '삽을 들기 전까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허구연 총재가 움직였다. 박형준 부산광역시 시장의 초청으로 지난달 28일 부산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사직구장 재건축에 대해 최대한 효율적이면서 빠른 시간 내, 야구팬들에게 선보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을 전달했다.

허구연 총재는 "부산시가 (그동안) 야구장 건립 공약을 했는데, 안 되는 이유가 뭐냐면 부산시장은 개방형으로 짓겠다는데 시의회에서 돔구장을 지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발도 못 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직접) 내려가 의회 위원장을 만나 돔구장은 아니라고 말했다"며 "많은 사람들이 내가 무조건 돔구장만 말하는 줄 아는데 그렇지 않다. (돔구장은) 경제성을 포함해 여러 가지를 따져야 한다. 사직구장 재건축이 개방형으로 결정되면 속도를 낼 것이다. 그런 역할들을 내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직구장. ⓒ스포츠코리아
사직구장. ⓒ스포츠코리아

▶야구가 있는 도시의 시장을 모두 만난다

잠실 돔구장과 사직구장 재건축 문제도 중요하지만, 허구연 총재의 가장 큰 당면과제는 대전 신구장이다.

허구연 총재는 임기 동안 가장 이루고 싶은 성과에 대해 "야구장을 모두 2만석 이상으로 만드는 것이다. 꿈같은 이야기지만 우리가 결국 1000만 관중을 목표로 해야 한다. 그럼 각 구단이 100만명씩 관중을 유치해야 하는데. 이것이 현실화되려면 일단 관중석이 2만석 이상 되어야 하는 것"이라며 "1만 5000석인 고척돔을 제외하고 대전만 남았다"며 대전 신구장에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전 신구장에 대한) 예산이 다 확보된 상태이기에 지금 짓지 않으면 손해다. 누가 (지방선거를 통해) 대전시장이 되더라도 예산을 모두 확보했는데, 신구장을 짓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이것만큼은 (내 손으로) 마무리 해야한다"고 대전 신구장 건립에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허구연 총재는 KBO리그 홈구장뿐만 아니라, 2군 선수들이 전지훈련을 할 수 있는 남해안 벨트 추진, 야구센터 공모 등 다양한 인프라 확충 방안에 대해서도 힘줘 말했다.

"남해안 벨트를 만들어서 2군은 남해안에 모여 야구를 하는 것을 구상 중이다. 오키나와, 미야자키, 애리조나처럼 전지훈련지를 만드는 것"이라며 "울산, 김해, 진주, 기장 등 남해안 벨트가 구성이 되면 아마추어에게까지 모두 혜택이 가게 돼 있다"고 구체적인 계획을 말했다.

"며칠 전에 기장을 다녀왔는데 내가 알기로는 kt wiz가 (스프링캠프지로) 한 달 동안 있으면서 20억원을 숙식비로 사용했다. 그래서 (이 부분을) 기장군수한테 말했더니 놀라워했다. 경제적 효과가 이 정도인데 정작 지방자치단체(지자체)장들이 모른다"며 "지자체장들이 전지훈련장이 있으면 돈이 된다는 것을 알면 스스로 나설 것"이라며 야구장 인프라 확충이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짚었다.

지자체의 지원과 함께 야구단의 수익이 늘어나는 것. 그래서 자생력이 생긴 구단이 인프라를 확충하는 시대. 허구연 신임 총재가 꿈꾸는 KBO리그다.

허구연 총재는 "야구가 있는 도시의 시장은 다 만나고, 2군이 있는 도시의 시장도 다 찾아뵐 것"이라며 "총재가 되기 전에는 뛰어다니면서 막 부딪혔는데 지금은 총재가 됐으니 정책으로 승부를 걸 수 있다. 인프라를 키워서 선수들이 원하는 만큼 야구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내 임기 동안 해야 할 과제라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뷰 下]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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